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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응답하라 2000'…밀린 숙제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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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일반

    온실가스 '응답하라 2000'…밀린 숙제 몰려온다

    탄소문명의 종말 - 1.5도 기후재앙 임박, 우리는 준비돼 있나

    '기후위기'라는 표현으로 온전히 담아내기 어려운 기후재앙이 눈앞에 다다랐다. 탄소화합물 중심의 온실가스 배출을 잡지 못하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라는 지구온난화의 마지노선이 무너진다. 탄소를 소비하며 세워 올린 인류 문명도 함께 무너진다. 2022년 우리는 어디쯤에서 어떤 대책을 실천하고 있는지 짚어본다.

    [탄소문명의 종말]④
    UN제출 국가목표, 2030년 배출량을 2000년 수준으로
    8년간 '벼락 숙제'…해마다 4% 온실가스 배출량 줄여야
    文정부, 배출 상승기조 첫 제동…'순배출량' 꼼수 지적도

    ▶ 글 싣는 순서
    ①수출 길마저 위태…코앞에 닥친 탄소국경세 장벽
    ②코로나19는 시작…빙하 속 전염병 눈뜨나
    ③땅속 시간은 더 빨리 흐른다…동토연구자의 증언
    ④온실가스 '응답하라 2000'…밀린 숙제 몰려온다
    (계속)

       각국이 2030년 '이만큼' 감축하겠다고 제시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률 목표.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정점은 2018년이다. 
    미국 45.8%, 영국 45.2%, 캐나다 42.5%, EU 39.8%, 일본 38.6%. 각국이 2030년 온실가스를 2018년보다 이만큼씩 덜 배출하겠다고 공표한 내용이다. 기준을 2018년으로 통일하지 않고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 정점을 찍은 해와 비교하면 1990년을 기준으로 한 영국과 EU는 각각 68%, 55%, 2005년이 정점인 미국과 캐나다는 51%, 42.5%의 감축률을 보인다. 2013년이 배출정점인 일본의 감축률도 46%로 높아진다.

    2030년 우리나라는 같은 기준으로 얼마를 줄여야 기후변화를 멈출 수 있을까? 일단 정부가 내놓은 답은 40%다.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 정점인 2018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다.

       2030년 우리나라가 목표로 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2000년대 이전 수준이다.
    지난해 정부가 수정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따르면 40% 감축 시 2030년 온실가스 순배출량은 4억3660만톤(이산화탄소 환산치)이다. 이는 환경부 자료 기준으로 볼 때, IMF 외환위기를 막 벗어나려던 2000년(4억4370만톤) 수준이다. 남은 8년 간 20년 이상의 시간을 거슬러야 하는 셈이다.

    2030년 목표 순배출량에서 산림 등 온실가스 흡수원을 반영해 총배출량으로 역산하면 5억710만톤이 된다. 최신 집계치인 2020년의 우리나라 잠정 총배출량이 6억4869만톤인 만큼, 2030년까지 1억4000만톤 이상 감축이 요구된다. 이는 자동차와 항공, 철도, 해운 등 수송부문이 1년간 완전히 멈춰서 감축되는 양보다 훨씬 많은 배출량이다.

    2030년의 목표 달성을 위해 매년 4.17%씩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데, 코로나19 팬데믹에 주춤했던 경기가 회복된다면 원활한 감축이 가능할지 알 수 없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정점을 찍은 뒤 2019년에 전년 대비 3.9% 줄었다가, 2020년 7.3%나 대폭 감축됐다. 2020년의 성과는 코로나로 산업이 멈췄던 영향이 컸다.

    1998년 이후 20년간 온실가스 증가…文정부서 첫 브레이크


    우리나라가 8년간 벼락치기 숙제를 해야 하는 이유는 시작이 늦었기 때문이다. 2000년대 대통령 직속기구로 '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생겨 환경친화적 산업구조 전환과 UN 기후변화협약 대응방안을 논의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게 다였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1998년 이후 20년간 한 차례도 꺾이지 않고 우상향했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에야 처음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30%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 역시 허울뿐인 목표치로 비판당했다. 2020년까지 '감축 노력을 하지 않았을 때'의 배출 전망치(Business As Usual, BAU) 대비 30%를 줄이겠다는 것이어서 실제 감축량 자체는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5년에는 박근혜 정부가 2030년까지 감축 목표를 37%로 높인 국가별 자발적 감축 목표(INDC)를 UN에 제출했는데, 이것도 BAU 기준이었다. 1990년대 배출량 대비 40%를 줄이겠다고 했다가 55%까지 목표치를 상향한 유럽연합(EU)과 대비된다.

    문재인 정부도 2018년 BAU 기준으로 수치를 제시했다가, 2020년 처음으로 배출량의 절대값 자체를 줄이는 쪽으로 바꿨다. 지난해 10월 최종적으로 상향한 목표치가 2018년 배출량 대비 40% 감축이다.

    2021년 11월 1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2021년 11월 1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직접 이 방침을 밝혔다. 최근 대선판에서 일부 후보가 온실가스 감축 관련 재논의 필요성을 거론하지만, 국제사회에서 공식 천명한 정부 방침을 후퇴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UN에서도 후퇴불가 기조를 재확인하고 있다. UN은 전 회원국에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다시 상향 조정해 올해 말까지 제출하라고 공식 요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정부 목표치 아직 부족…국내감축 집중해야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의 목표치 역시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40% 감축' 목표치를 계산하면서 기준점인 2018년의 온실가스는 '총배출량'으로 잡고, 2030년의 배출량은 총배출량에서 흡수원을 뺀 '순배출량'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해 10월 확정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2018년 온실가스 '총배출량' 대비 2030년 '순배출량'을 40% 줄이겠다는 것이다. 
    기준을 순배출량으로 통일하면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는 2018년 대비 36%, 총배출량으로 통일하면 30% 감축으로 줄어든다.

    정부는 이같은 총배출량 대 순배출량 비교 방식이 국제 규정과 주요국 사례를 참조해 설정한 것이라고 해명한다. 실제로 EU나 스위스, 노르웨이 등이 한국과 같은 기준으로 감축률을 계산하고 있지만 이들의 목표치는 50%가 넘는다. 이외에 미국, 영국, 호주 등은 기준을 순배출량으로 통일해 감축률 목표를 정하고 있다.

    지난해 NDC를 상향하면서 국외감축 목표치가 기존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점도 눈에 띈다. 국외감축은 통상적으로 해외에서 배출권을 사오는 것이어서 '흡수원'으로 분류된다. 환경단체들은 국외감축량을 늘리는 식으로 목표 순배출량을 낮춘다면 실제 국내 총배출량 자체는 큰 변화가 없는 '꼼수'일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흡수원 중에서도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기술의 경우 정부 목표대로라면 2030년엔 해당 기술로 1030만톤의 온실가스를 없애거나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 비용 문제가 큰 CCUS 기술이 8년 안에 얼마나 상용화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2018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에서 전환 부문이 37%, 산업 부문이 36%의 비중을 차지함에도 산업 부문의 감축 목표는 14.5%에 그쳤다.
    가장 배출량이 많은 산업부문의 감축 목표부터 제대로 잡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력·건물·수송·농축수산·폐기물 등의 감축 목표치가 최소 27%부터 46%까지 제시된 데 반해, 산업부문만 목표치가 14.5%에 그친다. 금융 중심의 서구 선진국과 달리 제조업 중심인 우리나라가 불리하기는 하나, 국제사회가 우리 산업계 하소연만 듣고 있을 의무는 없다.

    탄소집약 형태 산업구조 개선 시급…지자체 단위 실천 주목


    이런 가운데 지방자치단체별로 각각의 입지를 활용한 온실가스 저감 정책이 진행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고 기존 탄소배출 설비를 교체하는 등의 기후대응이 풀뿌리 커뮤니티로 저변을 넓히는 셈이다. 온실가스라는 막연한 위험요인을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관리의 대상으로 바꾸는 노력이 확산되고 있다.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차원에서 각종 규제나 보조금 지원으로 방향을 제시하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 단위의 실천적 정책들이 주목되고 있다. 구호를 외칠 시기는 이미 지났고 당장 기업과 시민 등 각 주체들의 직접적인 행동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어서다.

    전남 신안군 안좌도 태양광집접단지 전경. 신안군 제공전남 신안군 안좌도 태양광집접단지 전경. 신안군 제공
    전남 신안군은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으로 생기는 개발이익을 지역사회에서 나누는 '그린에너지 기본소득' 정책을 실행 중이다. 신안군 태양광발전소 주변에서 산 지 2년이 넘은 주민이 협동조합에 가입하면 발전소의 이익을 배당금 형식으로 받을 수 있다.

    지난해 안좌도와 자라도, 지도 3개 섬에서 주민 6519명에게 총 15억원의 배당금이 지급됐다. 분기마다 1인당 11만~25만원 수준의 배당이 이뤄진다. 신안군 외에 충남 공주와 울산, 부산도 그린에너지 기본소득 관련 정책을 펴고 있다.

    화력발전소가 많은 충남에서는 탈석탄 기금을 조성하는 한편 관내 발전업체와 신재생에너지 설비 투자 업무협약을 체결해 기업의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국내 1위 탄소배출 주체인 포스코 제철소가 위치한 포항과 석유화학단지가 있는 울산은 각 산업공정에서 배출되는 부생가스를 상대방 공정의 연료로 쓰기 위한 에너지 교환 방안을 연구하기도 했다.

    에너지부하를 최소화하고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에너지 소요량을 최소화하는 제로에너지 건축물의 시스템. 한국에너지공단 '2020 제로에너지빌딩(ZEB) 인증안내서' 캡처.에너지부하를 최소화하고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에너지 소요량을 최소화하는 제로에너지 건축물의 시스템. 한국에너지공단 '2020 제로에너지빌딩(ZEB) 인증안내서' 캡처.
    한편 서울시는 대도시 특성상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건물과 교통 부문의 감축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2026년까지 노후건물 100만호를 저탄소 건물로 바꾸고 전기차 비율을 10%로 끌어 올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30% 줄인다는 계획이다.

    내년부터 지자체들은 예산을 편성할 때 온실가스 영향에 대한 예산서와 결산서도 작성해야 한다. 일명 '기후인지예산서'다. 경남도가 올해 선제적으로 이 예산서를 발간하면서 도내 진행 사업을 기후 중립·친화·부정영향·잠재영향 등으로 영역을 나눠 자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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