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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기]김선호 '2차 가해' 침묵한 선택적 사과 '그늘'



문화 일반

    [다시, 보기]김선호 '2차 가해' 침묵한 선택적 사과 '그늘'

    김선호 침묵 3일 동안 폭로자 향한 '2차 가해' 확산
    폭로자 신상털기에 SNS 악플 테러…왜곡된 비방까지
    일부 매체, 커뮤니티 뒤따라 '폭로자 정체' 기사화 물의
    김선호 뒤늦은 사과에도 폭로자 '2차 가해' 관련 당부 없어
    전문가 "2차 가해성 보도 만연…사건 실체와 무관해"

    배우 김선호. tvN 제공배우 김선호. tvN 제공해명할 사람은 따로 있는데 피해를 호소한 폭로자만 두 번 괴롭다. 배우 김선호가 사생활로 물의를 빚자 도리어 폭로자를 겨냥한 신상털기와 2차 가해가 발생하고 있다.
     
    대세 배우로 떠오른 김선호는 지난 1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폭로글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익명의 글쓴이는 '대세 K 배우'가 전 여자친구인 자신에게 광고 위약금을 핑계로 혼인을 빙자해 낙태를 종용하고 가스라이팅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후에도 제대로 된 사과 없이 관련 흔적 지우기에만 바빴다는 말도 덧붙였다.
     
    연락두절됐던 김선호 측은 논란이 불거지고 3일째인 19일이 돼서야 첫 입장을 밝혔다. 입장 표명이 늦어진 것에 대한 사과와 함께 '아직 사실 확인 중'이라는 간결한 내용만이 포함됐다.

    김선호가 '두려움'에 늑장을 부리는 사이, 폭로자는 누리꾼들과 언론에 의해 치명타를 입었다. 침묵이 길어질수록 '2차 가해'도 극심해져만 갔다.

    일부 팬들과 누리꾼들은 폭로자 신상을 추적해 노출하기에 이르렀다. 한 커뮤니티를 시작으로 폭로자 개인정보가 급속히 확산됐다. 결국 그가 운영하던 SNS·사업체까지 악성 댓글 등으로 도배됐다.

    언론 역시 사건의 본질에서 벗어난 해당 정보를 기사화함으로써 확대·재생산에 앞장섰다. 폭로자가 한때 방송 관계자였어도 이제 활동을 중단했기에 유명인 범주에 넣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일부 매체는 사건의 진실과 무관한 폭로자 개인 정보를 흥미 본위로 다뤘다.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최진봉 교수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뒤따라 보도하는 언론 행태가 심각하다. 물론 사실 관계 다툼에 있어 의견과 주장이 다른 부분은 보도할 수 있다"며 "그러나 피해자로 지칭되는 인물의 신상을 어느 정도 파악 가능하게 기사를 쓴다면 이는 또 다른 피해를 부르는 '2차 가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적인 공간에 가까운 커뮤니티와 공적인 신뢰성을 가진 기사는 그 무게가 다르다.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반드시 신상이 노출돼야 하는 것이 아닌 이상 보도로 밝혀질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기자는 기사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야 되는데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지키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이는 폭로자 연령과 사적인 과거를 빌미로 삼는 '2차 가해'로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피해자의 폭로 이유를 불순한 목적인 양 몰아가거나 피해 주장을 이성간 애정 문제로 축소하고 있다. 또 한번 여성 피해자를 왜곡된 프레임 안에 가두면서 사건의 본질이 흐려진 것이다.

    다시 하루가 지난 20일, 드디어 김선호가 입을 열었다. 그는 "저는 그분과 좋은 감정으로 만났다. 그 과정에서 제 불찰과 사려 깊지 못한 행동으로 그분에게 상처를 줬다"며 "그분과 직접 만나서 사과를 먼저 하고 싶었으나 지금은 제대로 된 사과를 전하지 못하고 그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우선 이 글을 통해서라도 그분께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고 고개를 숙였다.

    사실상 '상처'라고 뭉뚱그려 간접 인정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쟁점에 대한 직접 언급조차 없는 반쪽짜리 사과문이었다. 자신의 일부 팬들이 2차 가해를 했는데도 전 여자친구, 즉 폭로자를 향한 비방과 개인정보 유출을 멈춰 달라는 호소는 없었다.

    사건의 여파는 거셌다. 김선호의 탄탄한 인기를 믿고 적극 기용했던 방송·영화계와 각종 기업들까지 어디 하나 폭풍을 피해가지 못했다. 그러나 참다 못해 익명으로라도 피해를 호소한 폭로자의 심경에 비할 수 있을까. 용기 내 입을 열자 온갖 공격이 돌아왔고, 정작 해명해야 할 당사자는 너무 오래 침묵했다.

    "그분께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는 김선호. 그 말에 스스로 책임지기 위해서라도 이번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를 바라본다.

    '다시, 보기'는 CBS노컷뉴스 문화·연예 기자들이 이슈에 한 걸음 더 다가가 현상 너머 본질을 들여다보는 코너입니다. 발빠른 미리 보기만큼이나, 놓치고 지나친 것들을 돌아보는 일은 우리 시대의 간절한 요청입니다. '다시, 보기'에 담긴 쉼표의 가치를 잊지 않겠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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