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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유예 아니면 무죄…공군 부사관 '2차 가해' 처벌 미진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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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외교

    집행유예 아니면 무죄…공군 부사관 '2차 가해' 처벌 미진한 이유

    핵심요약

    성추행 가해자 징역 9년형 받았지만 2차 가해 피고인들
    허위보고 군사경찰 2명 집행유예-15비 지휘관 2명 무죄 선고
    법리적 판단에 의한 재판부 논리, 납득하기 어려운 지점 여럿 존재
    국방부, 현재까지 1심 판결 난 5명 징계 절차 진행 중
    유족은 "2심까지 군사법원에서 판결해 군 사법에 기록으로 남겨야"

    공군 성추행 피해자 이 중사 아버지(오른쪽 두번째)가 지난해 9월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이 중사 사망사건 수사 결과 비판' 기자회견에 참석해 딸의 사진을 들고 발언을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공군 성추행 피해자 이 중사 아버지(오른쪽 두번째)가 지난해 9월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이 중사 사망사건 수사 결과 비판' 기자회견에 참석해 딸의 사진을 들고 발언을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지난해 전 국민의 공분을 산 공군 부사관 이모 중사 성추행 사망 사건과 관련해 2월 1일 현재까지 모두 5명이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서 1심 선고를 받고 2심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주의깊게 봐야 할 포인트는 성추행 사건 자체보다 2차 가해에 연계된 인물들이다. 3월 2일 성추행 사건의 주범 장모 중사는 강제추행 혐의가 인정돼 징역 9년형을 선고받았지만, 나머지 4명은 모두 집행유예나 무죄를 선고받았다.

    설 연휴가 끝나면 다른 피고인들도 하나둘씩 1심 선고를 받을 예정인데, 이 중사 유족들은 부실수사에 이어 부실선고, 또는 부실수사에 의한 부실선고가 될 수 있다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국방부에 이 중사 사망 관련 허위보고…법원 "일부 내용 없다고 죄는 아냐"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 페이스북 캡처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 페이스북 캡처먼저, 지난해 5월 22일 이 중사가 숨진 채 발견된 뒤 피해자가 사망한 사실을 공군참모총장과 국방부 조사본부에 다르게 보고한 혐의를 받는 군사경찰들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올해 1월 21일 허위공문서작성, 허위작성공문서행사, 의무자허위보고 혐의를 받는 전직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장 이모 대령과 중앙수사대장 변모 대령에 대해 각각 징역 8월과 6월형, 그리고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두 사람은 이 중사가 숨진 채 발견된 뒤, 이성용 당시 공군참모총장에게는 그가 성추행 피해자라는 사실을 보고했다. 하지만 국방부 조사본부에 이를 서면보고할 때는 이 사실을 빼놓고 단순히 누군가 사망한 일이 발생한 것처럼 보고하면서, 유가족이 '사망 동기를 명확히 밝혀 달라며 애통해하는 것 외에 특이 반응이 없다'고 적은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을 수사하던 국방부 검찰단은 이와 관련해 군사경찰단장을 포함한 관계자들에게서 '강제추행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불분명하고,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포함할 경우 사망 동기를 예단할 수 있으며, 사건 내용이 외부로 유출될 것을 걱정했다'는 취지 진술을 확보했다.

    재판부 판단은 '일부 유죄'였다. 법원은 공군 군사경찰이 국방부 조사본부에 사고를 보고할 때는 빨리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그 중에 어떤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해서 죄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즉 이 중사 관련 사고속보에 그가 강제추행 피해자라는 사실을 '적지 않았다'고 해서 이를 꼭 '허위'라고 볼 수는 없다는 논리로, 쉽게 말해 사망 사실 보고에 대해 '성추행 피해자란 사실을 빼먹었을 뿐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는 셈이다. 법원은 "특정 내용이 보고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해서 죄라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다만 보고 내용 가운데 유족이 보인 반응에 대해선, 두 사람이 이를 허위로 조사본부에 보고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 페이스북 캡처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 페이스북 캡처유족은 "딸이 사건 초기부터 전 소속부대(20전투비행단) 일부 부대원들이 가해자(장모 중사)를 선처해 달라고 요구해 힘들어했다며 군사경찰에 조사와 처벌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는데, 군사경찰은 조사본부에 보고할 때 '사망 동기를 명확히 밝혀 달라며 애통해하는 것 외에 특이 반응이 없다'고 적었기 때문이다.

    즉, 재판부는 보고를 할 때 어떤 사실을 빼먹고 적지 않는 것과 사실관계 자체를 바꿔서 적는 것 가운데 전자는 무죄로 보고 후자는 유죄로 취급한 셈이다.

    "명예훼손 인정되려면 구체적이어야"…성추행 피해 사실 알린 지휘관들은 무죄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뒤 15특수임무비행단으로 전속을 올 때, 그가 성추행 피해자라는 사실을 부대원들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 지휘관 2명은 아예 무죄를 선고받았다.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1월 26일 오전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15비 정보통신대대장 A중령과 작전통신중대장 B대위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고 두 사람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중령은 이 중사가 전입을 오게 된 경위를 알아보던 중 문제의 사건이 있었다는 내용을 들은 뒤, 그가 전 소속부대(20비)에 관련된 업무를 하지 않도록 알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중대장들이 모인 회의에서 "이 중사가 불미스러운 일로 전입을 온다"고 한 혐의를 받는다.

    B대위는 주요 간부들이 있는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이 중사와 관련해 '좋지 않은 일로 전속을 오니 (20비에 대해) 일체 언급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올렸다가 다른 인원에게 '이런 언급 자체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듣자 이를 삭제했다. 그 뒤 반장들에게 말로 "20비를 언급하지 말고 반갑다, 환영한다고 하라"고 이야기했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가 이유를 묻자 "성 관련 일로 추정되니 언급하지 말고 적당히 둘러대라"고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형법 307조 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다만 오남용되는 경우가 있기에 예외조항도 있으며, 대법원 판례를 통해 그 범위도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보통군사법원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명예훼손에서 정하는 '사실적시'는 특정 인물의 사회적 가치와 평가가 침해될 정도로 구체적이어야 하며, 그러려면 직접적으로 명시하지는 않더라도 특정 문구에 의해 유추될 수 있을 정도가 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문제는 재판에서 진술과 증거 등에 의해 채택된 바에 의하면, 두 사람이 언급한 표현 등이 법률에 의해 처벌하기엔 상당히 모호했다는 점이다.

    법원은 "A중령이 말한 '불미스러운 일로 전입을 온다'는 말로는 성범죄 사실을 특정할 수 없으며 다양한 가치판단을 내포하고 있고, 성범죄 피해자란 사실을 유추하기 어려워 증명 가능한 사실로 보기 어렵다"며 본인과 참고인 진술 등을 참고할 때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의도가 있거나 그런 결과가 발생할 것을 인식함으로써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B대위에 대해서도 "'좋지 않은 일로 전속을 온다'는 말로는 어떤 일인지 예측이 어려우며 성범죄 사실을 전제로 한 표현이나 이를 암시한다고 볼 수 없고, '성 관련이라 추정된다'는 말은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도 모르고 '추정'이라고만 했다"며 "사실적시라 할 만큼 구체성을 띠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B대위는 1차 지휘관(중대장)으로서 부대원들을 보호할 권한과 책임이 있고, 반장들을 부른 자리에서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표현만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명예훼손 법리에 비춰 살펴보면 수집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이 작성한 글이나 발언이 사실적시에 해당하거나, 명예훼손 고의가 있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유족, 2차 가해 4명 집유·무죄 강력 반발

    지난해 10월 8일 성추행 사건 주범 장 중사 결심공판 직후 기자들과 인터뷰하는 이 중사 유족. 김형준 기자지난해 10월 8일 성추행 사건 주범 장 중사 결심공판 직후 기자들과 인터뷰하는 이 중사 유족. 김형준 기자문제는 이러한 선고 내용 가운데 유족은 물론 일반적인 시선에서 보기에도 이해하기 힘든 지점이 있다는 점이다. 당연히 유족은 두 결과 모두에 대해 강력 반발했다.

    재판부는 조사본부 보고가 '신속성을 중시하며', 특정 내용이 보고 내용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죄라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고, 그 내용이 '허위라고 단정지을 수 없는 점(즉 '거짓말은 하지 않은' 점)'때문에, 강제추행 피해자라는 사실을 적지 않았다고 해서 "허위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문제는 이 중사가 사망한 채 발견된 22일 당일에 공군참모총장에게 바로 보고가 올라갔고, 조사본부에 보고가 된 것은 그 다음날(23일)이라는 점이다. 하루 차이가 나는 점 자체는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시신 발견 하루 뒤에 올라간 보고를 '신속성을 중시한다'고만 보기도 어렵다.

    게다가 재판부도 "이 대령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사고속보를 보고할 때 총장에게 보고하는 것과 동일한 내용으로 승인하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 대령이 2018년 1월부터 2019년 5월까지 국방부 조사본부장 대리를 한 적이 있다는 점까지 생각하면 그의 행동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이 중사 아버지 이모씨는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공군참모총장에게 보고를 올렸으면, 그 보고서가 바로 또 국방부 장관 책상 위에 가는 일이 맞지 않겠나"며 "(내용을 빼먹은 일은) 사실상 거짓보고인데 전시로 따지면 반역행위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또한 재판부는 A중령과 B대위에 대해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표현만 사용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중사가 추행 피해를 당해 전속을 온다는 사실이 광범위하게 부대에 퍼졌음이 이미 입증돼 있다. 법리적으로는 두 사람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가 성립하지 않더라도, 좁은 사회이며 소문이 빠른 군 특성상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자라는 사실이 금방 알려졌다.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실에 따르면 국방부 감사관실은 이 중사가 사망한 뒤 감사를 진행하면서, 그가 근무했던 20비와 15비 장병들을 대상으로 추행 피해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여부를 설문조사했다.

    그 결과, 20비 정보통신대대 장병 47%(간부 25명 중 10명, 병 9명 중 6명)가 성추행 피해 사실을 사전에 알았다고 답했다. 15비 정보통신대대에서도 장병 17%(간부 62명 중 8명, 병 51명 중 11명)가 피해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

    재판부도 이러한 점을 의식한 듯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채택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이 작성한 글(카카오톡 메시지)이나 발언이 사실적시에 해당한다거나 명예훼손 고의가 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 보기 어렵다"고 덧붙이긴 했다.

    이 중사 아버지 이모씨는 "두 사람 모두 전속 과정에서 딸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들어서 알고 있었다. 이 내용은 재판부도 재판 과정에서 언급한 바 있다"며 "이미 소문이 퍼진 상태에서 A중령은 딸이 전속을 오기 1주일 전 주간회의에서 '불미스러운 일 있는 사람이 우리 직원으로 온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누가 그 '불미스러운 일'이 추상적이라고 생각하겠나"고 주장했다.

    쉽게 말해, 재판부 판단과 달리 부대 내 이미 퍼져 있던 소문과 앞뒤 정황을 조합해 보면 그가 성추행 피해자라는 사실을 충분히 유추해 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유족은 재판부가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고 가해자 입장에서만 판단한다고 비판했다.

    2심은 민간 법원에서?…최근 군사법원 1심 판결 뒤 징계하지만 유족은 반대

    한편 국방부는 1심 판결이 끝난 이들에 대해 징계 절차를 진행하고 있어 일부 인원에 대한 2심 재판은 민간법원에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국방부 부승찬 대변인은 27일 정례브리핑에서 1심 판결이 나온 5명에 대한 징계 계획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이미 해당 인원들에 대해서는 징계 절차가 진행 중에 있다"고 답했다.

    원래 형사처벌과 징계 처분은 별개다. 법원에서 무죄가 나와도 징계는 할 수 있다. 군인이 잘못을 했을 때는 징계만 할 수도 있지만, 형사처벌을 할 경우 징계를 같이 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1심 판결 이후 징계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는 군인 신분이 박탈될 경우 군에서 징계를 하지 못하게 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보통군사법원에서 1심 판결이 나오고 나면, 검찰이든 피고인이든 불복해 항소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2심이 진행되는 추세다.

    그런데 고등군사법원에서 2심 판결이 나온 뒤 1주일 이내로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으면, 형이 그대로 확정되면서 군인 신분이 자동으로 박탈된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는 일은 비교적 자유롭지만 2심에 불복해 상고를 할 수 있는 경우는 한정돼 있어, 1주일보다 더 시간을 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군인 신분이 박탈되면 징계도 할 수 없는데, 1주일이 지나기 전에 징계를 하는 일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징계위원회를 여는 일 자체가 절차상 1주일이 넘게 걸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징계 없이 형사처벌만 받는 경우가 많아지자 감사에서 문제가 되어, 최근에는 1심 판결 이후 2심 판결이 나오기 전에 미리 징계를 해 '해임' 이상 결정이 나오면 군에서 쫓아내고 사건도 민간법원으로 이송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하지만 유족은 징계를 하지 못하게 돼 피고인들이 군인연금 등에 불이익을 받지 않더라도, 군사법원에서 재판과 처벌을 진행해 군 사법제도 역사에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처음부터 군에서 시작된 일이고 군에서 수사했으니 판결을 군이 어떻게 하는지도 '지표'로 남겨야 한다는 의미다.

    이 중사 아버지 이모씨는 "국방부와 공군은 자신들이 잘못 수사한 부분에 대해 받을 국민적 지탄과 분노를 민간으로 떠넘겨, 부실수사를 했던 책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려고 한다"며 "민간으로 나가면 확실하게 처벌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은 높다고 하지만, 왜 민간법원으로 내보내려고 하는지 알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국방부에 명확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로 2심 재판까지 군사법원에서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징계 없이 형사처벌만 하는 일이 감사에서 문제로 지적됐던 만큼, 국방부 입장에서는 이 중사 사건 가해자들이라고 해서 특별히 다르게 취급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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