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금메달 따니 숟가락 얹기? 사라져야 할 韓 체육 카르텔[베이징 레터]



스포츠일반

    금메달 따니 숟가락 얹기? 사라져야 할 韓 체육 카르텔[베이징 레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곽윤기, 황대헌, 이준서, 박장혁, 김동욱이 16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플라워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베이징(중국)=박종민 기자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곽윤기, 황대헌, 이준서, 박장혁, 김동욱이 16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플라워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베이징(중국)=박종민 기자
    [편집자주] 2022 베이징 올림픽 취재 뒤에 담긴 B급 에피소드, 노컷뉴스 '베이징 레터'로 확인하세요.  

    이번 레터는 쓰기가 조금 조심스러웠습니다.
       
    선수들이 올림픽 경기를 하는 중이었니까요. 그런데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듯합니다. 그래서 쇼트트랙 대표팀 경기가 모두 끝나길 기다렸습니다.
       
    '카르텔'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미국과 멕시코에서는 마약과 관련해 자주 언급되죠. 우리나라에서도 카르텔이 자주 언급됩니다. 대부분 부정적인 내용과 연결됩니다.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강원도청)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1500m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긴 9일 밤, 베이징에 파견을 온 취재진도 모두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함께 즐거워하며 열심히 기사를 썼죠.
       
    여흥은 다음 날에도 이어졌습니다. 황대헌이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한 인터뷰 등 쓸 좋은 내용이 많았죠. 더군다나 편파 판정 논란까지 있었는데 이걸 극복했잖아요.
       
    그런데 점심을 앞두고 대한체육회로부터 이런 메시지가 왔습니다.
       

    황대헌 선수 관련 기사 쓰실 때, 소속을 '한국체육대학교/강원도청'으로 명기 부탁드립니다.

       
    지금껏 아무런 언급이 없다가 금메달을 따자마자 갑자기 이런 요구가 온 거죠.

    황당한 취재진은 무슨 사유인지 따졌습니다.
       
    그랬더니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요청이 있었다더군요.
       

    안녕하십니까. 대한빙상경기연맹입니다.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많은 응원 감사드립니다. 쇼트트랙 남자 선수 황대헌 선수의 소속팀 표기 관련 안내드립니다.
       
    대한체육회를 통해 배부받은 취재정보자료집에는 황대헌 선수의 소속이 강원도청으로 되어 있습니다. 현재 한국체대를 졸업하지 않은 상태로 황대헌 선수의 소속 표기 시 황대헌 - 강원도청(한국체대 졸업 예정)으로 표기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깊은 '분노의 빡침'이 타올랐습니다.

    베이징 올림픽에 취재를 와서 황대헌과 관련해 기사를 쓴 것이 얼마나 많은데 지금껏 한 번도 언급하지 않다가 금메달을 따니 한체대를 넣어 달라니.
       
    다른 선수도 이중 표기를 하지 않습니다. 프로에서도 흔치 않죠. 

    한체대에 재학 중인 선수 중 소속팀이 없으면 한체대라고 표기하고 있습니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자 한체대로부터 이중 표기 요청을 받은 겁니다.
       
    대한체육회가 발간한 취재정보자료집에 나온 황대헌의 프로필. 취재정보자료집 캡처대한체육회가 발간한 취재정보자료집에 나온 황대헌의 프로필. 취재정보자료집 캡처
    대한체육회는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취재정보자료집을 발간했고 거기에도 황대헌의 소속은 강원도청을 돼 있습니다. 다른 선수들의 소속 역시 이 취재정보자료집에 나온 대로 표기하고 있었고요. 그리고 아무런 문제도 없었습니다.
       
    황대헌이 남녀 혼성 계주 2000m와 남자 1000m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을 때도 아무 말이 없었죠. 그런데 금메달을 따니 곧바로 '한체대'를 넣어 달라는 겁니다.
       
    다시 취재진은 사태의 진상을 찾아 나섰습니다. 그 끝에는 한체대의 요청이 있었죠. 즉 한체대가 대한빙상경기연맹에 요청, 다시 대한체육회에 요청, 다시 취재진에게, 이 순서대로 온 거죠.

    순서가 어떻든 이런 것을 요청하고, 또 생각 없이 전달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겁니다. 한체대도, 대한빙상경기연맹도, 대한체육회도 어느 누구도 이것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니까요.
       
    종종 체육계가 특정 대학의 카르텔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보도를 많이 보셨을 겁니다. 유도, 태권도 등등 논란이 계속 있었죠. 이게 우리 스포츠계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요?
       
    오늘 저녁 쇼트트랙 대표팀과 황대헌은 중국에서 한국으로 귀국합니다.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안겨 줬고 정말 금의환향하죠.
       
    제발 이런 선수들의 노력과 명예에 먹칠하지 맙시다. 제발 좀 부탁합니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