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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선행에 '돈쭐'?…"없어도 괜찮아, 그냥 돕는 것"

    '평범한 사람들'의 선한 영향력

    결식아동 가정에 '반값 치킨' 제공하는 40대 치킨집 사장
    매달 취약계층 이불 빨래해주는 60대 세탁소 대표
    칭찬에 손사래…"관심은 우리 아닌 도움이 필요한 곳으로"
    봉사·기부, 이벤트 아닌 '사회 구조화' 만들어야 목소리도

    경기 화성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이정국(가명·사진)씨는 지역에 있는 결식아동 가정에 '반값'으로 치킨을 제공하고 있다. 정성욱 기자경기 화성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이정국(가명·사진)씨는 지역에 있는 결식아동 가정에 '반값'으로 치킨을 제공하고 있다. 정성욱 기자
    이정국(가명·43)씨의 치킨집에는 조금 특별한 메뉴가 있다.

    이름은 '맛있는 치킨'. 가격은 다른 메뉴 절반인 6천 원이다. 그렇다고 양이 적은 것도, 맛이 다른 것도 아니다. 오직 한 가정을 위해 가격만 낮춘 '스페셜 에디션'이다.

    이씨가 만든 반값 치킨은 중학생 딸의 친구인 A군만 이용할 수 있다.

    경기도 화성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이씨는 우연히 A군 집으로 배달을 갔다. 이씨는 A군이 치킨을 좋아한다는 사실, 하지만 가정 형편 때문에 마음껏 먹지 못한다는 사실까지 알게 됐다.

    결식아동인 A군에게 제공되는 급식카드 한도도 8천 원이어서, 2만 원 가까운 치킨값을 충당할 수 없었다.

    고민 끝에 이씨는 A군에게만 반값보다도 저렴하게 치킨을 팔기로 했다. 나머지 비용은 이씨가 부담한다.


    이씨가 A군을 위해 만든 '맛있는 치킨' 메뉴. 나머지 치킨값은 이씨가 부담한다. 정성욱 기자이씨가 A군을 위해 만든 '맛있는 치킨' 메뉴. 나머지 치킨값은 이씨가 부담한다. 정성욱 기자
    '맛있는 치킨'이라는 메뉴를 만든 것은 A군을 배려해서다. 치킨을 받아든 A군이 '급식카드 결제'라는 영수증을 보고 상처를 받진 않을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A군은 지금까지 치킨을 종종 시켜먹고 있다.

    일부 미담이 '돈쭐(돈으로 혼쭐을 내주자는 신조어)'로 이어질 만큼 선행이 드물고 귀하게 여겨지는 시기, 이씨는 묵묵히 이웃을 돕고 있었다.

    이씨는 "우연한 계기로 A군을 돕고 있을 뿐 칭찬받을 만한 일은 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돈쭐이 나고, 그 영향으로 우리 사회가 선행에 관심을 갖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새 이불 냄새를 아이들이 좋아한대요"…온정 나누는 60대 부부

    경기 안산에서 코인 세탁소를 운영 중인 심재구(62)·강순임(60)씨 부부는 매달 취약계층 가구의 이불을 무료로 세탁해주고 있다. 정성욱 기자 경기 안산에서 코인 세탁소를 운영 중인 심재구(62)·강순임(60)씨 부부는 매달 취약계층 가구의 이불을 무료로 세탁해주고 있다. 정성욱 기자 
    경기 안산에서 코인 세탁소를 운영하는 심재구(62)·강순임(60)씨 부부.

    이들 부부는 평범한 자영업자이지만, 누군가에겐 특별한 사람들이다. 매달 취약계층 가정의 이불을 무료로 세탁해주고 있기 때문.

    평소 봉사에 관심이 있던 심씨는 취약계층 지원사업인 드림스타트 관계자로부터 무료 세탁봉사 제안을 받고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불 빨래는 옷가지보다 부피가 커서 손이 많이 간다. 심씨는 세탁기로 이불을 빤 뒤 다시 햇빛에 직접 말리는 수고를 한다.

    이처럼 심씨가 공을 들이는 이유는 세탁한 이불을 받고 좋아할 아이들 때문이다.

    그는 "시청 공무원들이 이불을 가져다 주는데, 여름인데도 두꺼운 이불이나 곰팡이 냄새가 나는 이불이 수거되기도 한다"며 "그런 이불을 빨아다 주면 아이들이 방방 뛰면서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더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심재구 씨가 세탁이 끝난 이불을 햇볕에 건조시키고 있다. 정성욱 기자심재구 씨가 세탁이 끝난 이불을 햇볕에 건조시키고 있다. 정성욱 기자
    실제 심씨 부부에게 도움을 받은 박모(36)씨는 덕분에 자녀들의 웃는 얼굴을 보게 됐다.

    6남매를 키우는 박씨는 하루 종일 아이들 빨랫거리를 처리하기도 벅차다. 특히 반지하 층에 거주할 땐 곰팡이가 슨 이불 때문에 걱정도 많았다.

    박씨는 "지금까지 두 번이나 도움을 받았는데, 이불에서 향이 나서인지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다"며 "빨래를 해주시는 분을 만난 적은 없지만, 정말 큰 도움을 받았다"고 수줍게 말했다.

    심씨는 "엄청난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돕는 것"이라며 겸연쩍어 했다.


    '돈쭐' 타고 선행문화 퍼지나…"봉사, 이벤트 아닌 보편화 돼야"


    최근 주변에 선행을 베푸는 이웃이나 매장이 SNS를 통해 알려지며 '돈쭐'나는 일이 늘고 있다. 돈쭐은 좋은 일을 한 매장이 번창할 수 있게 더 많이 사주자는 의미와 현상이다.

    최근 인천의 한 피자가게는 형편이 어려운 아버지에게 무료로 피자를 제공했다가 크게 돈쭐이 났다. 아버지의 사연이 온라인으로 퍼지며 피자 주문이 폭주했다.

    하지만 이런 돈쭐 현상이 유행처럼 끓었다가 이내 식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때문에 봉사나 기부가 이벤트성에 그치지 않고 사회 구조적으로 정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정재훈 교수는 "돈쭐 현상이 이웃을 돕는 문화로 정착하기까진 아직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며 "우리 사회에서 기부나 봉사가 일상화되기 보다는 아직까지 이벤트로 끝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돈쭐 현상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봉사와 기부가 구조화되고 보편적인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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