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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일반

    "칸, 송강호 '두 얼굴'에 꽂혔다"

    송강호, <브로커>의 분위기 완성시켜
    고레에다, 드라마로 이지은 매력 본듯
    박찬욱 <헤어질 결심> 폐막까지 호평
    한국영화 '역동적 에너지' 국제 위상↑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은선 (영화 전문기자)
     
    어제 칸에서 정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죠.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이 칸 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이 감독상, 송강호 배우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겁니다. 우리 영화가 국제영화제에서 큰 상을 탄 적은 꽤 있지만 이번이 좀 달랐던 건 뭐냐면, 한 영화에서 상 두 개를 탄 게 아니고 각각 다른 영화로 큰 상을 탔다는 점입니다.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이라는 작품이고요. 송강호 배우는 '브로커'라는 작품이에요. 엄청납니다. 도대체 현장의 분위기는 어땠던 건지 칸에서 막 돌아온 분입니다. 프리랜서 영화 전문기자 이은선 기자 연결해 보죠. 이 기자님, 잘 다녀오셨어요?
     
    ◆ 이은선> 네, 안녕하세요. 잘 다녀왔습니다.
     
    ◇ 김현정> 어젯밤에 귀국하신 거 맞죠.
     
    ◆ 이은선> 네, 개막식 바로 다음 날이었던 18일부터 칸 현지에 있었고요. 한국에 어젯밤에 막 도착을 했습니다.
     
    ◇ 김현정> 아니,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두 개의 큰 상이 한 작품에서 나와도 대단한 건데, 심지어 두 작품에서 나왔어요.
     
    ◆ 이은선> 그렇죠. 네.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왼쪽)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한국 영화 '브로커'로 한국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송강호가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2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왼쪽)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한국 영화 '브로커'로 한국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송강호가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 김현정> 도대체 현지 분위기가 어땠던 겁니까?
     
    ◆ 이은선> 지금 박찬욱 감독이 감독상을 받은 <헤어질 결심> 같은 경우는 현지에서 23일에, 그리고 송강호 배우가 남우주연상을 받은 <브로커>라는 영화는 26일에 공개가 됐었는데요. 보통 영화제 중반에 들어서면 화제작이거나 아니면 문제작이라도 등장을 하기 시작을 해요. 그런데 올해 초반의 분위기가 조용하다가, 21일에 올해 황금종려상을 받은 스웨덴 감독 루벤 외스틀룬드가 만든 <슬픔의 삼각형>이라는 영화가 등장하면서 조금씩 본격적으로 레이스에 불이 지펴지는 느낌이 있었고요. 이후에 다시 술렁이기 시작했던 것이 <헤어질 결심>이 등장하면서였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일지는 모르겠지만 본상 부문 중에 하나의 수상이 유력하지 않겠는가라는 이야기가 현지에서도 나왔었고요. <브로커> 같은 경우는 공개 전부터 사실상 현지에서 연기상에 대한 가능성이 예측이 됐던 상황이기도 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한국영화 두 편이 본상에서 동시 수상한 것이 최초이기 때문에 현지에서는 거의 축제 같은 분위기였죠.
     
    ◇ 김현정> 박찬욱 감독이야 원래 별명이 '칸느 박'이잖아요.
     
    ◆ 이은선> 그렇죠.
     
    ◇ 김현정> 칸이 사랑하는 남자. 그런데 송강호 배우는 남우주연상으로 사실 강력하게 예견됐던 건 아니죠?
     
    ◆ 이은선> 현지에서는 <브로커> 이전부터 올해 송강호 배우의 가능성이 조금씩은 예상이 되던 상황이긴 했어요. 왜냐하면 말씀드렸던 것처럼 초반에 분위기가 연기상을 줄 만한 작품이 올해 나오지 않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분위기가 조심스럽게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칸에 여러 번 초청을 받은 그리고 이미 국제적으로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는 송강호 배우가 <브로커> 영화가 잘 나온다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지 않겠는가 하는 이야기들이 나오긴 했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다가 영화가 상영이 되고.
     
    ◆ 이은선> 공개가 되면서 그렇죠.
     
    ◇ 김현정> 보고 나서 그러면 현지의 심사위원들, 영화계는 송강호의 무엇에 꽂힌 겁니까?
     칸 영화제 한국 첫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송강호.칸 영화제 한국 첫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송강호.
    ◆ 이은선> 송강호 배우가 사실은 연기로 실망시킨 적은 없는 배우잖아요. 그런데 이 <브로커>라는 작품이 곧 공개가 한국에서도 될 텐데,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영화가 비극적인 것과 휴머니즘이라는 설정을 오가야 되는 어려운 영화이긴 하거든요. 그래서 그 안에서 송강호 배우가 연기한 브로커 캐릭터가 결코 떳떳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아이와 아이 엄마를 만나면서 처음으로 이 아이에게 정말 최선으로 옳은 방향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인물로 등장을 하거든요. 말하자면 이 영화의 핵심적인 톤 앤 매너를 완성해 준 연기를 보여준 것이 아닌가 싶고요. 고레에다 감독이 실제로 기자회견에서 인간이 원래 가지고 있는 비애라는 것을 '상현'이라는 인물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는데, 송강호는 거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라고 생각을 했다는 말을 하기도 했죠.
     
    ◇ 김현정> 송강호가 연기한 선과 악이 동시에 공존하는 어떤 복합성, 이중성, 이런 걸 너무 연기를 잘한 거군요.
     
    ◆ 이은선> 네, 송강호 배우 역시 항상 고레에다 감독이 인간과 삶에 대한 가장 냉정하면서,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관객들에게 가장 따뜻함을 안기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인데. 이 인물을 통해서 감독이 추구하는 철학을 담은 작품 세계에 아주 충실한 얼굴이 되고 싶었다는 말을 밝히시기도 했죠. 그에 부합한 연기를 보여주셨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지금 말씀하신 고레에다 히로카즈감독. 일본 감독이 한국 배우들을 다 캐스팅 했어요. 거기에 우리가 가수 아이유로 알고 있는 이지은 씨, 송강호, 강동원. 이지은 씨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이 일본 감독이 캐스팅 한 거예요?
     
    ◆ 이은선> 이게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한국 작품을 굉장히 열심히 보셨다고 하는데 그중에 하나가 이지은 배우가 연기한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였고요. 이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어 대사의 뜻은 잘 모르지만 대사를 할 때 스며 나오는 느낌이라든가 감정과 뉘앙스 캐치가 빠른 배우라는 생각을 했다고 하세요. 그리고 이후에 가수라는 걸 보다 명확하게 인지를 하신 다음에 공연 DVD라든지 유튜브 영상 등을 열심히 좀 보셨다고 하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이지은 씨가 아이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는 장면이 있어요. 그 장면은 이지은 씨가 캐스팅 된 이후에 고레에다 감독이 추가를 한 것인데요. 이지은 씨의 노래를 듣고 싶어서 나도 모르게 그 장면을 넣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셨다고 또 고레에다 감독이 현지에서 밝히기도 했습니다.

    ◇ 김현정>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굉장히 유명한 감독인데 고레에다 감독이 이지은 씨의 매력에 빠졌네요.
     
    ◆ 이은선> 그렇죠.
     
    ◇ 김현정> 그러네요. 브로커는 지금 말씀해 주신 대로 베이비박스가 아닌 밖에다가 아이를 놓고 갈 수밖에 없었던 이지은이라는, 이지은 씨가 분한 '소영'이라는 여성의 비극을 그린 이런 작품인 거고.
     
    ◆ 이은선> 그렇죠.
     
    ◇ 김현정> 박찬욱 감독 얘기로 좀 넘어가 보죠.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이라는 작품. 탕웨이 씨와 박해일 씨가 주연한 이 작품을 통해서 감독상을 수상한 건데 수상 소감을 잠깐 좀 듣고 올까요?
     
    ◆ 이은선> 네.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 '헤어질 결심' 출연 배우 박해일(좌) 탕웨이(우).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 '헤어질 결심' 출연 배우 박해일(좌) 탕웨이(우).
    ★ 박찬욱 감독 (제75회 칸 감독상 수상 소감) / 코비드 시대를 겪으면서 우리 인류가 국경을 높이 올린 때도 있었지만 또 하나의 단일한 공포와 근심을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이 질병을 이겨낼 희망과 힘을 가진 것처럼 영화를 영원히 지켜내리라고 믿습니다. 그 무엇보다도 박해일 그리고 탕웨이, 이 두 사람에게 보내는 저의 사랑은 뭐라 말로..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 김현정> 박찬욱 감독의 수상 소감도 굉장히 감동적이었어요. 이 <헤어질 결심> 상영되고 나서의 현지 반응은 어땠어요.
     
    ◆ 이은선> 23일 밤에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상영이 끝난 후 호평이 이어지는 분위기였고요. 영화제 데일리 소식지인 스크린 데일리라는 곳에서 매일 경쟁 부문이 공개가 된 이후에 별점을 발표 하는데요. 헤어질 결심은 4점 만점에 3.2점을 받았고, 결과적으로 올해 총 21편의 경쟁 부문 작품 중에 폐막까지 끝까지 최고점을 유지한 작품이 됐습니다. 공개가 된 직후에 연기에 대한 평들도 굉장히 다양하게 쏟아졌는데요. 특히 영국 매체 가디언 같은 경우는 탕웨이의 연기에 대해서 카리스마가 넘치고 매혹적이다. 박해일과의 호흡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경이롭다 같은 평도 나왔기 때문에. 탕웨이의 연기설도 사실은 현재 조심스럽게 아주 예측이 되던 상황이었고요. 기자회견에서 탕웨이 배우가 감독이 내 인생의 한 부분을 완성해 주었다는 굉장히 공감 가는 평을 남기기도 해서 분위기가 좋은 상황이었습니다.
     
    ◇ 김현정> 저는 모르겠어요. 너무 제가 욕심내는 건지 모르겠는데 황금종려상까지 좀 기대를 했었거든요. 감독님도 하셨을 것 같은데 조금 아쉬워하진 않으셨어요? 박찬욱 감독.
     
    ◆ 이은선> 평점 결과가 수상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관계자들 그리고 무엇보다 박찬욱 감독 본인도 잘 알고 있는 내용이긴 했고요. 물론 아쉬운 결과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그 해 심사위원단의 성향이 어떻게 꾸려지는가에 따라서도 황금종려상의 행방이 결정되는 중요한 기준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다른 해였다면 또 다르지 않았겠는가 싶은 생각이 개인적으로는 좀 있고요. 칸 영화제가 가장 그 해 그 시즌에 가장 첨예한 정치사회적인 이슈들을 반영한 작품이거나 아니면 영화 내적으로 좀 아주 파격적이고 새로운 시도가 있는 작품들의 손을 들어주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경향을 생각해 볼 때 <헤어질 결심>의 감독상은 납득 가능한 결과이기도 하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무엇보다 정말 큰 상이기도 합니다.
     
    ◇ 김현정> 잘했습니다. 하여튼 우리 영화인들 대단하고. 저는 좀 궁금한 게 저는 사실 영화계 잘 모르고 특히 해외 영화계는 더 모르니까. 해외 국제적인 영화계에서 우리 영화의 위상이라는 게 솔직하게 국뽕 빼고. (웃음) 객관적으로 어떤 거예요?
     
    ◆ 이은선> 정말 높죠. 이제는 어딘가에 후보로 올라가면 당연하게 상을 받는 지금 상황이 됐는데. 제가 지금 해외 반응들을 보거나 실제로 취재로 나갔을 때 한국 영화가 지닌 역동적인 에너지를 이전보다 정말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가 있고요. 유럽 영화들만 해도 다양한 인종이나 이민자 문제라든가 중요한 사회적인 화두를 스크린으로 옮기는 것이 지금까지 아주 중요한 화두거든요. 이번에 공개된 다르덴 형제의 영화를 포함해서 많은 영화들이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게 주제적으로나 연출적으로 조금 고착화된 흐름이 아닌가 하는 움직임을 보일 때가 있거든요. 하지만 한국 영화의 경우, 소재와 연기와 장르적인 접근 면에서 아주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들을 꾸준하게 선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이게 전 세계로 하여금 한국 영화를 주목하게 하는 힘이 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과거에 비해서 정말 위상이 높아졌죠. 한국 영화.
     
    ◇ 김현정> 정말 정말 높아졌어요. 고레에다 감독은 어떻게 한국 제작사, 한국 배우들이 함께 하게 된 거예요.
     
    ◆ 이은선> 6년 전부터 기획은 되기 시작한 작품이고요. 이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프랑스에서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이라는 해외 작품을 먼저 선보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해외에서 좋은 배우들과 작업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감독에게 있었고요. 감독의 표현으로는 여러 좋은 우연과 인연의 결과가 겹쳐서 작업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을 하고 있죠. 한국에서도 인지도가 굉장히 높은 일본 감독이기 때문에.
     
    ◇ 김현정> 그렇죠. 어떻게 보면 그러면 우수한 감독을 우리가 초빙했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거네요.
     
    ◆ 이은선> 그렇죠. 같이 협업해서 좋은 한국 영화를 만들었다는 표현을 쓸 수 있겠습니다.
     
    ◇ 김현정> 사실 영화계에 대해서 우리가 자주 다룰 일은 없는데. 가끔 이런 좋은 소식이 나오면 도대체 우리 한국 영화가 어느 정도 위상인가 굉장히 궁금해지기도 하고 으쓱해지기도 하고 해요. 오늘도 아주 기분 좋은 소식 전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은선 기자 고생하셨습니다.
     
    ◆ 이은선>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네, 프리랜서 기자입니다. 영화 전문기자 이은선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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