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NTSB'기괴한' 붕괴 소음…일곱대 추락
지난 28일(현지시간) 아침에 발생한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시의 다리 붕괴는 여러모로 우리나라의 성수대교 붕괴 사고를 연상시킨다.
피츠버그시는 펜실베이니아주의 2대 도시로 '다리의 도시로'로도 유명하다. 3개의 강을 끼고 조성된 도시라 450개의 다리가 도시 곳곳에 설치돼 있다.
이날 무너진 다리는 그 가운데 한 곳으로, 도심 동쪽 10분 거리에 떨어진 프릭 공원의 계곡 지형을 연결하는 136m 길이의 구조물이다. 하루 평균 1만 4500대의 차량이 이용해왔다.
이번 사고는 출근, 등교시간인 이날 아침 6시 39분 발생했다.
인근 주민 멜리사 베익스(43)는 워싱턴포스트에 "다리가 무너지던 소음이 '기괴하게' 들렸다"며 "폭탄이 떨어진 줄 알았다"고 말했다.
붕괴 당시 다리 위에는 버스 1대와 승용차 6대가 있었다.
이들 차량은 무너진 다리와 함께 30미터 아래로 추락했다.
버스는 그나마 원형이 보존된 채였지만 픽업트럭과 검은색 세단은 크게 훼손됐고, 다른 승용차들은 전복됐다.
다리의 한쪽 끝에 아슬아슬 매달려 가까스로 추락을 모면한 차량도 있었다.
현장 사진을 보면 4차선 도로(포브스 에비뉴)의 양쪽 끝과 연결돼 있는 다리 접합부분이 칼로 벤 것처럼 절단된 모습이다.
1994년 10월 21일 붕괴된 성수대교 모습과 흡사하다. 당시 성수대교도 다리 10, 11번 교각 사이에 설치된 48m 길이의 상부 트러스트가 절단된 듯 한강으로 추락했다.
하필 출근 시간인 7시 38분에 무너져 32명이 목숨을 잃고 17명이 부상을 당했다.
그러나 이번 피츠버그 교량 붕괴 사고에서는 10명이 가벼운 부상을 당했을 뿐 단 1명의 사망자도 나오지 않았다.
"정말 감사할 일"
그 날 아침 내린 눈의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시 교육당국은 이날 아침 눈이 내리자 등교시간을 평소보다 2시간 늦췄다.
교량이 붕괴된 시각은 평소 같았으면 교량 인근에 있는 학교 3곳으로 학생을 실어나르는 스쿨버스와 승용차들이 분주히 오갈 시간이었다.
그러나 천만다행으로 이날 등교 시간이 미뤄지면서 평소와 달리 정체도 일어나지 않았다. 추락한 버스에 탄 사람도 고작 3명 뿐이었다.
성수대교 때 가장 많은 희생자가 학생들이 탄 버스에서 나왔던 사실을 복기해볼 때 이날 새벽 피츠버그에 내렸던 눈은 신의 가호였던 셈이다.
30일부터 본격적인 사고 원인 조사에 나선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BS) 제니퍼 호멘디 위원장은 "구조물 옆과 아래를 보면 알겠지만 피해는 엄청났다"며 "버스의 상태, 버스의 위치, 다른 차량들의 위치를 볼 때, 이번 붕괴로 사망자가 나오지 않은 사실에 정말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1967년 12월 15일 오하이오 강 실버 브리지 붕괴사고 당시 46명이 사망했던 것과 견주어도 천운이 뒤따랐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사진=NTSB구조결함, 관리부실 가능성
호멘디 위원장에 따르면 피츠버그 교량 붕괴 원인과 관련된 기본 조사 결과는 10일 뒤쯤, 최종 결과는 18개월 뒤에 나올 것이라고 한다.
미국 언론은 다리의 양쪽 끝을 받치는 기둥의 구조적 결함, 부실한 상판 관리로 빚어진 급속한 교량 노후화 등 전문가들의 다양한 관측을 전하고 있다.
최종 사고 원인이 나올 때 까지 시민들의 불안은 가중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피츠버그로 이주한지 5년이 됐다는 교민 신동주씨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이 곳에 다리가 많아서 그런지 다리 위에서 차를 탄 채 대기하는 시간이 종종 있다"며 "그러다 보면 다리가 꽤나 흔들린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피츠버그의 다리가 유난히 녹슬고 낡았다는 생각을 평소에 해왔었는데, 이번에 사고 소식을 접해 더욱 불안하다"고 말했다.
국가 교량 목록(NBI)은 현재 피츠버그 다리들 가운데 이번에 무너진 다리와 비슷한 '불량' 진단을 받은 다리만 29개, 불량 구조물을 가진 다리도 53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중이다.
펜실베이니아주로 보면 3353개의 다리가, 미국 전체적으로 보면 4만 5천개의 다리가 지난해 '불량'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