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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대목은 끝났다" 포항 오천시장, 눈물의 수해 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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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대목은 끝났다" 포항 오천시장, 눈물의 수해 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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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새벽 '힌남노'가 휩쓸고 간 오천시장…온통 뻘밭
    추석 앞두고도 손님보단, 복구인력 눈에 띄어
    경찰·군인 뿐 아니라 자원봉사자도 복구 도와

    8일 오전 경북 포항시 오천시장 진입로에 가게에서 내놓은 주방용품과 가재도구들이 방치돼 있다. 박희영 수습기자8일 오전 경북 포항시 오천시장 진입로에 가게에서 내놓은 주방용품과 가재도구들이 방치돼 있다. 박희영 수습기자
    8일 오전 10시30분쯤 포항시 남구 오천읍 오천시장. 시장 진입로와 가게 앞에는 인근 하천에서 떠밀려온 진흙이 뻘밭을 형성하고 있었다. 한 과일가게 앞엔 부서진 대형 냉장고·식기 등 가재도구가 흙탕물을 뒤집어쓴 채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추석 대목 전, 장을 보러오는 손님으로 문전성시를 이뤄야 할 시장은 진입로부터 차량이 통제됐다. 시장 도로 한 가운데에는 굴착기가 굉음을 내며 진흙더미를 퍼서 덤프트럭으로 옮겨 담으며 수해 복구에 한창이었다.
     
    이날 시장엔 손님 대신 해병대와 경찰, 자원봉사자 등 수백 명이 땡볕 아래에서 가게를 덮친 진흙을 치우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시장 상인들에 따르면 지난 6일 새벽 4~5시쯤 지대가 낮은 시장 안쪽부터 물이 차올랐으며 물은 성인 가슴 높이까지 올라왔다.
     
    경북 포항시 오천시장 한가운데서 굴착기가 굉음을 내며 진흙더미를 덤프트럭으로 옮겨 담고 있다. 박희영 수습기자경북 포항시 오천시장 한가운데서 굴착기가 굉음을 내며 진흙더미를 덤프트럭으로 옮겨 담고 있다. 박희영 수습기자
    8일 태풍 힌남노가 한바탕 휩쓸고 간 포항 오천시장에는 추석을 앞뒀음에도 불구하고 손님보단, 수해 복구를 위한 인력이 눈에 띄었다. 명절이 대목을 기다려왔던 상인들은 "대목을 앞두고 오히려 몇 배의 피해를 봤다"며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2대째 이어온 닭·오리 소매상 '성림유통' 사장 이성광(32)씨는 가게 유리문에 선명한 진흙 띠 자국을 가리키며 "하천이 범람한 다음날 확인한 가게 상황은 처참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대형 냉장고 등이 모두 침수됐고, 천장도 일부 내려앉았다. 침수 피해 전 오리·닭 등 500수를 들여놨다는 이씨는 "오리, 닭 뿐만 아니라 황기·옻나무·엄나무 등 한방재료까지 모두 다 폐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물건을 다시 들여놔도 손님이 시장을 찾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오천시장 상인회 부회장이자 성광씨의 아버지 이동우(70)씨는 "저희뿐 아니라 모든 상가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며 "보시다시피 냉장고 폐기 나온 것만 해도 100대가 넘는다"고 전했다. 이씨는 "대통령도 오셔서 응원해주고 간 어제와 달리 오늘은 복구 지원 인원이 많이 줄었다"며 "진흙물을 씻어낼 장비와 충분한 물, 인력·장화·장갑·수세미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도 부족하고 전기도 부족하기 때문에 아예 손을 놓고 있는 상가들도 꽤 많다"고 덧붙였다.
     
    명절 음식 준비를 위해 오천시장을 찾은 장기면 주민 이순복(65)씨는 "요양보호사인데 돌보는 어르신이 명절 쇤다고 하셔서 심부름으로 장 보러 왔다"며 "와보니까 상황이 아주 심각한데 도와주고 싶어도 어르신 돌보느라 손을 보태지 못해 미안하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명절을 맞아 떡을 맞추러 시장을 찾았던 인근 아파트 주민 이석만(62)씨는 빈손으로 되돌아가야 했다. 이씨는 "떡 방앗간 기계랑 가게 안이 엉망이라서 명절 때 떡 못한다더라"며 "장 보려고 해도 난리 통에 살 게 없어서 되돌아간다"고 했다.
     
    명절이 대목이라 추석만 기다려왔다는 오천시장 상인들은 갑자스레 닥쳐버린 흙탕물에 망연자실한 모습이 역력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침수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시 오천시장에서 성림유통 이성광씨가 지난 6일 새벽 유리창에 선명한 진흙 띠자국을 가리키며 성인 가슴높이만큼 물이 찼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박희영 수습기자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침수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시 오천시장에서 성림유통 이성광씨가 지난 6일 새벽 유리창에 선명한 진흙 띠자국을 가리키며 성인 가슴높이만큼 물이 찼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박희영 수습기자
    떡집 주인 김성열(73)씨는 "대목 땐 암만 못 벌어도 한 500~600만 원은 버는데, 침수 피해로 기계가 다 망가져 돈 몇천 나가기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엄마 살고 아들은 죽고, 사람도 죽고 사는데 우리 돈 손해 보는 건 괜찮다"며 지하주차장 침수 참사를 언급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어머니 가게를 물려받아 10년째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조영선(55)씨는 "벽에 높게 걸려있던 옷 몇 벌 제외하곤 수천 벌이 모두 흙탕물에 젖었다"며 "빨래방도 단수가 돼서 6~7곳을 찾으면 겨우 한곳에서 세탁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단수가 돼 500m 길이 호스를 연결해 겨우 물을 끌어다 청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하실 전기 배전반이 물에 잠겨서 단전되는 바람에 깜깜해서 작업을 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시장 복구에 매진하던 안병한(60) 오천시장 상인회장은 "시장의 115개 가게 전체가 피해를 봤다"며 "전기는 일주일 후쯤 들어오고 상수도 복구엔 최소 한 달은 소요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8일 땡볕 아래서 해병대원들이 가게 앞 진흙을 쓸어내 진입로를 확보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박희영 수습기자8일 땡볕 아래서 해병대원들이 가게 앞 진흙을 쓸어내 진입로를 확보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박희영 수습기자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피해를 온몸으로 흡수한 오천시장에는 6일부터 대규모 장비와 인력이 투입돼 본격적인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해병대는 지난 6일 150여명, 7일 250여명, 8일 100여명을 투입해 오천시장 복구를 지원하고 있다. 굴착기·덤프트럭·제독차량 등 군 장비도 5~7대 가량이 투입됐다.  
     
    경찰과 군인 뿐 아니라 수해 복구를 위해 발벗노 나선 자원봉사자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시장 곳곳에 둘러앉아 흙탕물을 뒤집어쓴 주방용품을 설거지하고 있었다. 자원봉사를 나온 영남대 신학대 이상민(48) 총학생회장은 "학생·교수님·교직원 등 40여명이 이날 아침 8시 반부터 지금까지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며 "현장을 보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큰 피해를 입으셨고 일손이 필요한 것 같아서 추가로 2차·3차 봉사활동을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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