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 스틸. CJ ENM 제공※ 스포일러 주의
5년 만에 돌아온 '공조2: 인터내셔날'(이하 '공조2')는 그야말로 추석종합선물세트다. '믿고 보는' 배우 현빈과 유해진의 코믹 액션 조합에 로맨스까지 더해져 강력한 가족 오락 영화로 탄생했다.
지난 2017년 '공조'는 설 연휴 극장가 흥행을 이끌어 최종 관객 스코어 781만 명을 기록했다. 북한 형사와 남한 형사의 '동상이몽' 좌충우돌 공조 수사를 흥미롭게 서사로 잇고, 그 과정에서 현빈의 타격감 높은 액션에 유해진의 코미디가 맞물려 성공을 거뒀다.
이번 '공조2' 역시 글로벌 마약 조직을 잡기 위해 북한 형사 '림철령'(현빈)과 남한 형사 '강진태'(유해진)가 재회했다. 여기에 미국 FBI '잭'(다니엘 헤니)이 더해져 각자의 목적으로 뭉친 형사들의 예측불허 삼각 공조 수사를 그렸다.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 스틸. CJ ENM 제공일단 전편보다 커진 스케일이 돋보인다. 초반 글로벌 마약 조직 우두머리 장명준(진선규)과 얽혀 벌어지는 뉴욕 시가지 한복판의 액션이 오프닝을 장식한다. 현빈과 다니엘 헤니, 진선규는 박진감 넘치면서도 날카롭게 총기 액션을 주고 받으며 '공조2'의 기대감을 높인다.
이후 무대는 곧바로 서울로 옮겨진다. 수사 도중 발생한 사고로 사이버수사대에 발령 난 강진태의 일상 그리고 여전한 가족들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뷰티 유튜버로 나름 성장한 박민영(윤아)의 능청스러움은 '깨알' 재미를 더한다. 뉴욕 상황과는 180도 다른 이들의 코믹한 분위기가 대칭을 이루며 '공조2'는 몰아치는 액션보다 완급 조절을 택한다.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 스틸. CJ ENM 제공북한 특수 요원 출신 장명준이 한국으로 향하고, 본격적인 남북 공조 수사가 시작된다. 1편과 마찬가지로 림철령과 강진태는 각자 다른 목적을 조금씩 숨긴 채 협력한다. 이제부터 쉼 없는 액션의 향연이 펼쳐진다. 대표적으로 전편 휴지 액션에 이은 파리채 액션, 서바이벌 게임 같은 호텔 총격 액션, 고공 난투극을 꼽을 수 있다. 현빈은 일상적이거나, 그렇지 않거나 어떤 공간과 상황에서도 타격감 높게 액션을 구사한다. 특히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장명준과의 고공 난투극은 마치 관객도 함께 뒹구는 듯한 몰입감을 유발한다.
'범죄도시'부터 살벌했던 진선규의 '빌런' 연기는 전편 '공조'의 림철령을 보는 듯 어두운 내면을 통해 묵직한 존재감을 내보인다. 장명준은 핵심 캐릭터 중 새로운 인물이지만 다층적인 '빌런'의 모습으로 완성도 높게 각인된다.
전편에 비하면 유해진의 액션 또한 강화됐다. 장명준 부하와의 단독 액션신을 비롯해 결정적 순간에 현빈의 조력자로 활약하고, 매 위기 순간마다 강력계 형사 다운 통찰력으로 돌진한다. 아무래도 현빈에 비중이 쏠려 있어 다니엘 헤니가 맡은 잭의 활용은 다소 아쉽다. 나름대로 중요한 상황 속에 기능하도록 액션을 배치했지만 현빈이 활약하는 중심부에서는 반 발자국 벗어나 있어 '삼각 공조'가 무색하게 느껴진다.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 스틸. CJ ENM 제공로맨스만큼은 눈에 띄게 발전했다. 특히 민영의 김칫국에서 그치지 않고, 그를 사이에 놓고 림철령과 잭 사이에서 미묘한 긴장이 흐른다. 수사 뿐만 아니라 로맨스에서도 '삼각' 관계가 시작되는 셈. '공조'에서 아내의 죽음을 복수하기 위해서만 움직였던 림철령의 캐릭터 변화도 이런 감정선 안에서 일어난다. 다소 인간적으로 변모한 림철령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충분히 매력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진행되던 '공조2'는 남·북·미 각 국가를 대표하는 형사들의 이해 관계가 충돌하면서 파국에 가까워지다가 역시 '최강 빌런' 장명준을 매개로 극적 '대타협'을 이루면서 훈훈한 결말을 맞이한다. 이처럼 '공조2'는 '알고 보니 국적불문 막아야 하는 빌런의 '거대 음모'에 주인공들이 잠시 각자의 입장을 내려놓고 힘을 합친다'는 전형적인 액션 히어로 블록버스터 공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상당히 전개가 뻔하지만 결말을 예측하고도 즐겁게 볼 수 있는 추석용 가족 오락 영화로 손색이 없다. '클래식'까지는 아니어도 충분히 잘 다듬은 클리셰(진부한 소재나 전개 방식)다.
여성 캐릭터들의 쓰임은 5년 전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들은 극을 환기 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하지만 코미디와 로맨스, 지극히 부수적인 조력자 역할에 고정돼 있다. 마치 남성 가족과 여성 가족으로 나눠진 명절 밥상을 보는 듯 하다.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 스틸. CJ ENM 제공당연히 노력이 없지는 않다. 이석훈 감독은 박민영을 통해 여성 캐릭터가 림철령·강진태·잭으로 이뤄진 '남성 액션의 세계'에 진입하도록 이끈다. 박민영은 수사 현장에서 미행, 잠복 등 도움을 주기도 한다. 다만 클럽 장면에서는 그저 림철령을 향한 '매력 어필'로 임무가 흐지부지하게 끝난다. 물론 모든 캐릭터를 신경 쓰다 보면 중심 서사가 산으로 갈 위험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상'만은 아니다. 비중 있는 액션 캐릭터들을 여성 배우들이 맡았다면 어땠을지 아쉬움을 남긴다.
그럼에도 1편 주요 등장인물들의 캐스팅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전작 '공조'의 명맥을 잇고 캐릭터별 서사를 발전시키는데 주요하게 작용했다. 현빈의 대표작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리정혁(현빈) 아버지 리충렬 역을 맡았던 배우 전국환의 특별 출연도 흥미롭다.
129분 상영, 9월 7일 개봉, 15세 관람가.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 포스터. CJ ENM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