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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공군 여성 부사관들 피해 속, 장관·총장의 한가한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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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뒤끝작렬]공군 여성 부사관들 피해 속, 장관·총장의 한가한 답변

    편집자 주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공군에서만 1년 사이에 여성 부사관 관련 사건 4번 대서특필
    정확한 원인은 모르지만 '엄정 대처'라는 말은 무색해져
    정상화 공군참모총장, 이예람 중사 사건 당시 참모차장
    후보자 시절 첫 출근날 '정신전력' 언급했던 이종섭 장관
    '가치관이나 정신세계의 중심'은 과연 '대적관'만 있을까?

    김숙경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 소장이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 여군 하사 성폭력 사건에 관해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김숙경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 소장이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 여군 하사 성폭력 사건에 관해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공군에서 또 성추행 사건이 일어나 가해자가 구속기소됐다. 여군을 상대로 한 부적절한 사건이 공군에서만 1년 남짓 되는 사이 언론에 4번 대서특필됐는데, 드러나지 않은 범죄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5월 이예람 중사 성추행 사망 사건과 함께 같은 달에 일어난 8전투비행단 C하사 사망 사건, 올해 7월 20전투비행단 강모 하사 사망 사건, 그리고 이번 사건까지 잇따라 부적절한 사건이 일어나는 가운데 군이 과연 예방·해결책을 제대로 마련하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이를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정상화 공군참모총장의 메시지 또한 한가하기만 하다.

    공군, 한 달 사이에만 언론에 2번 대서특필

    시민단체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15특수임무비행단 소속 준사관이 여군 하사를 성추행해 구속됐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올해 1월 시작된 성폭력은 피해자인 A하사가 4월 피해 신고를 할 때까지 이어졌는데, 안마를 해준다는 핑계로 몸을 만지거나 코로나19에 확진된 남군 하사와 입을 맞추라고 하는 등 엽기적인 성폭력이 이어졌다.


    참다못한 A하사는 올해 4월 14일 공군 양성평등센터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고, B준위는 다음날 입건돼 약 열흘 뒤인 26일 구속됐다.

    그런데 군인권센터는 신고 직후 군이 부실 대응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공군은 피해자가 신고한 뒤에도 B준위를 다른 부대로 전출·파견하지 않고 4월 16~17일 정상적으로 업무를 보게 했다. B준위는 구속 전인 21일과 22일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자신의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며 피해자를 협박하고 회유하는 등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달 19일엔 충남 서산에 있는 20전투비행단 독신자 숙소에서 여군 강모 하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마찬가지로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강 하사는 자신의 다이어리에 군 내 괴롭힘을 암시하는 내용을 남겼다.

    개정 군사법원법에 따라 7월 1일부터 군인의 사망에 대한 원인이 되는 범죄는 민간에서 수사하고 재판하게 된다. 공군 수사단은 충남경찰청 광역수사대와 공조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일단 현재까지는 뚜렷한 범죄 혐의점을 찾지 못해 군에서 주도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거론된 두 부대 모두 이예람 중사 근무지…하루만에 무색해진 공군참모총장 발언


    4가지 사건의 공통점은 피해자 4명이 모두 여군 부사관이라는 점이다. 그 가운데 3명은 성추행을 당했고, 3명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런 부적절한 사건들이 공군에서 유독 여러 차례 일어나는지에 대해 정확한 원인은 아무도 모른다. 군 안팎에선 폐쇄적인 군 내부 문화와 함께 기술직군 특성상 도제식으로 진행되는 교육과 업무, 그에 따라 선임 부사관이나 준사관들이 절대적인 위치에 있다는 점 등을 꼽기도 한다. 일단, 사건 때마다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말이 무색해졌다는 점은 확실하다.

    이예람 중사는 20전투비행단에서 성추행 피해와 2차 피해를 당했고, 15특수임무비행단으로 전입 온 뒤에도 2차 피해를 당했다. 해당 사건이 전 국민의 공분을 샀던 만큼, 군 당국의 대책에 정말 실효성이 있었다면 특히 이 두 부대에서는 군 내 괴롭힘이나 성범죄가 잘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발생했다.

    정의당 배진교 의원은 지난 1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이종섭 장관과 정상화 공군참모총장에게 이같은 내용을 따져 물었다. 정 총장은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는 (괴롭힘 정황에 대해) 아직까지 (도움을) 요청한 정황은 없었다"고 답했다.

    배 의원이 '초급간부들은 자대 배치를 받고 나면 불만이 있더라도 직접적으로 표출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도 있고, 고충 상담을 할 때도 충분한 신뢰감과 안정감을 가지고 상담을 받아야 하는데 부족하지 않았나'고 재차 묻자 정 총장은 "신상 관리와 고충 처리와 관련되어서는, 조사가 끝나고 나면 문제점들을 식별해서 조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다음 날(2일) A하사 성추행 사건이 폭로되면서 이러한 말은 하루만에 무색해졌다. 같은 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공군은 '공군에서 왜 이렇게 성폭력 사건이 많이 터지느냐, 많이 발생하는 것이냐 제보가 많이 들어오는 것이냐', '언론에 언급되는 군 성폭력 사건 가운데 공군의 빈도수가 높지 않느냐', '예방책과 해결책에 실효성이 있느냐' 등의 질문이 이어지자 "답변드리기 어렵다.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알 만한 인물인데…공군참모총장과 장관의 한가한 답변

    정상화 공군참모총장. 연합뉴스정상화 공군참모총장. 연합뉴스
    사실 정 총장은 1년 전 공군참모차장이었고, 이예람 중사 사건으로 사퇴한 이성용 전 공군참모총장의 직무를 대행한 적이 있어 누구보다 관련 내용을 잘 알 터다.

    실제로 지난해 6월 9일 이예람 중사 사건 관련 국회 국방위 긴급현안질의 회의록을 보면,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은 "군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희한하고 해괴하고 무능하고 이상하게 조치한 예가 있었나'고 따졌고 정 총장(당시 차장)은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중사 사건이 '희한하고 해괴하고 무능하고 이상하게 조치됐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셈이다.

    서욱 당시 장관도 신 의원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묻자 "군사경찰 및 검찰의 무성의, 무능 이런 것이라고 보여진다"고 답했다. 군정권과 군령권을 모두 갖고 있는 국방부 장관이 직접적으로 군의 '무성의'와 '무능'을 언급한 일은 그만큼 뼈를 깎는 각오로 이러한 범죄를 뿌리뽑고, 발생시 제대로 대처하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볼 수 있다.

    사후약방문이긴 하지만 적어도 그는 이 중사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기 위해 노력하긴 했다. 서 장관은 직접 이 중사 시신이 안치돼 있는 국군수도병원에 조문을 가기도 했고, 유족을 여러 차례 만났으며 그 과정에서 나온 유족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다. 물론 15비 성추행 사건은 그의 임기 중이던 지난 1월부터 4월 사이에 일어났다는 점도 함께 감안해야 한다.

    이종섭 현 장관은 지난 1일 배진교 의원의 질문에 "군에 대한 우리 국민의 신뢰가 많이 떨어져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며 "군 인권보호관을 지정해서 수사 또는 조사의 초기 단계부터 관여함으로써 그 신뢰를 높이도록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답했다.

    이종섭 장관이 강조해야 할 '정신전력'은 '대적관' 뿐일까

    이종섭 국방부 장관. 박종민 기자이종섭 국방부 장관. 박종민 기자
    이 장관은 후보자 시절이던 지난 4월 첫 출근을 할 때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야전 부대 장병들이 가치관이나 정신세계에 있어 중심을 잘 잡지 못하고 있지 않느냐 하는 것이 일반적 평가"라면서 "장병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바로 갖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정신전력'의 중요성을 언급한 적이 있다.

    '가치관이나 정신세계'는 국방부 정신교육 교재에 북한군을 다시 '적'으로 명기한다고 해서 저절로 '중심이 잡혀지지는' 않는다. 우리 군이 북한군을 적으로 상정하고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며 이를 다시 상기한 것뿐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보다는, 누군가는 생각하지 못하는 사실을 강조하는 쪽이 효과가 크다는 것도 자명한 사실이다.

    군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며, 군인은 '군복 입은 민주시민'이라고 한다. 따라서 '국민'에는 당연히 동료 군인도 포함된다. 그러므로 '군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면 거기엔 성평등도 포함되고, 여군을 성노리개가 아니라 동등한 동료로 인식하고, 피해자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야 한다는 성인지 감수성도 포함될 터다.

    이 장관의 '가치관이나 정신세계' 또는 '나아가야 할 방향'에는 이런 언급이 언제까지 빠져야 하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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