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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B컷]'BMW 화재 은폐' 처벌이 위헌?…헌재재판관도 선임한 B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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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법정B컷]'BMW 화재 은폐' 처벌이 위헌?…헌재재판관도 선임한 BMW

    편집자 주

    수사보다는 재판을, 법률가들의 자극적인 한 마디 보다 법정 안의 공기를 읽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드립니다. '법정B컷'은 매일 쏟아지는 'A컷'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법정의 장면을 생생히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들을 충실히 보도하겠습니다.


    지난 2018년 여름,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BMW 연쇄 화재 사태'를 기억하시나요. 디젤 차량을 중심으로 연쇄적으로 불이 났습니다. 도로 위 폭탄이란 불안감이 대한민국을 덮쳤고, 정부는 BMW 차량의 운행을 금지하는 사상 초유의 조치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시민 사회에선 BMW 차량의 주차를 거부하는 사태도 벌어졌죠.

    벌써 4년 전 여름의 일이지만, 화재 사고와 관련한 형사 재판은 올해 여름에야 시작됐습니다. BMW코리아가 연쇄 화재 전 이미 결함 원인을 파악하고도 이를 은폐하고, 늑장 조치에 나섰다는 것이 이번 형사 재판의 주요 쟁점입니다.

    그런데 BMW코리아는 혐의를 부인함과 동시에 재판 자체의 위헌성을 거론하고 나섰습니다. 자신들에게 적용된 '구(舊) 자동차 관리법'은 헌법에 위배되는 법이어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자고 주장한 겁니다. 그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주심이었던 강일원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변호인으로 앞세웠습니다. 오늘 '법정B컷'은 그 재판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그리고 화재 발생으로부터 4년이나 훌쩍 지나 열린 형사 소송이 시작부터 중단될까 노심초사인 피해차주 측의 목소리도 전해드리겠습니다.  

    'BMW 형사 재판' 이제 시작되나 했는데…'위헌 심판' 변수로

    2018년 BMW 차량의 주행 중 화재 사고 발생 당시 서울 종로구 한 빌딩 지하 주차장에 BMW 차량 임시 주차구역이 마련돼 있다. 황진환 기자2018년 BMW 차량의 주행 중 화재 사고 발생 당시 서울 종로구 한 빌딩 지하 주차장에 BMW 차량 임시 주차구역이 마련돼 있다. 황진환 기자
    지난 2018년 여름, 대한민국에선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연쇄적으로 발생합니다. 다수의 BMW 차량에서 연이어 불이난 겁니다. 화재 사고는 BMW 디젤 차량에 집중됐고, 장소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일반도로는 물론 고속도로 주행 중에도 불이 났고, 주차하는 과정에서도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국민적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BMW 차량의 주차를 금지하는 건물들이 속속 등장했고, 정부가 "BMW 차량의 운행을 자제해달라"라고 요구한 것에 이어 운행을 금지하는 초유의 일도 벌어졌습니다.

    그야말로 난리가 난 BMW는 2018년 8월 6일, 독일 본사와 BMW코리아 임직원들이 서울 한복판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고, 최근에야 화재 원인을 알아냈다며 'EGR(배기가스 재순환장치) 모듈 이상을 발표했습니다.

    이와 동시에 전선은 'BMW의 화재 결함 은폐' 의혹으로 번졌습니다. BMW가 이미 수년 전 결함 원인을 파악했지만 숨겼다는 겁니다. 국토교통부와 민관합동조사단은 "BMW 독일 본사가 이미 2015년 말, EGR 쿨러 균열 문제 해결을 위한 TF를 구성한 적이 있다"는 것을 근거로 들며 고발에 나섰습니다. BMW 차량 운전자들의 고소도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검찰은 너무나 오랜 수사 끝에 올해 5월 16일, BMW코리아 법인과 임직원에 대해서만 자동차 관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검찰은 BMW코리아가 2016년 8월부터 2018년 4월까지 BMW 일부 디젤 자동차에서 화재로 이어지는 결함이 있음을 파악하고도, 이를 숨겼다고 결론지었습니다.

    화재 발생으로부터 4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서야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송승훈 부장판사) 심리로 BMW 화재 결함 은폐 소송이 시작된 겁니다.

    호화 변호인단을 꾸린 BMW코리아가 지난 7월 13일과 9월 14일 열린 공판 준비 기일에서 보여준 소송 전략은 "BMW코리아는 그럴 능력이 없다"였습니다. 그저 차를 독일에서 받아와 판매하는 자신들은 결함을 알 능력이 없으니, 결함을 은폐하는 것도 불가하다는 논리죠.

    BMW코리아 김효준 회장이 2018년 BMW 차량 화재사고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BMW코리아 김효준 회장이 2018년 BMW 차량 화재사고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22.09.14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BMW 결함은폐 소송' 中
    BMW코리아 측 김앤장 법률사무소

    "BMW코리아는 단순 국내 판매 법인입니다. 독일 본사가 만든 완성차를 그대로 팔고, 사후 관리를 합니다. 자동차 제작자가 되려면 제작·시험·검사 시설이 있어야 하는데 BMW코리아는 그렇지 않습니다. 2015년부터 화재가 발생하는데 BMW코리아는 단 한 건의 차량도 뜯어보거나 원인을 찾는 실험 검증이 불가능했습니다. 설비도 없고 독일 본사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허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번엔 BMW코리아의 또다른 방패인 법무법인 세종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22.09.14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BMW 결함은폐 소송' 中
    BMW코리아 측 법무법인 세종

    "BMW 독일 본사는 천공(구멍 뚫림) 사례가 지속적으로 보고되자 2016년 1월부터 천공 원인을 분석했고, 다양한 가설을 세우고 검증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리고 2018년 6월 천공의 원인과 화재 메커니즘을 규명했습니다"

    "BMW코리아는 2018년 7월에 독일 본사로부터 화재 메커니즘을 전달받았고, 그제야 이를 인식했습니다. 그런데 검찰의 공소사실은 2016년 8월에 이미 피고인들이 안전 운행에 지장을 준다는 것을 인식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검사의 오인입니다" 


    "독일 본사는 화재 원인이 판명될 때까지 BMW코리아에 관련 정보를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은폐는 은폐 대상을 알아야 하는데, 결함을 인식하지 못한 이상 은폐할 수도 없습니다. 무죄를 선고해주시길 바랍니다"

    쉽게 말해 화재 결함에 대한 조사는 독일 본사가 2016년부터 진행했지만 정확한 원인은 2018년 6월에서야 발견했고, 수입업자일 뿐인 자신들은 그사이 어떠한 정보도 받지 못하다 2018년 7월에 결함 원인을 전달받았다는 겁니다.

    무죄를 주장한 BMW코리아 측은 이번엔 이번 재판 자체의 위헌성을 거론합니다. 자신들에게 적용된 '구 자동차 관리법'은 헌법에 위배되는 법률이라는 겁니다. 참고로 현행 자동차 관리법은 2020년 국회에서 개정된 법이어서, BMW코리아는 구 자동차 관리법을 적용받고 있습니다.

    BMW코리아 측이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은 구 자동차 관리법 31조 1항에 있는 '자동차 제작자 등이나 부품 제작자 등은 제작한 자동차 또는 자동차 부품이 안전 운행에 지장을 주는 등의 결함이 있는 경우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중략) 지체 없이 그 사실을 공개하고 시정조치해야 한다'는 부분입니다. 법 조항 자체가 모호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 BMW코리아 측 주장입니다.

    22.09.14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BMW 결함은폐 소송' 中
    BMW코리아 측 

    "이 사건 구성 요건은 31조 1항을 위반해 결함을 은폐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사실을 안 날'이란 부분은 명확성 원칙에 반해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 분명합니다"

    "형벌 법규는 문언에 따라 해석, 적용해야 하고 법률 체계적 연관성에 따라 그 문언적 논리를 명확히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죄형법정주의에 부합한다고 판단됩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안전운행에 지장 주는 것을 안 날'의 해석은 매우 어렵습니다. 안전과 운행, 지장이란 용어가 모두 일반적이고 추상적인데 자동차 관리법은 어떤 정의나 해석도 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무엇을 어기면 처벌받는지 명확하게 규정해야합니다. 합리적 해석 규정도 없습니다. 지금 저희가 적용받는 법(구 자동차 관리법)은 2020년 개정으로 유물이 됐습니다" 

    강일원 전 재판관도 등장…사고 발생 4년 만에 열린 재판 중단 가능성 

    '결함 은폐 의혹'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이 2019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중랑구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결함 은폐 의혹'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이 2019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중랑구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이날 재판 내내 BMW코리아 측은 구 자동차 관리법이 자기책임 원칙과 비례 원칙을 위반한 법률이라며 위헌성을 지적했습니다.

    22.09.14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BMW 결함은폐 소송' 中
    BMW코리아 측

    "자기책임 원칙은 근대법의 기본 이념으로 법치주의에 내재된 원리입니다. 책임질 수 없는 행위에는 책임을 지우지 않는 것이 당연한 원리입니다. BMW코리아는 결함을 인식할 수 있는 설비가 없는 단순 수입업체입니다. 자기책임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으로, BMW코리아란 자동차 수입업체를 자동차 제작자와 동일하게 해석하면 부당합니다"

    "자발적 리콜 위반은 형사 처벌하면서 국토교통부 등의 강제 리콜 명령은 지키지 않아도 처벌하지 않는 기형적 법제가 남아 있습니다. 관할 감독 관청의 시정 명령을 지키지 않아도 형사 처벌하지 않는데, (리콜 의무가) 언제 발생했는지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형사 처벌하는 것은 형벌 관계에 있어서도 균형성을 완전히 지키지 못한 법률입니다"

    BMW코리아는 계속해 자신들은 구 자동차관리법에 명시돼있는 자동차제작자가 아닌 그저 수입업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법률에 써있는 '자동차제작자 등'이란 표현에서 등에 수입업자도 포함된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 가장 눈에 띈 장면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주심을 맡았고 지난 2018년까지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활동했던 강일원 전 헌재재판관이 BMW코리아 측 변호에 나선 것이었습니다.

    강 전 재판관은 헌법재판소의 성향은 물론, BMW코리아보다 앞서서 구 자동차 관리법을 헌법재판소 위헌 심판에 보내 심리를 받고 있는 현대자동차 사건 등을 언급하며 변호에 나섰습니다. 현대차와 BMW코리아는 지위가 달라 헌재의 심판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22.09.14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BMW 결함은폐 소송' 中
    강일원 변호사

    "죄형법정주의에서 명확성 원칙은 중요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이를) 위헌 결정 내리는 것에 매우 신중합니다. 가장 큰 이유가 형법 조문의 경우는 소급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위헌 결정하면 해방 이후 모든 형사 사건을 재심해야 합니다"

    "만약 헌재가 명확성 원칙 위반에 매우 관대한 결정례를 적용해서 (구 자동차 관리법이) 합헌이라고 결정하면, 저희 사건이 헌재에 접수됐을 때 아마 재판부는 상당히 고민할 것입니다. 현대자동차는 자동차 제작자이고, BMW코리아는 수입업자라 다릅니다. BMW코리아 사건은 한정위헌 결정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 조문을 제작자가 아닌 수입업자에게 적용하는 한 위헌이라고 하는 한정위헌이 나올 수 있습니다.  "


    "검찰의 공소장을 보면 도대체 피고인이 언제, 어떻게, 어디서 결함을 알았는지 기재가 전혀 없습니다. 막연히 언제쯤 알았다고 돼있습니다. 제작자(BMW 독일 본사)는 기소도 못했습니다. 가급적 이 사건도 현대차 사건과 같이 헌법재판관에게 이 법률 조항의 또 다른 문제점을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이날 재판부는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열고, 이후 증거 조사를 진행하면서 헌법재판소에 위헌 심판을 제청할 것인지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습니다. 만약 재판부가 BMW코리아 측의 요구를 수용해 위헌 심판 제청에 나선다면 BMW 화재 결함 은폐 형사 재판은 일시 중단됩니다.

    당연히 재판 장기화가 우려됩니다. 4년 전 대한민국을 충격에 몰아넣었던 사건의 형사 재판이 이제야 시작됐는데 다시 멈춰 설 수 있는 겁니다. 무엇보다 피해 차주들은 BMW는 물론 BMW코리아도 화재 결함을 일찌감치 인지하고 있었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이들은 "이미 BMW 독일 본사는 2016년 3월 8일, 흡기다기관이 열에 의해 눈에 보일 정도로 녹아내림이 발생하는 사례를 들면서 EGR쿨러 및 EGR밸브를 교환하라고 지시하는 PuMA 대책 1호(62452109-01)를 BMW코리아에 하달했다"라며 "BMW 독일 본사의 EGR쿨러 결함으로 인한 흡기다기관 천공 현상에  대한 인지는 2016년 10월 12일, 2016년 11월 11일, 2017년 1월 19일쯤 총 3회에 걸쳐 BMW코리아에 하달한 사실로도 확인된다"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검찰이 BMW코리아만 기소하고 BMW 독일 본사에 대해선 무혐의 처리한 것에도 반발해 16일 서울고등법원에 재정신청 이유서를 제출했습니다. 독일 본사를 무혐의 처리한 검찰의 처분이 적절했는지 법원이 판단해달라는 겁니다.

    피해 차주들의 가장 큰 우려는 형사 소송 재판의 장기화입니다. 형사 재판 결과가 피해 차주들의 손해배상 민사 소송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피해 차주들이 BMW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재판은 검찰 수사 결과 등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이유 등으로 종종 연기돼왔습니다. 4년 전 여름 소중한 재산이 홀랑 불타버린 일반 국민들에 대한 합당한 배상을 위해서라도 신속한 진행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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