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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군 후배들에 민폐일까?" 대투수, 대기록 뒤의 큰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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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군 후배들에 민폐일까?" 대투수, 대기록 뒤의 큰 깨달음

    KIA 양현종이 14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와 홈 경기에서 역투하는 모습. 연합뉴스KIA 양현종이 14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와 홈 경기에서 역투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국 프로야구를 주름잡았던 대투수다운 대기록이다. 역대 최연소 2000이닝이다. 그러나 여전히 겸손했고, 어느덧 어려운 후배들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까지 생겼다.

    KIA 에이스 양현종(34)이다. 양현종은 지난 14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와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홈 경기에서 6이닝 5탈삼진 7피안타 2볼넷 3실점을 기록했다. 2이닝을 던지면서 꼭 2000이닝을 채웠다.

    만 34세 1개월 13일, 역대 최연소 2000이닝이다. 정민철 한화 단장의 34세 2개월 9일 기록을 당겼다. 타이거즈 소속으로는 이강철 kt 감독 이후 2번째 기록이다.

    다만 양현종은 당일 인터뷰를 하지는 못했다. 팀이 2 대 3으로 졌기 때문이다. 양현종은 이날 호투했지만 아쉬운 외야 수비와 타선 침묵 속에 패전을 안았다.

    대신 양현종은 15일 NC와 창원 원정을 앞두고 회견에 나섰다. 양현종은 "큰 타이틀이고 2000이닝을 던진 선배님들과 이름이 같이 거론되는 것만으로 뿌듯하고 영광"이라며 황송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이걸 목표로 잡은 건 아니었는데 꾸준히 하다 보면 좋은 기록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면서 "한 시즌 꾸준히 던지는 게 역할인데 그러다 보니 감격스러운 타이틀이 오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

    역대 최연소이기에 역대 최다 이닝 기록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KBO 리그 역대 최다 이닝은 한화의 전설 송진우의 3003이닝이다.

    이에 대해 양현종은 "그 기록은 꿈의 기록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어 "앞으로 150이닝을 7년 동안 던져야 하는데 꿈의 숫자인 것 같다"면서 "2000이닝도 외국인 선수들이 놀라는데 3000이닝은 거짓말로 생각할 정도로 말도 안 된다"고 손사래를 쳤다. 통산 3000이닝 이상을 던진 선수는 메이저리그(MLB)에서는 사이 영(7357이닝) 등 134명, 일본 프로야구는 가네다 마사이치(5526⅔이닝) 등 27명이 있다.

    14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2 KBO 리그 롯데와 경기에서 KIA 양현종이 2회초 투구를 마치며 역대 최연소 2000이닝을 달성한 뒤 주장 김선빈에게 달성 기념구를 받으며 미소 짓고 있다. 연합뉴스14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2 KBO 리그 롯데와 경기에서 KIA 양현종이 2회초 투구를 마치며 역대 최연소 2000이닝을 달성한 뒤 주장 김선빈에게 달성 기념구를 받으며 미소 짓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정 단장의 기록은 가시권에 있다. 양현종은 "정민철 단장님의 기록은 열심히 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정 단장은 통산 2394⅔이닝을 던졌다.

    이런 대기록을 달성한 양현종은 문득 후배들을 떠올렸다. 양현종은 "프로 16년째인데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고 운을 뗐다. "예전에는 꾸준히 40살 이상까지 하는 대선배들이 상징적이었다"면서 양현종은 "요즘은 고참 입장이라 부담이 많이 되더라"고 털어놨다. "1경기 못 던지면 '이 자리에 있는 게 맞나' '2군에 열심히 하는 어린 선수들이 많은데 괜히 한 자리 차지해서 이들이 힘든 경쟁을 해야 하지 않나?' '힘들 때가 됐을 때는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가 오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몸 상태 때문은 아니다. 양현종은 올해 3경기에서 2패를 안았지만 모두 6이닝을 책임졌고 평균자책점은 1.50에 불과하다. 수비 실책과 타선 불발로 승리가 없을 따름이다.

    양현종은 "몸 상태보다는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선수들이 열심히 하는 것을 보고 드는 생각"이라며 에이징 커브에 대해서는 고개를 저었다. 이어 "2군의 어린 선수들에게 에전에는 위로나 힘이 될 만한 얘기를 많이 했는데 요즘에는 문득 선수들이 인사하고 2군으로 갈 때 '내가 괜히 1군을 차지하는 거 아닌가' 스스로도 마음 아프기도 하고 은퇴를 생각하는 나이가 오지 않았나 시간이 너무 야속하다"고 고백했다.

    지난해 양현종은 미국에 진출해 마이너리그 강등의 아픔을 겪으며 더 성장한 느낌이다. 양현종은 "너무 많이 좋은을 경험 하고 왔다"면서 "미국이 한국보다 월등하다 생각하지 않고 비슷한 실력 차"라고 했다. 이어 "힘보다 타이밍 싸움을 해야 한다는 걸 보고 느끼고 배웠다"면서 "예전 같은 구위가 나오지 않지만 조금 더 생각하면서 던져서 결과가 나쁘지 않게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양현종은 자신을 롤 모델로 삼고 있는 지난해 신인왕 이의리(20) 등 후배들에게 이런 경험을 전해주고자 한다. 양현종은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도 많고, 뭐든지 다 도와주고 싶고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라면서 "후배들이 귀가 아프겠지만 아는 부분, 느낀 부분 최대한 도움을 많이 주는 게 내 역할"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팀의 반등을 바라고 있다. 양현종은 "수비와 득점 지원은 핑계일 뿐 리더라면 내가 더 잘 던졌어야 했다"면서 "아직 초반이고 앞으로가 중요한데 빨리 등판일이 왔으면 하고 기대가 된다"고 다짐했다. 더 각성한 대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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