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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

    "내가 미쳤었나" 루나 투자한 젊은 세대 '코인쇼크'

    핵심요약

    글로벌 미래가치로 평가받은 가상화폐 시장에는 부동산과 주식에서 '재미'를 못본 젊은 층들이 대거 유입됐다. 거래시간과 거래량이 제한되지 않은 가상화폐의 가격 변동률은 기존 투자처 대비 피드백이 명확했다. 적은 돈으로도 큰 이득을 본 많은 사람들이 더 큰 꿈을 안고 은행권 대출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유동성 잔치 국면이 끝나고, 비교적 안정적인 가상화폐로 여겨졌던 테라·루나까지 한 순간에 무너지면서 시장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정부 여당은 뒤늦게 투자자 보호를 위한 시장 규제방안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루나·테라 가격 폭락사태로 촉발된 가상화폐 피해 사례와 윤석열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 움직임을 연속 기획으로 짚어본다.

    [기획①]루나·테라의 몰락, 흔들리는 가상화폐 시장
    빚투·영끌로 거액 투자하고 회복할 수 없는 피해 본 젊은층
    '패닉' 끝나지 않았지만 '한 방' 노리고 오히려 폭락장 뛰어들기도
    금융권 피해 주시하지만…대비도 어려워

    가상화폐 시장이 최악의 침체기에 빠진 것은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 전환과 일부 스테이블코인의 디커플링 사태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진단했다. 박종민 기자가상화폐 시장이 최악의 침체기에 빠진 것은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 전환과 일부 스테이블코인의 디커플링 사태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진단했다. 박종민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내가 미쳤었나" 루나 투자한 젊은 세대 '코인쇼크'
    (계속)


    40대 자영업자 A씨는 가상화폐 루나의 개당 가격이 국내 거래소에서 2만 원대로 올라선 지난해 8월쯤 이 코인 투자를 시작했다. 그보다 한 달 전 지인의 루나 투자 권유를 받고도 '코인에는 실체가 없다'는 생각에 망설였던 그는 불과 몇 주 만에 가격이 2배 이상 치솟자 저축했던 돈 500만 원을 빼서 투자에 뛰어들었다.

    A씨는 "첫 투자 직후에도 가격이 빠르게 오르길래 계속해서 추가 매수를 했고, 결국 투자금이 5천만 원으로 불었다"며 "평균 매수가가 개당 4만 원선이어서, (루나 투자에 따른 보유자산이) 한 때 1억 원을 넘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앵커프로토콜'이라는 탈중앙 금융서비스에 보유 루나를 맡겨 이득을 보기도 했는데, 루나 폭락 국면에선 이게 독이 됐다고 한다. A씨는 "빨리 팔려고 했는데, 예치를 푸는 데에만 20일이 넘게 걸린다고 해서 발이 묶였다. 그래서 결국 한 푼도 못 건졌다"고 말했다.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와 스테이블 코인 테라USD(UST) 폭락 사태의 후폭풍이 뼈아프다. 루나와 UST는 사실상 가치가 전혀 없는 휴지 조각이 됐고, 글로벌 가상화폐 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A씨처럼 빚까지 내 시세차익을 노렸던 투자자들은 아직도 '패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테라. 연합뉴스테라. 연합뉴스
    코인 1개당 1달러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테라는 1달러 밑으로 가치가 급락했고, 그러자 테라와 연계된 자매코인 루나 역시 가치가 추락해 가상화폐 시장에 대혼란이 벌어졌다. 백서에 따르면 테라는 개당 가치가 1달러에 유지되도록 설계된 이른바 '스테이블(안정된) 코인'이고, 루나는 테라 가치 유지에 활용되는 코인이다. 예컨대 테라 1개의 가치가 0.9달러로 떨어지면, 투자자는 이를 1달러어치 루나로 교환할 수 있어 이익을 보게 된다. 투자자가 '앵커프로토콜'에 코인을 예치하면 20%에 가까운 높은 이자 수익을 제공하는 방식도 적용됐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상 '폰지 사기'라는 지적을 꾸준하게 받아왔다.  
     
    A씨는 "도대체 루나 가격이 왜 오르고 떨어지는지도 모르고, 코인이 무슨 가치가 있는지도 제대로 모른 채 그냥 투자했던 게 뼈아프다. 집을 살 돈이 날아갔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코인을 믿지 않았던 원래의 내 모습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세상이 정상화 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쓴웃음을 지었다.

    루나 코인에 3천만원을 투자했다가 결국 모두 잃었다는 회사원 B씨(29)도 가슴이 까맣게 타들어가기는 마찬가지다. 이제 가상화폐 거래소 앱만 봐도 화가 치민다는 그는 한 달에 50만원씩 꼬박 부었던 적금이 만기가 되자, 조금 더 수익이 날까 싶어 친구의 말만 듣고 몽땅 코인에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선택을 후회한다. B씨는 "사람이 당연히 처음에는 좋은 면만 보게 되지 않나. 그러니까 (안정성이라든지) 생각을 못했던 거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미쳤나' 하는 생각만 든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코로나 국면에서 넘치는 유동성이 자산시장으로 흘러들었고, 그 과정에서 가상화폐 시장도 급격하게 커졌다. 그만큼 피해도 곳곳에서 발생하는 추세다. 특히 가상화폐 투자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젊은 세대의 타격이 더욱 크다. 이들 중에는 지난해 부동산과 주식 급등 장에서 자산을 불릴 기회를 잃고 '벼락거지'가 된 뒤 역전을 노리고 '영끌'로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든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금융위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가상화폐 전체 거래소의 실제 이용자는 558만명으로 이 가운데 30대가 174만 명(31%), 20대 이하가 134만 명(24%)으로 나타났다. 절반 이상이 2030세대인 것이다.

    가상화폐는 가격 변동성도 매우 크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가상화폐는 623종인데 이들 종목 중 지난해 하반기 단독상장 가상화폐의 절반 정도는 평균 최고점 대비 가격하락률(MDD)이 70% 이상이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의 MDD 14.8%와 비교하면 가격 변동성이 아주 크다.

    인터넷 카페 '테라 루나 코인 피해자 모임' 회원은 최근 2만6천명을 넘어섰다. 각종 가상화폐 관련 인터넷 카페에서는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들이 넘쳐난다. 게시판에는 지인이 코인으로 재미를 봤다는 얘기에 5천만원을 대출받아 투자했는데 전부 잃었다거나, 이전에 가상화폐를 투자한 경험으로 루나에도 투자했는데 끝도 없이 떨어졌다는 식의 피해 사례가 줄을 이었다.

    연합뉴스연합뉴스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본 이들이 상당한데도 "지금이 저점"이라며 폭락장에 뛰어드는 이들도 있다.

    루나·테라 사태 이후 국내에서는 오히려 '한 방'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상장 폐지되기 전 상승세를 노리고 초단기 투자로 시세 차익을 보려는 투자자들이 몰렸다. 업계 등에 따르면 루나코인 보유자는 이달 13일 17만명이었지만 15일에는 28만명으로 늘어나, 사흘만에 무려 10만명이 증가했다. 상장폐지가 결정됐는데도 오히려 투자자는 급속도로 늘어나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자신을 40대 직장인이라고 밝힌 C씨는 루나 코인으로 3천만원을 잃었다면서도 "여윳돈이 생기면 기회를 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2~3년 더 견딜까 하는 생각도 든다. 2~3년 후에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희망을 놓지 않는 모습이었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이번 루나·테라 사태가 은행권 대출 상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빚을 내거나 여윳돈을 몽땅 투자한 20대~40대의 젊은 세대들이 (투자자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데, 손실율이 99%에 이른 상황에서 대출 원금과 이자를 과연 갚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가상화폐 부실 규모나 자금 출처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보니 대응책 마련은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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