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후반기 국회 원 구성 협상에 착수하기 위해 회동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여야가 후반기 원(院) 구성 협상에서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두고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교육‧보건복지부 수장 공백 상태가 길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분간 국회 협상 추이를 보며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교육‧연금개혁' 착수를 위해 조만간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길어지는 교육부, 복지부 수장 공백…'교육‧연금개혁', 시동도 못 걸어
국회 원구성을 두고 여야 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국회가 2주째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 복도에 처리되지 못한 서류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윤창원 기자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교육‧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개최는 불투명한 상태다.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두고 여야의 쟁탈전이 벌어지면서 나머지 상임위원회에 대한 구성마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14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교육‧복지부 장관 후보자 임명 여부에 대해 "
일단 상당 시간 기다려보려고 한다"고 했다. 다만 인사청문회 없이 전날 임명한 김창기 국세청장에 대해선 "세정 업무를 방치할 수가 없어서 부득이하게 인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새 정부 출범 후 18개 부처 중 16개 부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은 완료된 상태다. 김인철 전 교육부‧정호영 전 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검증 과정에서 자진 사퇴하자,
윤 대통령은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와 김승희 전 의원을 각각 교육부와 복지부 수장에 내정했다. 윤 대통령은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안을 각각 지난달 30일과 31일 국회로 제출했다. 오는 18일, 19일까지 인사청문회가 열리지 않을 경우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 후 임명 강행이 가능한 셈이다.
문제는 윤 대통령이 주요 국정과제로 '교육‧연금개혁'을 제시한 상황에서 소관 부처 수장들의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교육과 연금 개혁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초당적 협력을 요청한 바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지금 직면한 안팎의 위기와 도전은 우리가 미뤄 놓은 개혁을 완성하지 않고선 극복하기 어렵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초고령화 사회를 목전에 앞둔 상황으로 사회 안전망 제공을 위해 연금 개혁이 불가피하고, 대학규제 개혁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춘 인재 양성도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인재 양성' 역설 윤 대통령…막판 임명 강행 가능성도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지난달 2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 품목에 대한 공급망 재편 합의안 발표 후엔 반도체 인재 양성이 우선순위로 급부상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
반도체 산업은 우수한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 핵심"이라며 "교육부도 경제 부처처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국무회의에선 이례적으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반도체' 관련 자료를 준비해 참석자들에게 배포 후 약 20분 간 강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인재 양성을 위해 교육부의 대대적인 개혁을 공개적으로 주문하면서 당과 정부도 보조를 맞추는 분위기다. 산업화를 지나 반도체와 AI(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돌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교육부가 시대 흐름을 쫓아가지 못한 데 대한 근본 대책 마련에 나선 셈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 국무회의 당시 강연을 맡았던 이종호 과기부 장관을 초대해 '반도체 특강'을 진행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을 어떻게 육성시켜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까, 이를 위해 정부와 인식을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었다"고 했다.
교육‧연금개혁이 시급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소관 부처 장관들에 대한 임명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자는 현재 기준으로 '해임' 처분까지 가능한 혈중알콜농도 수치(0.251%)의 과거 음주운전 이력이 드러났고, 김 후보자는 장녀 취업 과정에서
'엄마 찬스'와 부동산 편법 증여, 관사 재테크 논란 등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원 구성 협상이 지연되는 것도 문제지만 기존 후보자들이 자진 사퇴하며 이를 대체한 새 후보자들이 더 심각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며
"여야 협상 과정에서 한 명은 포기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이 장기화될 경우,
윤 대통령이 막판 임명 강행이라는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인사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송부 요청 기간을 최대한 채운 후 새 정부 1기 내각 인선을 마무리한다는 전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세청장 이외 다른 국무위원의 임명 여부에 대해 윤 대통령이 기다린다고 한 것은 임명 절차 등을 밟아 그 과정들을 차분히 기다리려고 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아직 여야가 막판 극적 타협을 이뤄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추이를 며칠 더 지켜보기로 한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