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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엔 없지만, '우영우'엔 있는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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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오징어 게임'엔 없지만, '우영우'엔 있는 생존법

    핵심요약

    국제방송영상마켓 특별세션에 '우영우' 제작자들 참석
    '우영우'의 제작자가 말하는 'K-콘텐츠' 주제로 대담
    제작사 대표 "IP 확보 위해 방영권만…넷플릭스도 거절"
    유인식 PD "한국 관객 좋아하면 해외에서도 성과"

    ENA 제공ENA 제공'오징어 게임'은 없고, '우영우'는 있다. 바로 콘텐츠를 만든 주체, 제작사의 IP(지적재산권) 확보다.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는 IP를 지켜낸 결실이었다. 아무리 흥행해도 IP를 보유하지 못하면 내실 있는 수익을 얻기 어렵다. 실제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전 세계적 신드롬을 일으켰지만 넷플릭스가 IP를 보유했기에 제작사는 경제적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려웠다. 이제 K-콘텐츠 시장은 IP를 두고 벌이는 각축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영우'는 제작사 에이스토리 이상백 대표와 유인식 PD 그리고 문지원 작가가 의기투합해 제작됐다. 그 전까지 에이스토리는 '킹덤' 시리즈, '시그널', 유인식 PD는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 '자이언트' '배가본드' 등 주로 장르성이 짙은 굵직한 필모그래피를 쌓아 왔다. 그렇기에 '우영우'는 색다른 도전이었고, '글로벌 인기'까지 상상하긴 어려웠다.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반전이었다. '우영우'는 방영 기간 동안 넷플릭스 비영어 TV 부문 가장 많이 본 콘텐츠 글로벌 1위를 기록, 장기 흥행을 이끌었다. 국내에서 신드롬급 인기와 함께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사회적 논의까지 촉발 시켰다.

    '우영우'는 그 동안 인기를 모았던 K-콘텐츠 특유의 무거운 장르물과 노선을 달리 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전 세계적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었으며, '우영우'를 계기로 K-콘텐츠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우영우'를 만든 에이스토리 이상백 대표와 유인식 PD는 지난달 31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국제방송영상마켓(BCWW) 특별세션에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제작자가 말하는 'K-콘텐츠'>라는 주제로 대담을 가졌다.

    이 대표는 '우영우'의 글로벌 인기에 대해 "당연히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해외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춘기 넘어가는 자녀들과는 함께 앉아서 콘텐츠를 공유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우영우'는 같이 보기에도 부담이 없고, 소재도 부모와 자식 세대 간 논의의 장을 만들어준다고 하더라. 그런 부분이 이 드라마의 성공에 큰 기여를 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유 PD는 "국내도 방영 채널이 생소해 시청률 3%만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해외는 더 그랬던 게 이 드라마가 한국어 언어유희가 많고, 특이한 상황이나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에피소드를 가져간다. 또 법 체계가 다른 나라에서 한국의 법정물이 보편성을 가질 수 있을까 걱정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아마도 박은빈 배우의 경이로운 연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리지 않았나 싶다. 해외 감수성에 맞추지 않았는데 어떻게 인기가 있는 것인지 넷플릭스 관계자에게 물었는데 한국 관객이 좋아하는 작품이 해외에서도 성과를 거두더라고 하더라. 한국이란 작지만 경쟁이 치열한 콘텐츠 시장에서 시청자 눈높이가 아주 높아진 게 아닐까 짐작해본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담론까지 형성한 국내 파급력을 두고는 "(국내 시청자들에게는) 인간의 선함을 믿는 이야기에 대한 갈증이 있지 않았나 싶다. 장애나 다양성,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사려 깊게 다룬다면 그걸 받아 들여주는 감수성이 저희가 짐작하는 것보다 폭넓게 자리 잡고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우영우'가 신생 ENA 채널 방송은 IP 확보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전략이었다. 이 대표는 IP가 아닌 방영권만 구매하는 채널을 선택했고, 그래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제안도 거절했다.

    그는 "넷플릭스가 방영 확정을 먼저 해줬다. 다만 오리지널 제안은 거절했고, 방영권만 구매하는 방향으로 진행했다. 국내 채널 접촉도 똑같이 방영권만 구매 가능한 채널을 선택했다. 그래서 신생이지만 KT라는 거대한 회사가 뒷받침하는 ENA를 선택하게 된 것"이라고 과정을 밝혔다.

    왼쪽 두번째부터 에이스토리 이상백 대표, 유인식 PD.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왼쪽 두번째부터 에이스토리 이상백 대표, 유인식 PD.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드라마 제작사들에게 IP는 반복적인 외주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는 생존법이다. 이 대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을 잇따라 제작하며 IP 확보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이 대표는 "작은 제작사가 생존할 수 있는 방법에 있어서 IP 확보가 중요한 포인트다. 일반 제작사는 외주 제작을 맡아서 IP를 플랫폼에 넘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들 제작사 재무재표를 뒤지면 자산이 없다. IP가 있어야 다른 비즈니스 자산이 생기는데 계속 외주만 반복하는 거다. '킹덤'도 그 좋은 IP가 없으니까 안타까웠다. 이런 IP가 있으면 향후 '캐시카우'가 돼서 제작사 생존의 기반이 되고 외주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를 위해서는 플랫폼을 넘어 중소 제작사를 탄탄하게 키울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다. 내수는 작지만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K-콘텐츠 시장의 성장을 더욱 북돋을 시기다.

    이 대표는 "저희도 초반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국가에서 아주 낮은 이자로 대출을 받는 등 지원 정책을 통해 제작비를 마련했다. 그러나 그게 IP를 확보할 정도의 규모는 아니다. 그런 걸 신중하게 판단해서 정부가 지원하면 중소 제작사 IP 확보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점점 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걸로 안다. 플랫폼 성장도 중요하지만 결국 중소 제작사들이 탄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 내수가 작지만 아시아권 시장을 기반으로 해외판권 수익을 늘려 제작비를 확보한다. 제작비가 부족하면 연출이 아무리 뛰어나도 표현할 수 없다. 미국은 아직 멀었지만 아시아에서는 중국 말고 회당 제작비가 가장 높은 국가다. 이제 마지막 남은 미국 시장에 가서 많은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그들 수준의 작품을 만들고 있다. 그만큼 뛰어난 작가, 감독, 배우가 많다는 거다. 이런 작품이 나왔을 때 생명이 유지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면 앞으로도 K-콘텐츠 발전 가능성은 높다"고 장담했다.

    앞으로 '우영우'는 웹툰, 뮤지컬 등을 넘어 다양한 프로젝트로 IP가 개발될 전망이다. 물론 시일이 좀 걸리겠지만 시즌2 제작 가능성도 열어 놓았다.

    이 대표는 "지금 웹툰으로 이미 5개국 수출이 진행됐다. 미국 쪽도 타진 중"이라며 "뮤지컬도 개발하는데 캐릭터만 살려서 세 가지 버전으로 각기 다른 스토리의 뮤지컬을 오픈하려고 한다. '우영우 타운'처럼 K-드라마에 관심이 많은 해외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관광지가 될 수도 있으리라 본다. 그렇게 끊임없이 발전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유 PD는 시즌2 제작에 대해 "지금 제가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3도 준비 중이다. 한국은 미국 드라마처럼 몇 개 시즌을 염두에 두고 기획하지 않아서 작품이 바로 나오기가 힘들다. '우영우'도 예상 밖의 큰 인기를 얻어 헤어지기 싫은 마음이 있는데 스케줄을 조정하고 여건을 만들어 나가는데 시간이 걸린다. 희망과 의지가 있지만 시즌2 확정은 지켜봐야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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