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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600억원대 횡령에 은행권·회계법인도 '갸우뚱'



금융/증시

    우리은행 600억원대 횡령에 은행권·회계법인도 '갸우뚱'

    주요 은행에서 6년간 600억 이상 횡령했지만 내부통제는 '먹통'
    시중은행 관계자 "잔고로 잡아놔 회계감사, 내부감사 수시로 한다"
    "상장사는 외부 실사 의무, 왜 안 걸러졌는지 전혀 이해 안 돼"
    회계법인 중견 간부 "6년 동안 발견 못한 건 흔한 경우 아냐"

    연합뉴스연합뉴스
    고객 자금 관리 체계가 가장 엄격할 것으로 여겨진 시중은행에서 600억 원대 대형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금융감독원은 28일 즉시 검사에 착수했지만 수년 동안 내부 직원의 횡령 사실이 외부로 드러나지 않은 것에 대해 회계법인과 다른 은행 관계자들도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2012년부터 6년간 3차례 개인계좌로 횡령

    28일 금융권과 경찰 등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전날 내부 감사를 통해 직원 A씨의 횡령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횡령 금액은 당초 알려진 것보다 100억 원이 더 많은 600억 원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10년 넘게 우리은행에서 재직한 차장급 직원 A씨는 지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년간 3차례에 걸쳐 600억 원을 개인 계좌로 인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횡령금은 우리은행이 옛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하려던 이란 가전업체로부터 몰수한 계약금의 일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27일 밤 10시 30분쯤 A씨를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외부실사·내부관리에서 발견 못한 점은 이해 안 돼"


    지난 28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연합뉴스지난 28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연합뉴스

    시중 대형 은행에서 대규모 횡령 사건이 수년 동안 드러나지 않은 것과 관련해 금융권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말 터진 오스템임플란트의 2200억 원대 횡령 사건은 횡령 직원이 매 기말마다 자금 잔액을 맞춰놓아 샘플링에 의존하는 외부 감사로는 발견하기 쉽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경우는 횡령 기간이 2012년에서 2018년까지 장기간이고 내부 자금을 개인계좌로의 이체한 횟수도 3차례에 불과해, 상장사로서 정기적으로 받는 외부 실사가 아니더라도 내부 감시를 통해 충분히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매각자금은 잔고로 잡아놓은 거라서 회계감사를 하든 내부감사를 하든 수시로 볼 수 있는 부분"이라며 "상장사는 외부 실사를 받는데 거기서도 왜 안 걸러졌는지도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내부에서도 못 걸렀다는 건 관리가 제대로 안 된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가 미치지 못하는 특별 계좌가 사용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잔액이 한 두 푼이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제대로 관리를 해야 한다. 해당 금액이 남아있는지 수시로 확인을 한다"며 "잘 모르겠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내부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시중 대형 회계법인 소속인 20년차 회계사 B씨는 "회계감사는 기본적으로 샘플링으로 추출해 일부를 들여다보기 때문에 모든 자료를 다 볼 수는 없다. 소위 돈이 오가는 거래 내역이 너무 많아 외부 회계 감사에서도 걸러내지 못할 개연성은 있다"면서도 "하지만 6년 동안 발견하지 못한 건 흔한 경우는 아니다. 좀더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2018년까지 통용된 회계 제도 자체가 현재의 내부 회계 관리 제도와는 다른 면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B씨는 "지금은 내부 회계 제도 얘기가 많이 나오지만 이 제도가 정식 감사로 전환된 건 2019년이었다"며 "그전에는 내부 회계 관리가 '감사'가 아니라 내부 회계 '검토'였다. 검토는 말 그대로 상장사를 상대로 '내부 컨트롤이 잘 되고 있어요?'라고 질문하는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전격적으로 우리은행 검사 착수


    연합뉴스연합뉴스

    최근 오스템임플란트와 강동구청 등 민간기업과 지자체에서 적잖은 규모의 횡령 사건이 잇달아 발생했지만, 고객들의 자산을 보호할 은행에서 600억 원대 횡령사건이 일어났다는 점에서 금융권은 큰 충격에 빠졌다. 600억 원은 은행 금융 사고 전례에 비춰 극히 드물게 많은 액수다.

    금융당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에서 발생한 금전사고는 사기 8건(6억 8만 원), 배임 3건(41억 9천만 원), 횡령유용 16건(67억 6천만 원) 수준이었다.

    금감원은 이번 횡령 사고 규모가 이례적으로 크다는 점에 주목해 우리은행을 상대로 즉각 검사에 착수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28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즉시 대응할 필요성이 있어서 바로 오늘 오후에 수시검사에 착수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에 대한 금감원 검사 기간이나 인원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현장 검사 결과 필요하다면 기간을 더 늘릴 수 있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고객들의 자산을 보호할 은행에서 600억 원대 횡령사건이 발생한 했다는 점에서 금감원의 검사는 우리은행의 리스크 관리와 내부 통제 시스템 등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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