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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기]인종차별·부패 스캔들…골든글로브 날개 없는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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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보기]인종차별·부패 스캔들…골든글로브 날개 없는 추락

    오는 9일 시상식 앞두고 제작사·배우·중계 방송사 모두 '보이콧'
    해묵은 인종차별 문제에 내부 부패 스캔들까지 더해져 존폐 위기
    보수·폐쇄성으로 지탄받아 온 HFPA가 초래한 결과에 비판 여론↑
    "지금은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나서야 할 때"

    HFPA 제공HFPA 제공80여 년 역사를 자랑하는 시상식 골든글로브의 권위가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그들만의 리그'를 구축해 오며 비난의 중심에 섰던 골든글로브가 정말 '그들만의 시상식'으로 전락함으로써 존폐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TV 드라마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 이정재가 해당 시상식에 불참한다고 밝히며 골든글로브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이정재가 시상식 불참을 선언한 배경에는 넷플릭스의 골든글로브 보이콧이 있다. 그리고 넷플릭스 외에도 할리우드 다수 제작사와 배우 등이 골든글로브를 외면하고 있다. 여기에는 골든글로브 내부 부패 스캔들과 끊임없이 논란을 일으켰던 인종차별, 이러한 비판들을 무시한 골든글로브의 안일함이 있다.
     

    '그들만의 리그' 골든글로브, '그들만의 시상식' 될 위기


    당장 오는 9일(현지시간) 열리는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그들만의 시상식'이라는 오명이 사실상 확정됐다.
     
    넷플릭스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주관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의 유의미한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 한 HFPA와 관련한 모든 활동과 협력을 중단하기로 했다. 넷플릭스를 비롯해 아마존 스튜디오, 워너 미디어 등 대형 미디어사들도 HFPA가 혁신하기 전까지 시상식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중계해 온 NBC는 중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이에 골든글로브 후보 발표 역시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초라하게 진행됐다. 앞서 지난 3월에는 100개 이상 홍보사가 골든글로브와의 협력을 철회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배우들도 HFPA 보이콧에 동참했다. 톰 크루즈는 '7월 4일생' '제리 맥과이어' '매그놀리아'로 받은 3개의 골든글로브 트로피를 HFPA에 반납했다. 스칼렛 요한슨은 HFPA의 성차별을 비판했고, 마크 러팔로 역시 HFPA에 변화를 촉구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HFPA 회원과 자선 사업의 수혜자들만 참석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며, 아직까지 어떤 연예인도 참여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처럼 중계 방송사인 NBC조차 골든글로브를 외면한 것을 두고 미국 매체 데드라인은 "오랫동안 문제가 제기된 HFPA가 직면한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인디펜던트 역시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매우 다르게 보일 것이다. 이는 코로나19와 관련이 없다"며 HFPA의 다양성 종말과 윤리적 과실 등 문제점을 지적했다.

    왼쪽부터 배우 스칼렛 요한슨, 톰 크루즈, 마크 러팔로. 출연 영화 스틸컷왼쪽부터 배우 스칼렛 요한슨, 톰 크루즈, 마크 러팔로. 출연 영화 스틸컷 

    인종차별에 내부 부패 스캔들까지…보수성·폐쇄성이 쌓아올린 종말 위기


    보수성과 폐쇄성으로 꾸준히 비판 받던 골든글로브가 본격적인 추락을 시작한 건 다양성을 찾아보기 힘든 회원 구성과 내부 부패가 세상에 드러난 후부터다.
     
    지난 2월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HFPA에 흑인 회원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폭로하며 골든글로브를 향한 비난이 쇄도했다. 여기에 HFPA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회원들에게 약 200만 달러(한화 약 24억원)를 전달하고, 2019년 30명 넘는 회원이 파라마운트사 협찬을 받아 프랑스에서 5성급 호텔에 머무는 등 호화 여행을 떠났던 사실이 밝혀지며 대대적인 비난에 직면했다.
     
    무엇보다도 골든글로브 시상식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보수성과 폐쇄성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이전보다 더욱더 강력한 비판이 쏟아졌다.
     
    부패 스캔들 등에 앞서 골든글로브는 제78회 시상식 후보작을 발표하면서 미국 감독이 연출하고 미국 제작사가 제작한 미국 영화 '미나리'를 작품상 등 주요 부문이 아닌 '외국어영화상' 후보에만 올려 비난의 중심에 섰다.
     
    골든글로브는 '50% 이상 영어가 아닌 외국어를 사용할 경우 외국어영화로 분류한다'는 지침을 갖고 있는데, '미나리'는 한국어 대사가 70%인 비(非)백인·비영어 작품이라는 이유로 미국 작품임에도 주요 부문 후보에서 탈락했다.
     
    HFPA 제공HFPA 제공존폐 위기까지 불러온 상황에 HFPA는 흑인 멤버를 추가하는 등 다양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며 전면적인 개혁을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 3월에는 HFPA가 남자 주인공을 비롯한 많은 배역에서 흑인들이 주요한 역할을 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브리저튼'의 언론 행사를 거부했다는 제작자 숀다 라임즈의 폭로가 나오며 HFPA를 향한 비난은 더욱더 거세졌다.
     
    여기에 HFPA 필립 버크 회장이 '블랙 라이브스 매터'(Black Lives Matter,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를 두고 "인종차별적 증오 운동"이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며 그에 대한 규탄과 퇴출 요구가 빗발쳤다. 이후 필립 버크 회장을 퇴출하고, 지난 5월 조직 내 흑인과 유색인종의 숫자를 늘리는 등 다양성 개혁 계획을 발표하며 쇄신에 나섰지만 결국 보이콧을 막지는 못했다.
     
    인디와어이는 일련의 사태를 두고 "HFPA와 골든글로브는 불명예스러운 종말을 향해 돌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골든글로브가 예전의 명성을 되찾길 원한다면, 적어도 골든글로브에 미래가 남아 있길 원한다면 남은 것은 혁신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HFPA의 의지에 달렸다. 시상식을 앞두고 침묵이라는 방법을 택한 HFPA가 그동안 견고하게 쌓아 올렸던 보수성과 폐쇄성의 왕국을 무너뜨리고, 모두가 한목소리로 요구하는 가치들을 쌓아 올리는 것만이 등 돌린 영화업계를 다시 불러 모을 수 있다.
     
    "영화 제작자와 배우들의 참여로 유명세와 이익을 얻은 HFPA가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저항하는 것은 실망스럽다. 지금은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나서야 할 때다." _마크 러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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