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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尹대통령이 높인 인사검증 문턱, 누구를 탓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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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뒤끝작렬]尹대통령이 높인 인사검증 문턱, 누구를 탓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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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검찰총장 당시 조국 전 장관 인사검증에 직접 뛰어든 윤 대통령
    인사검증 잣대 스스로 높였는데 새 정부 내각 인사 검증에는 발목
    검사는 불법 아니면 문제 삼지 않지만 대통령은 국민여론 살펴야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은 인사 되돌리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중국 춘추전국시대 진(秦)나라 재상이었던 상앙은 진나라를 부국강병의 길로 이끈 인물이다. 그는 처벌이 두려워 "땅에 떨어진 물건도 줍지 않는", 즉 '도불습유'(道不拾遺)라는 고사가 나올 정도로 엄격한 법치주의로 나라를 다스렸다. 심지어 태자가 법을 위반하자 그의 측근을 극형에 처했을 정도로 상앙은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스스로의 원칙을 지켰다. 하지만 바로 그 태자가 왕위에 오르며 그는 순식간에 반역자로 몰렸다.
     
    도망자 신세로 전락한 그는 국경의 한 여관에 머물려하는데 여관 주인은 "여행증명서가 없는 손님을 재워주면 상앙이 시행한 법률 때문에 처벌을 받는다"며 투숙을 거부한다. 이때 상앙이 "내가 만든 법이 오히려 나를 해하는구나"라고 탄식하는 상황이 바로 고사성어 '작법자폐(作法自弊)'다.
     
    2천 년이 훌쩍 넘은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10일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상황이 상앙의 고사와 닮은 점이 많기 때문이다.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돼 임명된 장관은 7명에 불과하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준 절차가 언제 마무리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새 정부는 총리는 물론이고 상당수 장관이 공석인 상태에서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후보자 자진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황진환 기자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후보자 자진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황진환 기자
    새 정부 총리·장관의 인사청문 절차가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를 꼽자면 여야 간 '힘겨루기'이지만, 높아진 검증 잣대 역시 무시못할 이유다.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 후보자는 검증의 칼날을 버티지 못하고 자진사퇴했고 '소통령'이라 불리는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대통령의 친구'로 알려진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후보자와 정 후보자는 반드시 낙마시키겠다는 각오로 화력을 모으고 있다. 이들에 대한 검증 포인트를 살펴보면 후보자 본인이나 배우자보다는 오히려 자녀에게 집중돼 있다. 과거 청문회 과정에서도 장관 후보자 자녀의 진학을 위한 위장 전입, 혹은 불법·편법 증여 등은 단골 검증 포인트였다. 하지만 자녀의 입시는 물론 그 준비 과정까지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는 검증은 조국 전 장관 이후 본격화 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이한형·박종민 기자윤석열 대통령과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이한형·박종민 기자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행동하는 지식인의 대명사로 통하며 진보진영의 기대를 한몸에 받던 조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초대 민정수석을 시작으로 정치의 영역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2019년 8월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내정되자 시작된 검증 과정에서 '내로남불'의 대명사로 전락했다. 배우자의 사모펀드 불법 투자 의혹과 일가가 운영한 웅동학원 비리 의혹 등이 도화선이 됐지만 결정타는 자녀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진학과정에서 불거진 부정 입학 의혹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황태자였던 조 전 장관을 나락으로 끌어내린 장본인은 바로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검증 과정에서 야당과 언론이 제기한 의혹으로 여론이 악화되면 통상 자진사퇴나 지명철회로 마무리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당시 윤 대통령이 이끌던 검찰은 여러 의혹에 대한 수사에 전격 착수했다. 조 전 장관은 취임 35일 만에 사퇴했지만 검찰의 집요한 수사는 이어졌다. 결국 조 전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전 교수는 입시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4년형이 확정됐다. 또, 얼마 전 부산대 의전원은 딸 조민 씨의 입학을 취소했다.
     
    조 전 장관 이후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과거 인사청문요청서에 첨부된 자료 내에서 검증이 진행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제출된 자료의 범위를 넘어 후보자 일가에 대한 광범위한 검증이 진행된다. 특히 후보 자녀의 입시 관련 검증이 핵심 포인트로 부상했는데, 후보자 자녀들이 다니거나 다녔던 학교로 자료 제출 요구가 쇄도해 학사일정이 마비될 정도라고 한다. 심지어 이번 인사청문회에서는 아직 입시도 치르지 않는 후보자의 미성년 자녀뿐만 아니라 처가 조카들의 입시준비 과정까지 검증 대상에 포함됐다.
     
    이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이나 국민의힘 측은 "과도한 정치공세"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동시에 "불법은 없었다"라며 의혹이 제기된 후보자에 대해 임명 강행 수순을 밟고 있다. 그런데 이런 반응은 조국 사태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반응과 흡사하다. 문 전 대통령은 "본인이 직접적으로 책임질 불법행위가 드러난 것은 없다"면서 조 전 장관의 임명을 강행했고, 이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한 민심이반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10일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돌이켜보면 현재 고위공직자에 대해 과도하게 높아진 검증 잣대는 윤석열 대통령이 제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 전 장관이 장관직, 특히 법무부장관으로 부적절한 인사였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별로 없어 보이지만, 꼭 그가 아니었더라도 사실상 현직 검찰총장이 주도하는 검증을 버텨낼 만한 장관 후보자가 얼마나 있을까?
     
    윤 대통령은 대선에 뛰어든 1년여를 제외하고 경력 대부분을 법질서 확립이 주요 임무인 검사로 보냈다. 검사로서 국정원 댓글조작, 국정농단 등 큼직한 사건을 수사하며 부러질지언정 꺾이지 않는 강골검사로의 면모를 뽐냈다. 그렇게 천생 검사로 남을 것으로 보였던 그를 대통령의 길로 이끈 일대 사건이 바로 조 전 장관 수사였다. 이후 현 야권의 집중적인 공격은 그를 대선 출마 외에 선택지가 없는 외통수로 몰아넣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새 정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엄격한 검증은 후보자뿐만 아니라 윤 대통령이 내세운 공정과 상식에 대한 검증이다. 조국 사태를 통해 윤 대통령 스스로가 공정과 상식의 기준을 높여 놨다는 인사 검증을 통한 야당의 파상공세가 부당하다고 불평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여기다 법을 어기지 않으면 문제 삼지 않는 검사와 달리 대통령은 법 위반 여부는 물론 국민여론, 국민의힘의 표현을 빌리자면 '국민수용성'까지 살펴야 하는 자리다.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 인사를 되돌리는 결단도 대통령에게는 필요하다는 얘기다.
     
    다시 상앙의 고사로 돌아가 보자. 과도한 법집행은 결국 그의 발목을 잡았지만 상앙이 바로 세운 국가기강은 후에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하는 기틀이 됐다는 것이 후세의 평가다. 여기다, 태자의 눈밖에 나 몰락의 길을 걸은 상앙과 달리 전 정부의 눈밖에 난 검사 윤석열은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다. 상앙의 고사는 비극이지만, 윤 대통령의 이야기는 적어도 현재까지는 해피엔딩인 이유다. 다만, 5년 뒤 윤 대통령이 상앙과 같은 후회 속에 임기를 마무리할지, 도약하는 대한민국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박수갈채 속에 퇴장할지는 앞으로 5년, 오롯이 그의 행보에 달려있다. 그리고 그 행보 앞에 놓여진 수많은 선택의 기로 가운데 첫번째 선택의 기로 앞에 그가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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