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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하나씩 매년 사라지는 셈…20년 후가 두려워요"



보건/의료

    "마을 하나씩 매년 사라지는 셈…20년 후가 두려워요"

    편집자 주

    지구 상에서 가장 심각한 인구위기에 직면한 대한민국의 현 주소를 살펴보고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심도 있게 모색해 본다.

    [인구위기와 공존③]
    박현주 경상북도 의성군 인구정책계장 인터뷰

    "지난해 천명 감소…면(面) 하나 없어지는 셈"
    저출생→폐교→인구 유출→일자리↓ '악순환'

    위기 막으려면…일, 집, 인프라 종합 접근해야
    노력 끝 4년 간 의성군 140명 청년 안착 성과도

    ▶ 글 싣는 순서
    ①청년도 노인도 불행한 '인구 디스토피아'
    ②놀이터엔 노인들만…"애 한 명도 안 태어난 마을도"
    ③"마을 하나씩 매년 사라지는 셈…20년 후가 두려워요"
    (계속)

    경북 의성군 안계면. 김재완 기자경북 의성군 안계면. 김재완 기자
    소멸위험이 전국 지자체에서 두 번째로 높은 의성군은 저출생과 고령화 문제에 다른 지역 그 어느 곳보다 위기의식을 느끼고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지자체다. 의성군의 인구 통계를 1년 3개월 가까이 매일 마주하는 박현주(46) 의성군청 인구정책계장은 더욱 그렇다.

    의성군에서 태어난 박 계장은 서울에서 대학 생활을 마치고 의성군 공무원으로 다시 돌아왔을 정도로 고향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의성군에서 태어나고 자란 주민으로서, 또 이제 이 지역의 인구정책 담당자로서 그가 겪은 의성군의 저출생과 인구감소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을 들어봤다. 박 계장과의 인터뷰는 지난달 24일 오전 의성청년테마파크에서 진행됐다.

    Q. 의성군의 인구정책을 담당하는 입장에서 저출생 문제는 어떻게 체감하고 있나.
    A.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 의성군은 전체 18개 읍면으로 구성돼있는데 2021년 기준 출생자가 171명이다. 최근에는 보통 평균 220명에서 240명 정도 태어나는데 아무래도 코로나 여파로 좀 더 줄었다. 이중 읍면 별로 보면 10명 이하로 태어나는 면이 14개 면 정도, 한 명도 안 태어나는 면도 한 곳 있었다.

    반면 2021년 기준 사망자는 900명이 넘는다. 수치상으로는 출생자의 5배가량으로 인구가 감소하는 속도가 굉장히 빠른 셈이다. 이처럼 수치만 놓고 보면 인구를 다시 늘리는 것이 만만하지 않은 상황임을 알 수 있다.

    Q. 이렇게 들어도 인구감소의 상황이 바로 와 닿지 않는데…
    A. 저 또한, 인구정책계에 근무하기 전까지는 사실 인구 감소가 실감이 잘 안 됐다. 저도 집에 아이가 많고 하다 보니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했다. 그런데 매달 인구 통계를 보고 몇 명이 나가고 몇 명이 태어나고 이런 것을 알게 된다. 지난해(2021년) 기준으로 1090명 정도가 감소했다. 따져 보면 작은 면이 한 800명을 조금 넘는데 이런 작은 면이 매년 하나씩 없어지는 것이다. 이 추세라면 18개 읍면이 향후 몇 년 안에 몇 개로 통합되거나 사라질 위기라는 게 실감이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다른 지역에서도 반복된다면 경상북도 기준으로 보면 군이 하나씩 없어지는 셈이고 또 국가 차원에서는 그만큼 인구가 줄게 되는 것이다. 위기의식을 많이 느끼고 있다. 이대로라면 20~30년 후에 몇 개의 읍·면·군이 사라질까. 이런 것들이 실무자로서 두려운 것이다. 수치로 보면 면 자체가 하나씩 없어지는 게 보이니까 말이다.

    박현주 의성군 인구정책계장이 지난달 23일 의성청년테마파크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재완 기자박현주 의성군 인구정책계장이 지난달 23일 의성청년테마파크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재완 기자Q. 인구가 이처럼 지속해서 줄면 지역 사회가 겪는 어려움은 무엇일까.
    A. 어려움은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일단 출생자가 없다고 해보자. 그러면 학교 자체의 존립 여부가 가장 먼저 문제가 된다. 학교가 폐교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학교가 없어지다 보면 남아 있던 학부모 입장에서는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고 느끼게 된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대개 교육을 매우 중요시 한다. 그렇게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찾아 떠나면서 젊은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지역이 고령화된다.

    실제로 의성군의 평균 연령을 보면 대략 58.1세 정도다. 그러면 이곳에서는 60세에 가까운 노인에 근접해가는 분들이 아직 청년에 해당하는 셈이다.  

    Q. 고령화 자체가 지역 사회의 문제가 되는 것인가.
    A. 이 또한,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 지역 사회가 고령화되면 농촌 일손이 부족해지고 아무래도 활력이 저하된다.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일자리 종류가 단순화되니 지역 사회 전체 일자리 수와 종류도 감소한다. 그렇게 되면 점점 더 젊은 사람이 살 수 있는 기반이 없어지게 된다. 사람 부족으로 빈집이 늘게 되고 이런 것들이 경관을 해친다. 또, 세금을 거둘 주민이 줄기 때문에 재정도 악화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지자체에서 주민들에게 돌아갈 혜택이 또 준다. 악순환이 일어나는 셈이다.

    Q. 그런데 폐교는 학생 수가 너무 줄면 맞춰서 줄여야 하는 면도 있는 것 아닌가.
    A. 수치상으로는 그렇지만 무턱대고 폐교를 하면 문제가 된다. 예로 저는 의성군 단북면에서 태어났는데 단북초가 그렇다. 단북면 같은 경우는 (군에서 큰) 안계면과 가깝기 때문에 단북면에 있던 분들도 '안계초로 보내면 되지' 해서 은연 중에 합의가 돼 학교가 폐교가 됐다. 엄마들이 직접 혹은 아니면 통원 버스를 통해 20~30분 걸려 데려다 주고 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여러 사업으로 다시 젊은 부모님들이 단북면에 많이 유입됐다. 아이들이 20~30명 정도가 늘어나니 불편이 생기는 것이다. 마땅히 교육을 할 수 있는 곳이 없어졌으니까. 이렇게 보듯 학생이 한 명이든 두 명이든 최소한 교육할 인프라는 필요하다.


    Q. 요즘도 계속 폐교가 많이 되는 편인가.
    A. 다행히 90년대 후반까지는 효율성 위주의 정책으로 이렇게 폐교를 많이 해왔지만 요즘은 그렇지는 않다. 의성군도 아무리 학생이 6~7명이어도 학부모들 그리고 주민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돼 폐교를 막고 있다. 이와 같은 작은 학교 살리기의 일환으로 계속 외지에서 오히려 학생들이 유입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계속 내고 있다.

    작은 지역 마을 학교가 갖는 이점도 폐교를 막고 있다. 사실 제가 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의성군 학교를 보면 장점이 많다. 실제로 의외로 도시에서 치열한 교육이나 학원 경쟁에 노출돼있거나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경우 의성군에서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 교육에 따로 사비로 지출해야 할 비용 자체가 많이 없다. 지자체가 사교육을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도록 교육을 개입해서 많이 지원해주다 보니 좋다는 분들도 있다. 저 같은 경우도 서울에서 생활하다 와보니까 이런 면들을 체감하고 있다.

    Q.인구정책을 담당해오며 저출생 그리고 청년 인구 감소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A.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일자리, 정착하고 살아갈 주거환경, 편의시설에 대한 인프라 이런 것들이 골고루 갖춰져야 청년들이 여기에 머물 수 있다. 이런 것들은 단시간 내에 해결이 되지 않는다. 특히 인프라나 정주 여건은 예산도 수반되고 초기 비용도 많이 들어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을 때도 있다. 특히 일자리나 주거 공급 같은 경우 정부나 지자체 만의 역할로는 한계가 있고 민간의 역할도 중요하다. 인구가 많아지고 수요가 많으면 저절로 참여를 촉진하는 만큼 종합적인 접근이 다시 한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의성군에는 이러한 종합적인 접근과 노력이 어떤 식으로 진행 중인가.
    A. 사실 의성군은 2년 연속 귀농인 규모에서 전국 1위를 할 정도로 인구 감소 위기 극복에 성과를 내고 있다. 일자리·주거·복지를 두루 갖춰 청년이 돌아오도록 하는 이웃사촌시범마을조성사업을 2019년부터 해왔다. 일자리 혹은 주거 환경 조성 등이 동시에 갖춰져야 청년 인구가 유입되고 정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일자리 창출의 경우 스마트팜 조성 사업이 있다. 딸기 육묘장, 스마트팜, 선별출하장, 가공체험장 및 관리연구동 구축 등 기반부터 이후 실습훈련, 전문가 컨설팅, 창농자금지원 등까지 영리가 나도록 운영까지 지원하고 있다. 주거단지의 경우 포스코 사회공헌사업과 연계해 스틸하우스 18동 조성했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행복주택 및 국민임대주택 140호를 지어 내년 7월부터 입주예정이다. 이밖에 도시청년의 지역 체험인 지역살아보기 프로그램부터 문화 예술 체험을 확장하고자 청년 예술가 대상 예술창작활동 운영도 지원하고 있다.

    이런 꾸준한 노력으로 현재 의성군에는 140명의 청년이 전입돼 정착한 상태다. 2020년 전국 인구소멸 위험 1위까지 갔다가 2위로 내려온 것도 이러한 여러 청년사업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Q. 현장에서 만난 청년 사업가들은 의성군의 생활에는 만족하지만 교통 및 의료 인프라의 부족을 정착 결정에 어려움으로 꼽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떤 노력이 있나.
    A. 교통편부터 보면 2020년부터 103개 농어촌버스 노선을 110개 노선으로 확대 운행 중이다. 대중교통이 운행이 어려운 소외지역에는 '행복버스'라는 이름으로 미니버스를 공급해 사곡·봉양·비안·안평면 등 37개의 작은 마을과 읍·면 소재지를 오가게 하고 있다.

    2019~2022년 의성군 이웃사촌시범마을조성사업. 의성군 제공2019~2022년 의성군 이웃사촌시범마을조성사업. 의성군 제공의료 인프라도 계속 나아지고 있다. 특히 청년들이 가장 부족하다고 말하는 산부인과의 경우 2019년 칠곡경대병원 업무협약 체결 후 이듬해 전문의사를 채용해 외래산부인과 진료를 실시 중이다. 그 결과 2020년 출산 전 진찰과 부인과 진료건이 640건에서 2021년에는 1336건으로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인 6월까지 벌써 1101건을 넘겨 직전 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전히 청년들의 필요를 모두 채우기에는 부족하다. 하지만 이처럼 여러 개선사업이 진행 중이고 성과가 하나 둘씩 나타나고 있다. 이런 노력과 비전이 인정받아 올해 지방소멸대응기금 투자계획 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아 지방소멸대응기금 210억원이 확보된 상태다. 이러한 기금을 또 효율적으로 청년 유입과 정착에 필요한 곳곳에 사용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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