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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정권 따라 바뀌는 기재부 법인세 정책



뒤끝작렬

    [뒤끝작렬]정권 따라 바뀌는 기재부 법인세 정책

    편집자 주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 첫 세제개편안에서 '법인세 인하' 들고나온 기재부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는 법인세 상승 방관해
    "공무원은 영혼 없다"며 자조하지만, 국민이 맡긴 나라 곳간에 책임 의식 가져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2022년 세제개편안' 사전 브리핑에서 주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2022년 세제개편안' 사전 브리핑에서 주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
    때아닌 법인세 인하 효과가 논란이다.
     
    기획재정부는 경제는 민간이 살리는 것이고, 이를 위해 기업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윤석열 정부 정책 기조 아래 올해 세제개편안을 통해 법인세 인하에 나섰다.
     
    그리고 이같은 정책은 곧바로 대기업 중심의 경제성장이 전반적인 경제성장을 이끈다는, 이른바 '낙수효과' 논란으로 이어졌다.
     
    낙수효과는 그 실효성에 대해 오랜 기간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경제 이론이다.
     
    낙수효과를 국가 경제에 직접적으로 반영한 대표적 사례인 1980년대 미국의 '레이거노믹스'(레이건+이코노믹스)는 양극화라는 후유증을 낳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는 2015년 보고서를 통해 "상위 20%의 소득 비중이 증가할수록 GDP(국내총생산)는 오히려 감소했다"고 지적했고, 재정학의 대가인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도 최근 "법인세율 인하가 투자의 획기적 증가를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은 신자유주의자들이 만들어낸 허구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반면 이른바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의 고도경제성장은 대기업 중심이었기에 성공했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5일 "주요국에서 효과가 없었으면 했겠느냐"고 말한 것처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를 비롯한 주요국이 최근 법인세를 인하하는 추세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논란의 여지가 있다 보니 정책을 어느 쪽으로든 추진할 수는 있겠지만, 문제는 법인세에 대한 기재부의 정책방향이 정권에 따라 달랐다는 점이다.
     
    기재부는 27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법인세 인하 효과가 있기 때문에 역대 정부에서도 지속적으로 법인세를 인하해 온 것"이라며 과거 정부들의 법인세 인하 사례를 제시했다. 이번 법인세 인하가 정권 맞춤형 정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전임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기재부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낙수효과와는 정반대인 '분수효과'를 지향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홍보하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였던 김동연 경기지사는 당시 "소득주도성장은 경제 구조를 개선하고 체질을 바꿈으로써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고 경제 구조를 탄탄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소득주도성장은 우리가 꼭 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프랑스, 독일, 영국, 일본 등 G5(주요 5개국)는 최근 5년간 법인세 최고세율을 내리거나 유지했는데 같은 기간 문재인 정부는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렸다.
     
    기재부는 '한국의 실효세율이 OECD 평균보다 높지 않다'며 법인세 인하 근거가 부족하다는 언론의 보도에 "법인세 실효세율이 2013년 17.1%에서 지난해 18.8%로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에 있다"고 반박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분수효과를 노린 경제정책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고, 법인세가 올랐으며, 주요국의 추세와도 다르니 이제는 법인세를 내리자는 것인데, 기재부가 간과한 것이 있다.
     
    소득주도성장을 강조하며 법인세를 올리고, 법인세 실효세율이 높아지는 것을 방관한 지난 정부에서도, 그러니 이제는 법인세를 내리자는 현 정부에서도 국가 경제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부처가 똑같은 기재부라는 점이다.
     
    기재부 주장처럼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가 '경제활성화를 위해 반론할 수 없는 경험칙'이라면 그동안은 왜 법인세 인하에 그토록 적극적이지 않았는지를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정권이 바뀐 후 처음 내놓은 '법인세 인하'를 골자로 한 세제개편안이 대기업·부자 감세라는 비난을 받자 일주일 새 무려 6개의 해명자료를 내놓은 기재부라면 더욱 그렇다.
     
    연합뉴스연합뉴스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고들 하잖아요."
     
    법인세 인하 효과 논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한 경제 관료가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기재부가 국가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부처인 것은 맞지만, 결국 최종 의사결정권자의 기호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 늘공(정통관료)의 숙명이 아니겠냐는 자조였다.
     
    국가재정은 정권의 소유물이 아니라 국민의 것이다. 개인의 소득세도, 법인의 법인세도 모두 국민들의 경제활동으로부터 나온다.
     
    때문에 국민이 맡긴 나라 곳간을 책임지는 기재부라면 특정 정치세력이 아닌 오로지 국익 하나만을 바라보고 경제정책을 펼쳐야 한다.
     
    늘공이 영혼을 버려야 할 때는 정권교체기가 아니라, 권력자의 입맛에 맞춘 정책노선에 부화뇌동하려는 마음이 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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