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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B컷]1심만 3년6개월째…망자까지 증인 신청한 양승태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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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법정B컷]1심만 3년6개월째…망자까지 증인 신청한 양승태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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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주

    수사보다는 재판을, 법률가들의 자극적인 한 마디 보다 법정 안의 공기를 읽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드립니다. '법정B컷'은 매일 쏟아지는 'A컷'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법정의 장면을 생생히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들을 충실히 보도하겠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종민 기자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종민 기자
    끝나지 않는 재판이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양승태 대법원이 법원의 이득을 챙기기 위해 사법 권력을 위법하게 남용했다는 의혹, 이른바 '사법 농단' 재판입니다.

    박근혜 정부 때 일어난 사건이니 벌써 사법적 판단이 이뤄졌을 것이라 생각하신 분들도 계시지만, 놀랍게도 아직 1심 재판이 '한창' 진행 중입니다. 검찰의 공소장이 2019년 2월 11일 접수됐으니, 무려 3년 6개월 동안 1심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공판 횟수만 무려 211회를 넘어섰습니다.

    좀처럼 볼 수 없는 재판인 것은 분명합니다. 오늘 법정B컷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판사 양승태의 재판 과정을 전해드리겠습니다.

    2019년부터 1심 재판…검찰은 최근 또 증인 108명 신청 


    검찰은 지난 6월 말, 사법 농단 재판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제35-1 형사부에 108명에 대한 추가 증인 신문을 신청합니다. 1심 재판이 시작된 지 3년 4개월 지난 시점에서 100명이 넘는 추가 증인 신문을 요구한 겁니다. 특히 108명 중 53명은 이미 재판에 출석해 증언을 했던 사람들입니다.

    검찰은 "검찰이 신청한 증거들에 대해 피고인 측이 부동의 의견을 유지하면서, 추가 증인 신청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검찰이 추가적으로 증인 신청을 한 주된 이유는 문서 등 증거물에 대한 '진정 성립' 때문입니다. 증인들을 상대로 문서 작성자가 누구인지 파악하는 절차죠.

    다만 검찰 역시 재판 장기화에 부담을 느꼈는지 "증인 모두에 대해 원칙적으로 증인 신문이 필요하지만, 현 단계에서 신청이 필요한 증인 수가 많고 이미 출석했던 증인들도 있는 점을 고려해 진정 성립 확인이 꼭 필요한 증인 위주로 증인 신청 계획을 제출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미 출석했던 증인들에 대해선 최대한 진정 성립 확인 내용만 주(主)신문에 포함할 예정이고, 1회 기일에 복수의 증인 신문도 가능하다"라고 밝혔습니다. 쉽게 말해 간략하고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것이죠.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종민 기자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종민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측을 포함해 피고인들의 변호인단은 난색을 표했습니다. 이미 불렀던 사람들을 또 불러서 물어보는 것은 소모적이고, 결과적으로 검찰 때문에 재판만 늦어진다고 주장합니다.

    공판에 참여 중인 한 변호사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앞서 공판 준비기일 때 검찰이 필요하다고 한 증인들에 대해선 이미 다 신문을 했는데 지금 와서 또 하겠다는 것"이라며 "결국은 그때 증인 신청을 했어야 했는데 검찰이 안 했던 사람들이거나, 그때는 서류 작성자가 누구인지 몰랐는데 이제 누구인지 알 것 같으니 다시 물어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이미 출석했던 증인들에겐 당시엔 검사가 미처 안 물어봤다가 이제 와서 다시 물어보겠다는 것"이라며 "재판 지연은 결국 다 검찰 책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일단 검찰이 신청한 19명에 대해서 이달 말부터 증인 신문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나머지 인원에 대해선 추후 판단하기로 했습니다.

    22.07.05 서울중앙지법 제 35-1 형사부 공판준비기일 中 
    재판부 "변호인들은 이번 주 금요일까지 검찰 의견서 이외 19명 증인에 대해서 반대 신문 예상 시간을 작성해서 협조해주세요"

    변호인 "협의하라고 말씀하셔서 논의는 진행할 것인데, 미리 말씀드리면 변호인들의 의견은 동일성 확인한 증거들에 대해선 이미 증인에 대한 재(再)신문 과정에서 인정됐고, 중복 증거들에 대해선 검사가 증거 신청을 철회하든, 재판부가 기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중략) 소모적이 절차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검사 "일부 증거 조사가 안됐습니다. 오래 걸리지 않고 문건 하나 당 1분 정도 예상되기 때문에 확인 절차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재판부 
    "(검찰은) 기존 내용이 방대하다 보니 (앞서) 증인이 나왔는데 미처 물어보거나 확인하지 못한 증거가 있고 다시 물어보자는 취지 같습니다. 재판부로서는 그렇게 하는 것에 특별하게 불허 않겠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빠른 진행이 필요하다며 검찰을 향해 이번엔 '제대로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22.07.12 서울중앙지법 제 35-1 형사부 공판준비기일 中
    재판부 "19명에 대해서 기일은 확정했고, 그럼 나머지 증인에 대해선 언제까지 자료 낼 수 있겠습니까?"

    검찰 "중간중간 확인해서 최대한 빨리 하겠습니다"

    재판부 "하나 말하면 이번에 하면 다음은 안 됩니다. 이 증인들은 이미 2017년에 나와서 다 말했는데 또 부르면… 이번 기회 놓치면 없으니깐 빠지는 것 없도록 합시다"

    변호사 "제가 또 말할 것이 일부 목록은 아직도 '파악 중'이라고 된 것도 있습니다. 재판장님 말씀 고려하면 그것의 가부 결정도 빨리 끝내야 합니다"

    재판부 "기소한 지 몇 년이 지나도 아직 파악이 안됐고, 또 '알고 보니 증인으로 부른 사람 중 한 명이었고, 그래서 또 부른다'… 이건 아니죠"

    추가 증인 신청을 두고 옥신각신하는 과정에서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검찰이 추가 신청한 증인 명단에 이미 사망한 사람이 포함된 겁니다. 고인이 생전 작성한 문서가 이번 재판과 관련이 있는 상황이지만, 이미 사망한 이를 증인으로 신청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죠.

    22.07.12 서울중앙지법 제 35-1 형사부 공판준비기일 中
    재판부 "검찰은 총 108명을 증인 신문을 하겠다는 것인데 사망자가 있어요. 김○○ 씨는 사망했는데 증인에 들어가 있어서 증인 신문을 하지 않아야 하니깐 한번 보세요"

    전직 판사들의 '하세월 재판'… 일반인도 이렇게 할 수 있을까?

    고상현 기자고상현 기자
    1심 재판만 3년 6개월 동안 진행 중인 '하세월 재판'을 두고 피고인들의 재판 지연 전략에 대한 비판도 나옵니다.

    결정적으로 지난 2020년 법원 정기 인사에 따라 재판부가 변경되자 양 전 원장 측은 현행법에 따라 공판 갱신 절차를 밟자고 요구합니다.

    다만 공판 갱신 절차는 '일반적'으로 새로운 재판부가 문서 형태로 받아 내용을 파악합니다. 피고인과 변호인이 이의 제기하지 않으면 원래대로 재판 절차를 밟아 나간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양 전 원장 측은 검찰의 반발에도 엄연히 존재하는 규정에 따라 새 재판부가 주요 증언 녹취를 다시 들어야 한다고 요구했고, 결국 재판부는 약 5개월 동안 기존 녹취를 다시 재생하며 공판 갱신 절차를 진행했습니다. '법대로 한 것'이란 답에 '일반인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자연스레 나옵니다.

    변호인측에서는 양승태 재판의 특수성을 거론하며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입니다. 2년 넘게 진행된 증인과 참고인 진술들이 방대한데다 직권남용 혐의 특성상 진술의 뉘앙스가 중요할 수 있는데 이를 문서만으로 파악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항변합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양 전 원장과 마찬가지로 사법 농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도 이를 '벤치 마킹'합니다. 올해 3월 임 전 차장 측은 재판부가 바뀌었다며 공판 갱신 절차를 요구했고, 이에 검찰은 "양승태 피고인 재판은 11명에 대한 녹취록을 다시 듣기 까지 5개월이 걸렸는데, (임종헌 피고인은) 33명이라 공판 갱신만 2년을 해야 한다"라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임 전 차장 측이 이러한 주장을 철회하면서 재판이 원래대로 진행됐지만, '법잘알'들의 행동에 씁쓸함을 감출 순 없습니다.

    재판 장기화는 재판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억은 흐릿해지고, 증인들의 증언에도 한계가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22.06.22 서울중앙지법 제 35-1 형사부 공판준비기일 中
    증인 "조서에서 뭐라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기억이 정확히 나지 않지만 관련 질문이 있다면 그대로…" (중략) "검찰 조서에서 제가 어떻게 얘기했는지 지금 기억에 없습니다"

    (중략)

    변호인 "검찰 조서에 2015년 상반기에 청와대에서 외교부 강제징용 관련 푸쉬(압력)가 강하게 들어온다고 알고 있었고,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이 푸쉬를 넣었는지는 알지 못했다고 진술한 사실이 기억납니까?"

    증인 "검찰 조서에 그렇게 돼 있다면…"

    변호인
     "기억은 안 나는데 그렇게 써 있다면 그렇게 말했을 것이란 건가요?"

    증인 "검찰 조서에 그렇게 쓰여 있다면요"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에 뒤이어 등장한 '사법농단' 의혹은 충격이었습니다. 어떤 권력에도 흔들리지 않아야 할 사법부가 누구보다 무기력했고, 그동안 의심은 있었지만 그래도 다수의 국민이 '평평한 운동장'이었을 것이라고 믿어온 법정이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그 국민적 불신은 사법적 심판이 이뤄지고 있는 지금의 재판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1심 재판이 4년 가까이 이뤄지고 있고, 언제 끝날지 가늠조차 안되고 있죠. 법조계에선 이르면 올해 연말, 내년 초에 1심 판단이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항소와 상고 절차가 이뤄진다면 단순 계산만으로도 형 확정까지 10년 넘는 시간이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습니다.

    재판이 이렇게 늘어지게된 데에는 검찰과 피고인측의 책임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재판을 진행하는 사법부의 의지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 개인의 자유를 박탈할 수 있는 형사재판은 가급적 빠른 선고를 미덕으로 삼습니다. 사법부 자신이 치부를 스스로 드러내고 단죄해야 하는 고통이 따른다 해서 이를 외면하는 것은 답이 아닙니다. 지금부터라도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1심 선고가 내려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법부의 의지가 나타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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