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왼쪽)와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28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와 인사하는 모습. 연합뉴스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 현장을 방문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비문명적', '아집' 등 원색적인 표현을 동원해 전장연 시위를 비판하고 있는 점이 무색하게, 당 소속 국회의원에 이어 인수위까지 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한 소통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수위 사회복지문화분과 간사인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일 인수위 사회복지분과가 (전장연 시위가 열리는) 지하철 역을 찾아뵈려 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안철수 인수위원장과 가까운 김도식 인수위원도 함께 한다.
이들은 오는 29일 오전 8시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전장연이 개최하는 출근길 시위에 참석할 예정이다. 임 의원은 "찾아뵙고 진솔한 말씀을 드릴 것"이라며 "경청하고 요구하는 사항을 잘 정리해 정책에 녹아 들어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임 의원은 "(장애인 이동권) 관련 정책 예산을 어떻게 반영해서 권리를 찾아줄 것인지는 (장애인의) 당연한 권리이자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에는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인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에 직접 동참했다. 김 의원은 "상상만 해도 불편하고 짜증 나는 일이다. 정치권이 해결하지 못한 일 때문에 시민들이 불편을 겪게 해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또 김 의원은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공감하지 못하고 적절한 단어를 사용하지 못한 점에 정치권을 대신해서 사과드린다. 정말 죄송하다"면서 승강장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이준석 대표가 연일 원색적인 표현을 동원 지하철 시위를 비판해온 것을 대신 사과한 것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28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3호선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장애인 권리예산 반영을 요구하기 위해 열린 지하철 시위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위해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는 지난 25일부터 10여 개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올리며 전장연의 시위에 대해 "시민들의 출퇴근을 볼모로 잡지 마십시오"라거나 "전장연은 독선을 버려야 하고 자신들이 제시하는 대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아집을 버려야 한다"고 비판해왔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최대 다수의 불행과 불편을 야기해야 본인들의 주장이 관철된다는 비문명적 관점으로 불법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있을 땐 말하지 않던 것들을 지난 대선 기간을 기점으로 윤석열 당선인에게 요구하고 불법적이고 위험한 방법으로 관철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기자들이 전장연에 사과할 의향이나, 김예지 의원이 시위 현장에서 무릎을 꿇은 것에 대한 입장을 묻자 "사과할 일이 없다"며 "의원 개인 자격으로 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가 거기에 평가할 일도 없다"고 답했다.
한편, 인수위는 이번 시위 현장 방문에 이준석 대표와의 사전 조율은 없었다고 한다. 인수위 관계자는 "해당 분과에서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다"며 "이준석 대표의 개인적인 생각에 대해 논의를 하거나 입장을 정리한 적은 없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