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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죽음과의 사투"…오미크론, 요양시설엔 더 혹독했다



보건/의료

    "지금도 죽음과의 사투"…오미크론, 요양시설엔 더 혹독했다

    '오미크론 취약' 요양시설 요양보호사 얘기 들어보니
    보호사들 "95%가 감염 경험, 민폐될까 휴가 말 못 해"
    1명 당 입소자 2.5명 원칙이지만…10~20명 돌보기도
    요양병원도 인력난…"간호사들 평소 대비 두 배씩 근무"
    격리기간 7일→3일 단축엔 "보호사 희생자 강요" 비판도

    연합뉴스연합뉴스
    오미크론 유행 감소세가 뚜렷해지며 곳곳서 일상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긴장의 끈을 쉽게 놓지 못하는 곳이 있다. 고령이면서 기저질환을 지닌 고위험군 환자들이 머무는 요양시설 그리고 요양병원의 얘기다.

    환자들은 물론, 이들을 돌볼 일선 인력조차 대거 감염을 경험했던 최악의 유행 상황 속 한 달 넘게 사투를 벌이는 현장의 목소리를 CBS 노컷뉴스 취재진이 직접 들어봤다.

    요양보호사 10명 중 9명 감염…"쉬고 싶어도 말 못 해"

    "오미크론 유행을 겪으며 감염되신 직원분들이 90% 이상이라고 보면 됩니다. 특히 요양보호사들로만 하면 95% 이상 감염 경험이 있다고 보면 돼요. 여기 근무하시는 분들이 29명 정도인데 이중 두세 명 빼고는 다 걸렸으니까…"

    울산 동구노인요양원에서 근무하는 배운태(55) 요양보호사의 말이다. 돌봐야 할 입소자 대다수가 감염에 취약한 고위험군 환자라 혹여 피해가 될까 일찍이 백신 접종을 마치고 약속과 모임도 자제했지만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오미크론 대유행을 피해가기는 역부족이었다.

    배 보호사는 "2년 동안 그 좋아하던 노래방도 안 가면서 감염을 피하려 버텨왔는데 이게 한번 뚫리니까 걷잡을 수 없게 됐다"며 "모두들 1차, 2차, 3차 이렇게 접종도 다 하고 모임도 자제하며 버텼는데 이게 한 번에 넘어가게 되니 말 그대로 속수무책이었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처럼 유행이 번지며 인력 부족이 일상화하자 "하루 쉬겠다"는 말도 꺼내기 어려웠다고 한다. 부족한 인력에 다른 보호사들에게 민폐가 될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요양시설에서 근무하는 대부분의 요양보호사는 5~60대다. 적잖은 나이에 몸은 많이 쓰는 일이다 보니 손목부터 팔꿈치, 어깨, 허리까지 곳곳이 아프지만 꾹 참고 버티는 일이 오미크론 유행 속 당연한 일이 됐다는 게 이들의 말이다.  

    서울시립중랑요양원 최은혜(60) 요양보호사는 "하루 종일 기저귀 가는 일부터 심하면 농변(치매환자들이 대변을 맨손으로 잡거나 신체, 침구 등에 바르는 일)하는 어르신 돌보기까지 일의 강도는 말로 다 표현을 할 수 없을 정도"라며 "그렇지만 7일간 치료를 받고 회복이 덜 돼도 자기 휴가를 사용해서라도 쉬고 싶다는 말은 못 한다. 대체할 인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보호사 1명이 입소자 20명 돌보기도…대체인력 투입도 안 돼


    연합뉴스연합뉴스

    열악한 상황에 요양보호사 1명 당 입소자 2.5명을 돌보는 게 기본 원칙이지만 실제로는 10명에서 20명의 인원을 홀로 담당하는 경우도 적잖았다고 한다. 입소자 감염도 늘어 병원 이송을 요청할 때마다 "여유가 있다"는 정부 설명과 달리 "병상이 부족하다"는 답변이 돌아온 게 현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보호사는 "보호사들이 확진되면 추가 근무자를 넣어야 하는데 사람이 없다. 근무하는 날이 아니지만 인원이 없다 보니 대타로 들어가고 있다"며 "입소자 2~3명을 1명이 보는 게 아니라 20명이 넘는 사람을 1명이 돌보게 되는 경우까지 있다. 그런데도 인력 지원은 전혀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배 보호사는 "어르신(입소자)들도 우리도 코로나가 번지며 계속 자가격리를 하니 근무인원이 계속 주는 상황"이라며 "어르신들은 전원, 그러니까 다른 병원에 이송을 해야하는데 (병상이 부족해) 중증 환자도 못 받는다 하더라. 없는 공간을 만들어 분리해도 일반 어르신과 확진 어르신들이 어쩔 수 없이 섞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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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를 비롯해 간호사 등 의료인력이 상주하는 요양병원도 닥쳐온 오미크론 유행 속 어려움을 겪은 건 매한가지였다. 노동훈 카네이션요양병원장(대한요양병원협회 홍보위원장)은 "의료진들의 상태는 한 마디로 탈진 상태다. 예로 간호사나 조무사분들은 보통 데이, 이브닝, 나이트 이렇게 해서 8시간씩 한 달에 20~22번 근무를 하는데 지금은 더블로 근무하고 있다"며 "여전히 코로나로 돌아가시는 환자가 많다. 너무 힘이 드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격리 단축·실습생 투입안 내놨지만…"희생 강요" 비판도

    물론 정부와 방역당국도 요양시설과 병원의 이같은 현실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요양병원 입소자 중 중증환자는 병상배정 핫라인을 통해 신속한 전원을 지원하고 BCP(업무연속성계획)를 개정해 보호사 격리기간을 의료진과 마찬가지로 7일에서 3일로 단축해 업무 복귀시기를 줄였다. 또한, 요양보호사 양성 과정 상 현장실습을 이달부터 재개해 실습생을 돌봄 보조 인력으로 활용하는 안도 내놓았다.

    하지만 정작 요양 현장에서는 현실 고려가 부족한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은혜 요양보호사는 "요양보호사들은 젊은 연령대가 없어 7일을 쉬어도 몸이 회복이 안 되는데 격리기간을 7일에서 3일로 단축하라는 건 보호사의 희생을 강요하는 정책"이라며 "정부든 지자체든 이곳 현장에 와서 체험까지도 아니고 보호사들이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지 현실을 직접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습생 투입 방안에 대해서도 노동훈 병원장은 "이미 일에 지친 현장 인력이 언제 (훈련생들을) 가르쳐서 곧바로 일을 할 수 있게 만들겠나. 훈련생을 쓰겠다는 건 돈을 안 쓰겠다는 건데 입소자 사망률을 낮추려면 돈을 써야 한다"며 "요양보호사가 전국적으로 160여만명 있는데 이중 현재 일을 하고 있는 인원은 40만명 정도다. 120만명 정도의 유휴인력에게 필요한 공통적인 내용을 교육해 현장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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