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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건물마다 하나씩…독버섯처럼 퍼진 사행성 홀덤펍



경인

    [르포]건물마다 하나씩…독버섯처럼 퍼진 사행성 홀덤펍

    수원 인계동 거리 100m내 홀덤펍만 10여개
    현금으로 게임참여, 우승 상품도 현금 지급
    한판에 수십만원 배팅…1·2등 우승상금 독식
    홀덤펍 "상금 지급은 손님과의 개인거래, 불법아냐"
    경찰 "현금 거래 증거 있다면 형사처벌 가능"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요즘 홀덤이 인기를 끌면서 일대에 홀덤 펍이 많이 생겼는데, 대부분 현금으로 치는 도박장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15일 새벽 2시쯤 경기도 수원의 한 번화가인 인계동 거리. 일반 음식점들은 대부분 문을 닫아 간판 불이 꺼졌지만, 유독 '텍사스 홀덤', '홀덤 펍', '포커' 등의 간판에는 불이 들어와 쉽게 눈에 띄었다.

    100m 정도를 걸으며 간판 수를 세었다. 10개도 넘었다. 한 홀덤 펍에 직접 들어가봤다.

    수십만원이 왔다갔다…홀덤펍 가면 쓴 도박장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거리에 홀덤펍 간판이 곳곳에 달려 있다. 이준석 기자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거리에 홀덤펍 간판이 곳곳에 달려 있다. 이준석 기자
    매장안에서는 테이블 3곳에서 30여명의 손님들이 홀덤을 하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맥주와 카지노 칩이 보였다. 매장 안을 돌아보던 기자에 한 직원이 "지금 3프리(3만원) 게임에 참여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결제는 계좌이체 또는 현금으로만 가능하다고도 했다.

    안내에 따라 현금 3만원을 내고 닉네임을 정했다. 자리를 정해주며 만원짜리 칩 1개와 천원짜리 칩 19개, 백원짜리 칩 10개를 받았다.

    게임 방식은 각 플레이어에게 2장의 카드를 주고 테이블에 5장의 카드를 오픈한 결과 승자는 배팅한 칩을 모두 가져졌다. 게임에 참여한 지 몇 분도 채 되지 않아 3명이 자신이 가진 칩을 모두 걸었다. 현금으로 치면 대략 15만원 정도 됐다.

    곧이어 승자 1명이 모든 칩을 가져갔고, 나머지 2명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카운터에서 또다시 3만원을 칩으로 교환했다.

    몇 십 번의 카드와 칩이 오가더니 게임이 시작된 지 1시간여 만에 1·2·3등이 결정됐다. 이 시간 동안 플레이어 10명이 쓴 돈은 모두 60만원 정도였다.

    이중 1등은 전체 금액의 50%인 30만원을, 2등은 10%인 6만원, 3등은 3만원을 가져갔다. 나머지 돈은 매장이 챙겼다.

    게임이 끝나자 직원은 1·2·3등을 카운터로 불러 계좌번호를 물어본 뒤 곧바로 돈을 입금했다.

    3등을 한 플레이어는 "오늘 총 3바가지(1바가지=3만원)를 썼는데, 이정도면 양호한 편에 속한다"며 "진짜 운이 좋지 않을 때는 나혼자 10바가지(30만원)를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인근의 또다른 홀덤 펍도 가봤다. 커텐으로 창문을 가린 상태에서 칩이 부딪히는 소리만 정적을 깨고 있었다.

    술과 음료를 서빙하는 직원이 오가는 모습과 담배 냄새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하우스(도박장)'를 떠올리게 했다.

    이 매장의 게임 참여 비용은 3만원, 5만원, 10만원 대로 판돈이 더 컸다. 전 매장에서의 상황과 비슷하게 게임이 진행된 지 10여 분만에 현금 100만원에 해당하는 칩이 오갔다. 단 한번의 게임에서 50만원 가까운 칩을 잃은 한 손님은 허탈한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게임이 끝나자 직원은 1·2등에게 금액이 적힌 종이를 나눠줬다. 이 종이를 카운터에 가져가니 이전 매장과 마찬가지로 계좌에 현금을 이체했다.

    "우리는 합법"…단속 비웃는 불법 홀덤펍

    홀덤펍 내부. 이준석 기자홀덤펍 내부. 이준석 기자
    번화가를 중심으로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는 불법 홀덤펍이 경찰 단속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승이다.

    홀덤펍 업주 A씨는 "우리는 일반 음식점으로 영업 신고를 하고 손님에게 즐길거리를 제공할 뿐 도박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라며 "일부 손님들이 우승 상품으로 나가는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꾸긴 하지만 이는 나와 손님의 개인 거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와 경찰 등에 따르면 상품권 지급 역시 도박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일반 홀덤펍을 운영하는 B씨는 "상품권으로 시상하면 법망을 피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일부 매장들이 상품 지급 방식을 바꿨지만, 여전히 불법 소지는 다분하다"며 "불법 사행성 홀덤을 조장하는 매장때문에 건전한 게임을 열고 있는 소수의 매장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호소했다.

    경찰도 상품권을 지급한 뒤 현금으로 교환해주는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과거 바다이야기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상품권으로 대가를 지불한다고 하더라도 사행성 도박으로 볼 여지가 있다면 형사 입건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음식점에서 사행성 도박을 했다면 용도변경에 해당하고, 고의로 현금 도박을 열었다면 도박장 개설 혐의로 처벌할 수 있다"며 "다만 이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현금으로 도박을 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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