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7시 30분 대통령선거 방송3사와 JTBC 출구조사 결과가 각각 발표된 직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상황실에서는 모두 박수가 나왔지만 분위기는 달랐다. 더불어민주당에서 환호에 가까운 박수가 나온데 반해 국민의힘 박수에는 당황스러움이 강하게 묻어있었다.
KBS와 MBC, SBS가 이날 진행한 출구조사 결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48.4% 민주당 이재명 후보(47.8%)를 0.6%p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편 JTBC가 진행한 출구조사에선 이 후보가 48.4%의 지지를 받아 윤 후보(47.7%)를 0.7%p 차이로 제쳤다.
다함께 카운트다운을 한 민주당 의원들은 출구조사 결과에 함성을 터뜨렸다. 이 후보가 밀리는 공중파 결과 때는 함성 소리가 다소 작았지만 JTBC 발표 때는 상황실이 떠나가라 소리가 커졌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과 송영길 대표, 윤호중 원내대표, 추미애 명예선대위원장 등 당 지도부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개표 상황실에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유세 도중 괴한에게 습격당해 이날 머리에 붕대를 감고 나타난 송영길 당대표는 돌연 안경을 벗더니 눈물을 닦기도 했다. 다른 의원들도 주먹을 치켜든 채 이재명 이름을 연호했고 일부는 "우리가 이겼다. 가자"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여론조사 공표기간 직전, 이 후보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크게 밀리는 여론조사까지 나왔던 상황이다보니, 이날 출구조사 결과를 접한 민주당 의원들은 "해볼 만 하다"며 화색이 돌았다.
강훈식 전략기획본부장은 출구조사 발표 이후 취재진에게 "기존 여론조사 때는 이 후보가 8%, 11% 차이로 진다고 나왔는데 이해가 안되고 내부에서는 왜 이렇게 나오나 생각했다"며 "우리는 3% 차이 승리를 목표로 한다고 계속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상보다 높았던 사전투표가 절반 정도 (민주당 지지로 반영되면) 오차범위라는 건 바뀔 수 있다"며 "결과는 끝까지 알 수 없다. 끝까지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젊은 여성층 지지자 결집이 주효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강 본부장은 "(선거) 마지막 즈음 여성의 표가 모이고 있고, (이들이) 여성정책 후퇴에 대한 걱정이 있다고 했다"며 "윤석열 대통령, 이준석 당대표가 여당대표가 되는 것에 대한 여성들의 두려움이 있다고 말씀드렸다"고 분석했다. 이 여성 표가 움직였다는 설명이다.
9일 오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20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이준석 대표와 권영세 선대본부장이 인사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반면 막판 여론조사에서 앞서왔던 국민의힘 상황실에서는 결과 발표 직후 박수 소리가 얼마 못 가 그쳤다. 박빙세 속에서도 우세인 결과인 만큼 박수를 치긴 했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격차에 환호까지는 할 수 없는 분위기였던 것이다.
중앙 좌석 첫 번째 줄에 나란히 앉아 있던 이준석 대표와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 김기현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웃는 얼굴로 박수를 쳤지만, 분위기는 이내 가라앉기 시작했다. 발표 직후 나왔던 작은 환호 소리도 더는 반복되지 않았다.
특히 JTBC 출구조사에서 윤 후보의 예상 득표율이 47.7%로 이 후보에게 0.7%p 뒤진다는 결과가 나온 걸 가리키면서는 "너무 한 거 아니냐"는 원성이 나오기도 했다.
이날 오후 일찌감치 상황실에 도착해 착석해있던 청년보좌역들은 발표 직전까지 손으로 'V자'를 그리며 밝은 모습을 보였지만, 역시 이내 얼굴빛이 침착하게 바뀌었다.
이 대표와 권 본부장 등 국민의힘 지도부와 선대본 관계자들은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지 1시간 만인 오후 8시 30분쯤 나란히 자리를 비우며 개표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하면 돌아오겠다고 밝혔다.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결과가 안 나왔으니 원인을 분석하기엔 아직 이르다"며 "우리가 갖고 있던 여론조사 결과와 출구조사 결과 중 어떤 게 맞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내부적으론 여전히 윤 후보가 유리한 고지에 있다는 평가지만, 출구조사 결과에 실망감을 감출 순 없다는 반응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솔직히 예상보다 격차가 너무 작게 나온 게 사실이지만, 어쨌든 윤 후보가 앞서는 게 사실이고 결과는 지켜봐야 안다"며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단일화를 안 했으면 큰 일 났을 거란 반응이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출구조사에 반영된 사전투표 보정치가 민주당에 유리하게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며 "결과적으로는 이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소속의 한 의원은 "사전투표에서 너무 뒤졌던 게 아닌가 싶어 충격적"이라며 "한국갤럽의 예상 득표율에서 윤 후보가 앞선다는 점이 희망적이지만, 우리가 유리한 지역의 투표율을 끌어올리지 못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