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칼럼]애초에 그냥 만났더라면

  • 0
  • 폰트사이즈
    - +
    인쇄
  • 요약


칼럼

    [칼럼]애초에 그냥 만났더라면

    핵심요약

    20일만에 이뤄진 대통령과 당선인의 만남
    세 시간 가까이 이어진 만남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
    '정치'가 개입하면서 '거래의 장'으로 전락한 만남
    애초에 전제조건 없이 당선축하와 대통령의 노고 치하하는 상견례 자리로 됐어야
    0.8%가 내포하고 있는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 헤아리는 정치해야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 회동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 회동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자간의 만남이 28일 이뤄졌다. 대선이 마무리된 지 20일만이다. 대통령과 당선인간의 만남이 이렇게 오랜 기간 이뤄지지 못한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오랜 기간 뜸 들였던 만큼 대통령과 당선인의 만남은 세 시간 가까이 길게 이어졌다. 와인까지 곁들여진 만찬회동에서 두 사람은 새 정부가 추진하기로 한 현안에 대해 서로 협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가장 큰 현안이었던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서는 "판단은 차기 정부의 몫"이라는 평가와 함께 이전과 관련한 예산 집행 문제 등에 협조하기로 했다. 감사위원 등 고위직 임명문제에 대해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던 청와대가 한 발 물러섰다.
     
    이밖에도 여러 현안이 얽혀있었지만, 대부분 논의 대상에서 제외됐고 대통령과 당선인의 만남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마무리됐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만남은 잘 마무리됐지만, 진작 이런 자리를 빨리 마련했더라면 좋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특히 정권교체기 안보 불안이 가중될 수 있는 민감한 시기에 신·구 권력 간의 갈등은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했다. 대외적으로도 대한민국의 위상과 안정성을 해칠 수 있는 불안요소를 제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대통령과 당선인간의 갈등이 고조된 것은 당사자 간의 문제이기 보다는 정권을 넘겨주고 받는 정치세력간의 뿌리 깊은 불신과 갈등 때문이다. 만남이 성사되기 이전부터 이명박 대통령의 사면문제가 전제조건처럼 거론되고 여기에 김경수 경남지사의 사면이 같이 물려 들어가면서 서로를 비난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여기에 청와대에 '절대' 들어갈 수 없다는 당선자의 협상의 여지조차 남겨놓지 않은 극단적인 발언이 나오면서, '예산 협조 못 한다'는 청와대의 감정적인 대응이 이어지고, 그러면 방탄유리도 없는 통의동에서 집무를 한다는 다소 유치한 공방까지 이어졌다. 인사권을 놓고도 양측의 갈등이 노출되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회복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겠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결국 민감한 주제인 이명박 대통령의 사면문제 등이 의제에서 제외되고 인사와 코로나 추경 문제에 청와대가 협조하기로 하면서 대통령과 당선자간의 회동의 걸림돌이 해소됐다. 이런 과정에서 윤석열 당선자와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김부겸 총리의 역할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만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향하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만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향하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양 진영의 갈등과 만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두 사람의 회동이 대통령은 당선인을 축하하고 당선인은 대통령의 노고를 치하하는 단순한 상견례 이상의 의미를 가져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한 뒤 해야 할 국정 수행과 정치 행위는 그 쪽에 맡겨두면 될 일이다. 마치 목숨을 건 전투 끝에 '고지'에 올라선 점령군처럼 다 내놓고 나가라는 안하무인의 태도도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정치'가 끼어들면서 대통령과 당선인의 만남은 꼬이기 시작했다. MB의 사면이라는 부담스러운 '정치행위'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정권에 부담이 될 '정치적인' 감사원장은 임명하지 않았으면 하는 '정치적인 계산'이 작동했다. 여기에 불과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까지 계산에 넣다보니 서로 밀리지 않으려는 '마지노선'이 생겼고, 대통령과 당선인의 만남은 '거래의 장'으로 전락한 것이다.
     
    하지만 정권을 차지한 국민의 힘과 내줘야 하는 민주당 모두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정권을 차지했다고 해서 완벽히 승리했다고 할 수 없고, 아쉽게 패배했다고 해서 그것이 패배가 아닌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불과 0.8%의 차이가 내포하고 있는 민심은 무엇인지 세심하게 읽어내야 한다. 뜨겁던 촛불시위에 동참했던 세대들이 등을 돌린 것은 무엇 때문인지 반성해야 한다. 정권을 정치인이 차지한 것이 아니라 위임받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한다. 국민들은 '한심한 나라꼴'을 그냥 두고 보지 않았다는 점도 말이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