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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화된 '원숭이두창' 유입…'지역사회 확산' 얼마나 커질까



보건/의료

    현실화된 '원숭이두창' 유입…'지역사회 확산' 얼마나 커질까

    핵심요약

    [Q&A]5월 초 영국 시작으로 52개국·3천여 명으로 확산
    독일서 입국한 30대 내국인 첫 확진…인천의료원 격리치료
    검역 시 '자진신고'가 최선이지만…100% 거르기는 불가능
    코로나19와 달리 공기전파보다는 신체접촉 감염 많아
    전문가들 "코로나처럼 위험하진 않지만 누구나 걸릴수 있어"

    연합뉴스연합뉴스
    지난달 초 영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로 퍼지고 있는 '원숭이두창'(monkeypox)이 마침내 국내에 상륙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 레바논, 싱가포르에 이어 다섯 번째로 감염사례가 발견됐다. 지난 4월 중순 코로나19 유행 감소세에 따라 거리두기와 입국 규제가 풀린 뒤 국내 유입은 '시간문제'로 여겨져 온 것이 사실이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에 따르면, 원숭이두창 환자는 전날 기준 52개국에서 확진자 3127명, 의심환자 117명이 보고됐다. WHO(세계보건기구)는 풍토병 국가와 아닌 지역을 구분하는 것이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판단 아래 오늘(23일) 긴급위원회 회의를 열어 원숭이두창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하기로 했다. PHEIC은 최고 수준의 경보 단계로, 그만큼 이 유행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방역당국은 최초 확진자에 대한 심층 역학조사에 돌입하는 한편 하반기 원숭이두창 빈발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검역 강화를 시사했다.
     국내에 처음으로 원숭이두창 의심환자가 발생한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모니터에 원숭이두창 감염병 주의 안내문이 나오고 있다. 인천공항=황진환 기자국내에 처음으로 원숭이두창 의심환자가 발생한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모니터에 원숭이두창 감염병 주의 안내문이 나오고 있다. 인천공항=황진환 기자
    -내국인과 외국인 등 2명이 의심환자였다고 하던데, 한 명만 확진된 건가.

    =그렇다. 국내 첫 확진자는 지난 21일 오후 4시경 독일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30대 내국인이다. 방역당국은 PCR(유전자 증폭) 검사와 함께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을 거쳐 이같은 결론을 내놨다. 피부 병변과 혈액 등이 검사대상에 포함됐다.
     
    A씨는 입국 전이었던 18일부터 두통 증상이 있었다. 입국 시점에는 37도 가량의 미열, 인후통, 무력증(허약감), 피로 등의 전신증상과 피부병변을 보였다. 그는 입국 후 본인이 직접 질병관리청에 감염이 의심된다며 신고를 접수했다. 공항 검역소와 중앙 역학조사관은 A씨를 의사환자로 분류했고, 지금은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인 인천의료원으로 이송해 격리치료 중이다.
     
    당국의 기초역학조사에서 A씨는 독일 체류 당시 환자와의 접촉이력이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A씨의 건강상태는 전반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전날 발열증상이 조금 나타나 해열제 처방 등 증상 완화에 초점을 두는 '대증요법'을 중심으로 한 치료가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첫 확진자가 나온 만큼 지역사회 유행 가능성도 커진 것 아닌가.

    =이미 환자가 발생한 이상 향후 해외유입 외 지역사회에서 감염된 환자가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 하지만 비말(침방울)이 주된 감염경로였던 코로나19의 전파력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앞서 당국은 확진자와 성관계를 맺거나 동거인 같은 고위험 접촉자가 아닌 이상 일반인 사이 원숭이두창의 위험도는 '낮음'에 해당된다고 밝힌 바 있다. 비말 감염 가능성에 대해 질병청은 전날 "확인된 바 없어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대부분이 아주 밀접한 접촉, 피부 접촉이나 성(性) 접촉 등을 통해 감염되는 것이 좀 더 일반적인 경우"라고 재차 밝혔다.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도 "성 접촉 과정을 보면 긴 시간에 걸친 굉장히 강한 밀접접촉이라 할 수 있다"며 "공기전파가 가능하다 해도 그건 (증상이) 아주 심한 환자의 경우다. 만약 비말 전파가 주 전파경로였다면 유럽에서 훨씬 큰 유행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코로나처럼 위험하진 않지만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라며 "전염경로가 은밀하다 보니 남성 동성애자들에게서 많이 나왔지만, 의료진이나 여성, 가족이나 밀접접촉을 한 친구 등 모두가 대상이 될 수 있다. 일반인이라고 전혀 위험이 없다고 볼 수도 없는 것"이라고 짚었다.

    원숭이두창은 확진자의 체액과 딱지, 상처 등을 매개로도 감염될 수 있다. 치명률은 3~6% 수준으로 현재 국내 코로나19 치명률(0.13%)보다는 훨씬 높지만, 실제 사망에 이른 사례는 매우 드물다. 금번 유행에선 나이지리아에서 1명의 사망자가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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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의심환자는 원숭이두창에 확실히 걸리지 않은 건가.

    =맞다. 또다른 의사환자였던 외국인 B씨는 지난 20일 항공편으로 한국에 들어왔다. 그는 입국 전날이었던 19일부터 인후통과 림프절 병증 등 전신 증상과 수포성 피부병변이 나타났지만, 입국 과정에서 당국에 이를 알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배부 받은 건강상태질문서에도 '증상 없음'이라고 표기했다.
     
    당국이 하나의 지표로 삼고 있는 '발열 검사'도 빠져나갔다. 기준치 이상의 열이 없다는 이유로 검역 단계를 아무 일 없이 통과한 것이다. B씨는 그 후 역학조사를 받을 때에야 이러한 사실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입국 이튿날(21일) 부산 소재 병원을 제발로 찾아 진료를 받긴 했지만, 일종의 허위신고를 한 셈이다.
     
    다만, 질병청의 분석 결과 B씨는 원숭이두창이 아닌 수두 환자로 확인됐다. 증상이 유사해 빚어진 해프닝이지만, 실제 원숭이두창 감염자였을 경우 '격리 공백'에 의한 추가전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떤 면에서는 검역 단계의 '구멍'이 드러난 것이라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 그런 지적들이 많았는데, 질병 특성을 고려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원숭이두창의 잠복기는 6~13일이지만 최장 21일에 달한다. 대표적 증상인 수포성 발진 등이 피부로 올라오면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하나 그 전에는 본인도 감염 사실을 완전히 인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또 낌새를 알아챘다 해도 당사자가 의도적으로 숨긴다면 당국이 선제적으로 다 거를 도리도 없다.
     
    코로나19 감소세가 유지되는 한 해외입국 방역을 다시 조이는 것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발열 검사와 건강상태질문서 외 실무적으로 추가할 수 있는 묘수가 별로 없단 얘기다. 당국은 출입국자에 대해 안내메시지로 해외여행 시 유의사항을 알리고, 원숭이두창 의심증상이 있을 때 입국단계에서 검역관에게 신고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의심환자로부터 건강상태 신고를 유도하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또한 의료기관을 통해 최대한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교육 등을 비롯한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검역의 한계는 뚜렷하다고 말한다. 김우주 교수는 "1차 방어선이긴 하지만 완벽하지 않은 일종의 '스크리닝' 방법"이라며 "(발열검사도) 열이 항상 높아져 있는 게 아니라 해열제를 먹고 들어오거나 오르락내리락하는 경우가 있어서 검역대를 지나가는 시점에선 다 알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엄중식 교수도 "주의를 환기시키고 '이런 병이 유입될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현재 증상이 있는 사람을 잡아내는 정도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만약 관련 증상이 있고, 감염이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에서 거짓신고를 하면 어떻게 되나.

    =검역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의심증상 여부에 대해서는 검역관의 조사에 성실하게 협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 대응수위가 높아진 부분이 있다면.

    =우선 경보 단계가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격상됐다. 이는 감염병 재난위기관리 표준매뉴얼에 따른 것으로, 질병청 차원의 대책반도 중앙방역대책본부로 격상해 백경란 질병청장(방대본 본부장)이 대응 책임을 맡게 됐다. 전국 지자체와 발생 시·도 내 모든 시·군·구도 지역방역대책반을 설치·운영해 비상방역체계를 가동한다.
     
    특히 정부는 하반기(7월 1일)부터 원숭이두창이 빈발하는 나라들을 검역관리지역으로 정해 해외유입 관리를 강화한다. 유럽과 아프리카 등을 통틀어 27개국이 지정됐는데, 발생 상위 5개국(영국·스페인·독일·포르투갈·프랑스)에 대해선 발열기준을 37.5도에서 37.3도로 낮추기로 했다.

    치료제인 항바이러스제 '테코비리마트' 500명분은 내달 도입되며, 3세대 백신도 도입 논의가 진행 중이다.
     
    -위험도에 따라, 접촉자는 관리 수준이 다르다고 하던데.

    =당국은 접촉자를 고위험-중위험-저위험 등 3단계로 분류한다. 위험도와 상관없이 '21일' 동안 관리를 받는 것은 모두 동일하다. 다만, 고위험 접촉자는 좀 더 면밀한 모니터링을 위해 격리되며 능동감시가 적용된다. 반면 중위험은 능동감시, 저위험 접촉자는 수동감시만 하면 된다.

    확진자는 딱지가 떨어질 때까지 격리병동에서 입원치료를 받는 것이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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