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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선원 북송사태, '값싼 반성문' 쓰면 책임 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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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끝작렬]선원 북송사태, '값싼 반성문' 쓰면 책임 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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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통일부 이어 외교부도 과오 인정했지만…잘못은 있되 문책은 없어
    국방부‧해경 검찰조사와 대비…인명 경시로 국격 손상 본질은 같아
    반성문 만으로 적당히 넘어가면 언제든 또 입장 번복, 정부 신뢰 실추

    통일부는 지난 2019년 11월 판문점에서 탈북어민 2명을 북한으로 송환하던 당시 촬영한 사진을 12일 공개했다. 당시 정부는 북한 선원 2명이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 통일부 제공통일부는 지난 2019년 11월 판문점에서 탈북어민 2명을 북한으로 송환하던 당시 촬영한 사진을 12일 공개했다. 당시 정부는 북한 선원 2명이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 통일부 제공
    통일부는 최근 2019년 북한 선원 송환 사건에 대해 "분명하게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그러면서 "국가안보실로부터 언론 브리핑 요구를 받았고 이후에 브리핑을 진행했다"며 문재인 청와대 핑계를 댔다.
     
    외교부는 그런 통일부 핑계를 댔다. 통일부의 판단의 연장선에서 유엔 측에 답변하다보니 "부족하거나 부적절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보다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은 점을 대외관계 주관부처로서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정도의 잘못만 인정한 셈이다.
     
    이게 과연 진솔한 반성인지 의문은 남지만 정부가 스스로 과오를 고백한 것은 일단 옳다. 왜 하필 경제와 안보 둘 다 심각한 지금 이게 불거졌는지 뜨악해 하는 사람은 많지만 기왕 제기된 의혹이니 푸는 게 좋다.
     
    문제는 잘못은 있되 문책이 없다는 점이다. 고의든 실수든 과오가 있다면 합당한 책임을 묻는 게 상식 중의 상식이다. 지금 통일부와 외교부의 태도는 반성문 한 장 쓰고 적당히 넘어가려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
     
    이래서는 매우 곤란하다. 언제부터 한국 공무원 사회가 이렇게 말랑말랑했나. 소소한 실책 하나로도 감사를 받고 징계를 받는 게 관료 조직이다. 오죽하면 '복지부동'이란 말이 나왔을까.
     
    외교안보 주무 부처의 '잘못'으로 인해 어쩌면 죽지 않아도 됐을 북한 선원 2명을 사지로 보내고, 그로 인해 국제사회의 비난까지 자초한 결과는 여타 공무원들의 징계 사유에 비춰 볼 때 결코 가볍지 않다.
     
    이는 국방부와 해경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으로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는 것과 비교해도 온당치 않다. 인명 경시로 국격을 실추했다는 점에선 본질적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동정론이 없지는 않다. 만약 문재인 청와대가 통치권적 차원을 넘어서는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게 사실이라면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설령 그렇더라도 책임은 남는다.
     
    공무원은 직업적 안정성을 보장받는 대신 정치적 중립의 의무가 주어진다. 한국 현실에서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부단히 추구해야 할 가치이다. 실제로 많은 '영혼 있는 공무원'들이 상사 또는 조직과의 힘겨운 싸움 속에 공익과 정의를 지켜내고 있다.
     
    그렇다면 통일부와 외교부는 '잘못된' 선원 북송을 막기 위해 과연 어떤 노력을 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소극적 저항이라도 있었다면, 나중에라도 바로 잡으려 했다면, 이 시점에 이렇게 별안간 불거질 일은 아닐 것이다.
     
    엄격한 군형법조차 부당한 명령에는 불복종(항명)할 수 있는 예외를 둔다. 무조건 상명하복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공무원 역시 '제복 입은 시민'으로서 시민사회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권력과 긴장을 유지해야 한다. 그게 전문 관료집단의 숭고한 사명이다.
     
    정부의 입장 번복에 어리둥절한 국민들이 지금 바라는 것은 값싼 반성문이 아니다. 그런 반성문이라면 얼마든지 또 다시 쓸 수 있고 정부의 신뢰는 그만큼 추락할 것이다. 잘못이 있다면 응당한 책임을 묻는 것, 그 당연한 원칙만이 이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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