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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도그마가 지배" 서울교통공사 장애인 시위 대응문건 논란



사회 일반

    "언더도그마가 지배" 서울교통공사 장애인 시위 대응문건 논란

    "공사 입장 아닌 직원 개인 생각 게시판에 올린 것"
    논란에 사과…"직원에 대한 교육 철저히 실시할 것"
    시민의 발 자처 교통공사 '갈라치기'로 비춰질수도

    2021년 12월 20일 오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5호선 왕십리역에서 벌인 시위 모습 사진. 서울교통공사 제공2021년 12월 20일 오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5호선 왕십리역에서 벌인 시위 모습 사진. 서울교통공사 제공서울 지하철 운영사인 서울교통공사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벌인 장애인단체에 대응 방안을 담은 내부 문건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0일경 공사 사내 인트라넷 게시판에 25쪽 분량의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지하철 시위를 사례로'라는 제목의 문건이 올라왔다.

    이 문건은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과의 싸움은 공사 측에 유리하지 않기 때문에 공사의 약점을 최소화 하면서 상대방의 실책을 활용한 여론전을 펼쳐야 한다"는 내용 등 장애인 단체를 공사가 맞서야 할 상대로 규정했다.

    문건 작성자는 서울교통공사 홍보실 언론팀 직원으로 밝혀졌다.

    '지피지기 백전불태'(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라는 고사성어와 함께 "전장연도 사람이 있는 조직으로 선 넘는 미스(과도한 행위로 인한 실수)는 충분히 할 수 있다"며 "휠체어 바퀴를 열차와 승강장 틈 사이로 끼워놓고 문을 가로막는 사진을 확보해 자연스럽게 알리면 고의적 열차 운행 방해가 증빙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20일 전장연이 5호선 왕십리역에서 벌인 시위에서 휠체어 바퀴를 전동차와 승강장 사이 틈에 끼워 문이 닫히지 못하게 막는 방식으로 시위를 진행했다며 서울교통공사가 언론에 제공한 사진이 크게 보도됐다.

    지난달 9일 한 시민이 출근길 전동차 안에서 '할머니 임종을 봐야 하는데 시위대가 열차를 막아 못 간다"며 현장서 항의하는 영상이 유튜브 등을 통해 확산한 사건을 여론전에 성공한 예시로 들기도 했다.

    서울교통공사서울교통공사작성자는 이 사건을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지만 여론전을 위해 보도자료로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약자는 선하다'는 기조의 기성 언론에게 약자는 무조건 선하고 강자는 무조건 악하다는 '언더도그마'가 지배 논리로 자리잡은 이슈"라며 장애인 단체의 시위 보도 양상을 분석하기도 했다.

    전장연은 성명을 내고 "공사는 '장애인과 시민의 싸움'으로 편가름하는 언론플레이 전술을 짜는데만 급급했다"면서 "장애인의 정당한 권리 요구를 '장애인과 시민의 싸움'으로 만든 것은 서울교통공사"라고 비판했다.

    전장연은 이에 반발해 18일 오전 8시부터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교통공사까지 항의시위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언론보도 이후 해당 문건의 존재를 알았다"면서 "사내 인트라넷에 직원 누구나 이용하는 자유게시판(자유마당)에 실명으로 게시된 것으로 공사의 언론이나 장애인단체 대응 입장이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건 내용이 매우 부적절하고 잘못된 내용이 담긴 것에 대해 내부적으로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했다.

    서울교통공사가 17일 공개된 장애인단체 대응문건에 대해 사과입장을 밝혔다. 서울교통공사가 17일 공개된 장애인단체 대응문건에 대해 사과입장을 밝혔다. 
    공사는 이날 사과문을 내고 "(해당 논란에 대해) 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 드리며 재발방지를 위해 직원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시민의 발을 자처하는 서울교통공사가 교통약자의 시선보다 일반시민의 불편을 이용해 언론대응을 고민한 것은 전형적인 '장애인 비장애인 갈라치기'로 비춰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 공사측은 장애인 이동권 확보에 공감하고 있다며 장애인이 지상에서 승강장까지 이동할 수 있도록 전체 284개 역에 '1역1동선' 마련을 위한 엘리베이터 설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업 진행률은 현재 92.3%(262개 역)로 2025년까지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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