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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공격에 공포에 떠는 주민들…지자체는 "대책없다"[영상]



부산

    까마귀 공격에 공포에 떠는 주민들…지자체는 "대책없다"[영상]

    부산 모 아파트에서 까마귀가 주민 수차례 공격
    겁에 질린 주민들, 관할 지자체에 민원 제기
    지자체 "농작물 해칠 경우 '유해조수'로 분류되지만 사람 공격하면 대책이 없다" 답변
    부산도 도심지역 까마귀 출몰 급증하며 우려 확산
    전문가 "도심 생태 변화…대책 고민할 때"


    부산의 한 아파트 주민들이 까마귀에게 잇따라 공격을 받았다며 민원을 제기했지만, 관할 지자체는 '대책이 없다'는 답변만 반복해 주민 불안만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다. 전문가는 도심 생태 환경 변화에 따라 까마귀가 도심에 자주 출몰하고 있다며, 대책을 고민할 때라고 조언했다.

    부산 연제구 모 아파트에 사는 A(30대·남)씨. 지난달 중순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길에 나선 A씨는 주차장 건너편 나무에 앉아 있는 까마귀를 발견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라고 생각한 A씨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길을 걸어갔다.

    하지만 불과 몇 걸음 떼지 않아, A씨는 공포스러운 상황을 겪어야 했다. A씨가 등을 보인 순간, 나무에 앉아있던 까마귀가 날아와 머리를 공격한 뒤 달아난 것. 갑작스러운 공격에 A씨는 아연실색하며 도망치듯 발걸음을 옮겼다.

    불과 며칠 뒤 같은 장소에서 자신을 노려보는 까마귀를 또 발견했고, 이번에도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떠나야 했다. 이후에도 한 여성 주민이 까마귀에 공격을 당해 도망가는 모습을 봤다며, 이미 많은 주민이 같은 장소에서 수차례 공격을 받았다고 A씨는 주장했다.

    A씨는 "출근길에 공격을 당한 뒤에도 같은 장소에서 까마귀를 발견했는데, 마주칠 때마다 관찰하듯 매섭게 노려보는 탓에 겁에 질려 도망갔다"며 "까마귀에게 공격당한 다른 주민을 목격했고, 여러 주민이 겁을 먹고 있다는 말도 들었다" 전했다.

    부산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한 주민이 까마귀를 피해 달아나고 있다. 독자 제공부산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한 주민이 까마귀를 피해 달아나고 있다. 독자 제공
    인근에 초등학교가 있어, 자칫 아이들이 공격이라도 당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겠다고 판단한 A씨는 관할인 부산 연제구에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연제구는 까마귀가 농작물에 해를 입힐 경우에만 '유해조수'로 분류해 포획할 수 있다며, 주민이 공격을 당한 상황에서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A씨는 "여러 주민이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주민 안전을 지켜야 할 지자체가 별다른 고민도 하지 않고 '대책이 없다'는 말을 하니 황당했다"며 "결국,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스스로 안전을 지키기 위해 까마귀 주변을 피해 다니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성토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부산 연제구 관계자는 "까마귀가 사람을 공격한다는 민원은 접수됐지만, 관련 규정이 없고 해당 지역이 아파트 내 민간 소유 부지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대처가 힘든 것은 사실"이라며 "지금으로써는 주민들이 까마귀 출몰 지역을 피해 다니거나 스스로 대책을 세우는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구청 주변에서 발견된 까마귀. 송호재 기자부산의 한 구청 주변에서 발견된 까마귀. 송호재 기자
    최근 부산에서는 A씨 사례와 같은 까마귀 출몰이나 피해 신고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2019년 124건이던 까마귀 관련 119 신고 건수는 2020년 138건, 지난해 159건으로 늘었다.

    특히 올해에는 지난달까지 119건에 달하는 신고가 접수돼 지난 3년 동안 평균 신고 건수에 육박하고 있다. 실제 소방구조대 출동 건수 역시 39건으로 지난 3년 평균 출동 건수인 39.9건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전문가는 이 같은 현상을 '도심 생태 변화'의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천적이 많지 않은 남쪽 지역을 중심으로 까마귀 개체 수가 증가했고, 번식철이 되면 도심 내 녹지에 둥지를 틀고 개별적으로 서식하는 까마귀가 자주 발견된다는 설명이다.

    박순석 동물메디컬센터 원장은 "까마귀는 지능이 매우 높고 적응력이 뛰어나 도심 생활에 굉장히 잘 적응하고 사람의 행동도 관찰하는 동물"이라며 "까마귀 입장에서는 둥지를 틀어 알까지 낳은 자신의 생활 영역을 인간이 위협한다고 느껴 공격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도심 생태가 변화하고 형성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이지만, 이 때문에 인간의 안전이 위협을 받는 것도 사실"이라며 "우선 주민들이 스스로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대비책을 마련하되, 상생을 위한 고민도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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