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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살인' 넉달째 오리무중…검찰, 골든타임 놓쳤나



사건/사고

    '계곡 살인' 넉달째 오리무중…검찰, 골든타임 놓쳤나

    핵심요약

    3년 전 경기 가평에서 발생한 '계곡 살인사건'의 용의자 이은해(31)와 조현수(30)가 4개월째 수사망을 피해가며 도주하고 있는 가운데, 수사개시 이후 검찰이 경찰에 협조 요청을 미루다가 초기 검거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일각에선 검찰의 독자 수사 방침과 과욕이 실기의 원인이라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인천지검 제공인천지검 제공
    3년 전 경기 가평에서 발생한 '계곡 살인사건'의 용의자 이은해(31)와 조현수(30)가 4개월째 수사기관의 눈을 피해 도주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수사 중인 검찰이 경찰에 협조 요청을 미루다가 초기 검거의 '골든타임'을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검찰이 독자적으로 사건을 마무리하기 위해 욕심을 낸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경찰에서 송치 받은 사건을 재수사해 추가 혐의를 밝혀낸 만큼 검거 역시 경찰의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하려고 고집했다는 것이다.

    결국 검찰은 지명수배 약 4개월 만에 뒤늦게 경찰에 협조 요청을 했다. 합동팀을 꾸려 추적 중이지만, 이미 상당수의 추적 실마리를 놓친 뒤여서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1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인천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구 광역수사대)는 지난 6일 인천지검의 협조 요청을 받아 '가평계곡 살인사건 공개수배자 추적전담팀'을 꾸렸다. 수사 인력은 팀장을 포함해 총 15명이다. 강수대 1계장이 팀장을 맡았다.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
    경찰이 뒤늦게 전담팀을 꾸린 배경에는 검찰의 '뒷북' 협조 요청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용의자들이 잠적하자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자체 검거팀을 꾸려 이들을 추적하던 검찰은 지명수배 약 4개월 만에 처음으로 경찰에 협조 요청을 했다.

    이를 두고 검찰이 추적의 초기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접 피의자를 붙잡는 사건을 별로 다루지 않는 검찰이 상대적으로 '검거 전문가'인 경찰의 도움을 용의자들이 잠적한 초기부터 받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 단위 정보망 등 조직 규모에 있어서 경찰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 3월 30일 언론에 용의자의 인적 사항을 공개하는 등 공개수사로 전환하면서도 경찰에는 협조 요청을 하지 않았다. 결국 공개수사 이후에도 별다른 소득이 없자 뒤늦게 협조 요청을 했고, 그제서야 검·경 합동 검거팀이 꾸려졌다.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한 경찰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본인들 얼굴이 전국에 다 알려진 상황이라 꼭꼭 숨었을 것으로 보인다. 카드 이용내역이나 핸드폰 위치 추적, 탐문, CCTV 등을 활용해야 하는데 이제부터 찾기 시작한다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국내에 있다면 늦더라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 받은 이후 보완수사로 살인미수 등 추가 범죄 정황을 밝혀냈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사건을 마무리하기 위해 협조 요청을 늦게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지적에 인천지검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도주했을 때 바로 지명수배가 이뤄졌다. 이후 공개수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진행을 한 것"이라며 "경찰과는 현재 유기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검거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천지검 제공인천지검 제공
    앞서 이씨와 조씨는 지난 2019년 6월 30일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보험금 8억 원을 타내기 위해 이씨의 남편 A씨(사망 당시 39세)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처음 이를 수사한 경기 가평경찰서는 변사사건으로 결론 내리고 내사 종결한 바 있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 A씨 유족의 지인 제보로 경기 일산 서부경찰서에서 재수사가 시작됐다. 일산 서부서는 약 1년 동안 수사를 진행한 끝에 이들을 살인 및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미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다만 이들이 출석 요구에 제대로 응하는 등 수사에 협조적이라 불구속으로 넘겼다.

    사건을 넘겨받은 인천지검은 이들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는 등 보완 수사를 벌여 추가 범죄 정황을 밝혀냈다. 2019년 2월 강원도 양양군의 한 펜션에서 이씨가 A씨에게 복어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여 살해하려 했으나 실패한 정황과 같은 해 5월 용인 낚시터에서 A씨를 빠트려 살해하려 한 정황 등이다.

    검찰은 추가 범죄 정황을 확인한 뒤 지난해 12월 13일 이들을 불러 조사했다. 이후 이들은 다음 날 진행될 2차 조사에 나오지 않고 잠적했다. 검찰이 확실한 증거 등을 확보해 빠져나갈 수 없다고 판단하자 도주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곧바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이들을 쫓았지만 검거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이들의 체포영장을 다시 청구했다. 이에 법원은 유효기간이 올해 7월 7일 만료되는 3개월짜리 체포영장을 재차 발부했다. 이전 체포영장의 유효기간이 오는 12일로 만료가 임박해오자 미리 추가로 발부받은 것으로 보인다.

    체포영장 발부만 벌써 세 번째이지만 기간 안에 이들을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서 검찰은 용의자들이 잠적한 후 1개월·3개월짜리 체포영장을 연달아 발부받았지만 그 사이 이들의 행적은 찾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개 수배 후 제보가 매일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계속해서 확인 중에 있다"고 말했다.

    지명수배와 함께 출국금지가 이뤄지기 때문에 이들이 해외로 도주했을 가능성은 낮지만, 밀항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한편 경찰은 지난 2010년 인천 미추홀구 석바위 사거리 인근에서 이씨와 함께 차량에 타고 있던 남자친구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건과 2014년 태국 파타야 산호섬에 이씨와 스노클링을 하러 갔다가 사고로 숨진 또 다른 남자친구 사건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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