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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싣고 달린다"…청각장애 기사의 '고요한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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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꿈을 싣고 달린다"…청각장애 기사의 '고요한M'

    핵심요약

    청각 장애인이 운행하는 '고요한M'…코액터스 송민표 대표·SKT 김춘수 PL 인터뷰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이용하는 포용적 모빌리티 꿈꾼다"
    "운행 차량 100대까지 증차하는 것이 1차 목표"
    "사회적 가치 창출 꿈꾸는 제2, 제3의 코액터스 나오길"

    SK텔레콤 뉴스룸 제공SK텔레콤 뉴스룸 제공"안녕하세요 청각 장애인 기사님이 운행하는 택시입니다."

    안내 음성이 나오면, 뒷자리에 탑승한 승객이 태블릿에 목적지를 입력한다. 추가적인 소통이 필요하면 '기사님께 말하기'를 누르면 된다. 키보드나, 음성, 손글씨 인식이 모두 가능하다. 소셜벤처 기업 코액터스가 운영하는 모빌리티 서비스 '고요한M'의 이용 모습이다.

    안내 음성에서 확인할 수 있듯, 고요한M의 드라이버는 모두 청각장애인이다. 청각 장애인에게는 일자리 창출의 기회를, 바쁜 일상에 지쳤을 이용객에게는 편안한 휴식을 제공하는 윈-윈을 노렸다.

    코액터스는 이같은 서비스를 지난 2018년 6월 '고요한택시'로 처음 선보였다. 지난해 8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고요한 모빌리티' 실증특례를 받은 뒤에는 이를 확장한 고요한M을 출시했다. 고요한택시의 기사들이 법인택시에 소속돼있었다면 이제는 코액터스가 고요한M을 통해 기사들을 직접 고용하고 차량을 관리한다.

    지난 3년간 코액터스가 고요한 택시, 고요한M으로 배출한 청각 장애인 기사는 총 87명(2021년 7월 기준)이다. 운행 택시 대수 역시 2018년 10대에서 20대(2021년 7월 기준)로 늘었다. 기사 수입도 늘어 255만 원까지 올라왔다.

    이같은 성장에는 SK텔레콤의 지원이 있었다는 평가다. SK텔레콤은 운행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고요한M에 청각 장애인 전용 ADAS(첨단 운전자 지원시스템)와 T케어 스마트워치 등을 지원했다.

    앞으로 코액터스는 현재 20대 수준인 고요한M의 차량을 100대까지 늘리고, 기사 수도 증원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코액터스 송민표 대표는 "국내에서 장애인분들을 가장 많이 고용할 수 있는 회사가 되는 것이 첫 번째 목표고, 두 번째 목표는 그런 직영 운송 서비스를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로 운행하는 것"이고 말했다.

    지난 2일 소셜벤처허브에서 만난 SK텔레콤 오픈콜라보 담당 김춘수PL(좌)과 코액터스 송민표 대표(우). 차민지 기자지난 2일 소셜벤처허브에서 만난 SK텔레콤 오픈콜라보 담당 김춘수PL(좌)과 코액터스 송민표 대표(우). 차민지 기자

    코액터스 송민표 대표, "장애인·비장애인 모두 이용하는 '포용적 모빌리티' 꿈꾼다"


    다음은 코액터스 송민표 대표와 진행한 인터뷰. 최근 고요한M과 협업 1천 일을 맞이한 SK텔레콤 오픈콜라보담당 김춘수 PL도 함께 자리했다. 장소는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소셜벤처허브에서 진행됐다.

    -고요한M 이용객의 특징이 궁금하다.
    송민표 대표=현재 고요한M 앱 회원 가입자 수가 2만여 명인데 이 중 2030, MZ세대의 비율이 72%에 달한다. 남녀 성비를 보면 여성 성비가 73%를 차지한다. 기존 택시 호출 앱들의 경우 4050대 남성분들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고요한M은 조금 다른 특징을 보인다.
    =단골 고객들도 좀 있는 편이다. 한 달에 50~60만 원씩 쓰는 고객도 있다. 이용 패턴은 주로 강서구 쪽에서 예약 서비스를 통해 강남 쪽으로 출근하고, 이후 강남에서는 실시간 호출을 통해 퇴근하시는 방식이다. 아니면 자녀 학원 수업 통학을 위해 주기적으로 예약을 하는 경우도 있다.

    -모빌리티 서비스에서도 이른바 '착한 소비'가 가능하다는 점이 이용자에게는 가장 크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은데.
    송민표 대표=회사 차원에서는 '착한 소비'보다는 '가치 소비'라는 말을 지향하고 있다. 가치 소비는 고요한M 서비스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이다.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가지고 있는 접점이 별로 없다. 승객 중에서도 다른 서비스를 이용할 때와는 달리 탑승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같은 고민부터, 탑승 후 무언가 도와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있다.
    =고요한M이 B2C 서비스이기도 한 만큼, 승객분들이 장애인에 대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이미지를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나아가 "나는 이동을 하려고 했을 뿐인데, 장애인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는 가치도 가져갈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이런 부분을 고객들이 굉장히 좋아한다.

    코액터스 송민표 대표. SK텔레콤 뉴스룸 제공코액터스 송민표 대표. SK텔레콤 뉴스룸 제공-고요한M은 월급제로 운영되고 있다. 월급제를 택한 이유가 있나.
    송민표 대표=일단 기사분들이 어느 정도 일을 했을 때 합당한 근로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청각 장애인들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창업을 시작했는데 적은 금액을 받게 된다면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업계 평균 급여를 고려하는 동시에 기사분들이 '괜찮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수준을 측정해 지급하려고 했다. 급여를 제공하고 있는 모빌리티 회사 중에서는 현시점 기준 최고 수준으로 알고 있다.

    -예약제나 SUV 차량은 차별화를 두려고 시도한건가.
    송민표 대표=기존 택시회사에서 사용하는 차종들은 층고가 낮아서 불편하다는 평이 있었다. 또 뒤에 가스통이 있다보니 캐리어나 수동 휠체어 탑승이 어렵다는 평도 많았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차종을 고민하다가 SUV를 선택하게 됐다.
    =예약호출의 경우 타사가 갖고 있지 않은 서비스라는 점을 고려했다. 아울러 서비스 확산이 되려면 많은 고객들이 탑승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강남에서만 실시간 호출이 가능한데, 예약 호출을 통해 실시간 호출이 불가능한 지역에서도 이용이 가능해졌다.

    -앞으로 고요한M이 중점적으로 추진할 과제는.
    송민표 대표=고요한M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를 통해 지난해 8월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여러 시행착오들이 있었고 법적 애로사항도 있었다. 이제 새로운 법령에 따라 '플랫폼 운송사업'이라는 형태의 면허로 전환을 하게 된다. 전환 이후 투자 유치를 통해 100대 정도까지 차량을 증차하는 것이 목표다.
    =고요한M이 추구하는 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용할 수 있는 포용적인 모빌리티 서비스다. 이런 맥락에서 올해 말부터 런던 택시로 유명한 '블랙캡' 차량을 서비스에 투입하기로 했다. 블랙캡은 차량 옆쪽으로 슬로프가 설치돼 있어 휠체어를 사용하는 교통 약자들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장애인 이동권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고요한M과 천일 동행한 SKT, "우리는 조연…제2, 제3의 코액터스 나왔으면"


    -처음 SK텔레콤과 코액터스가 만나게 된 계기는?
    김춘수 PL=모빌리티 시장에서 어떻게 사회적 가치를 구현해 볼 수 있을까 고민을 하던 차에 처음으로 경주에서 청각장애인 택시기사를 배출했던 코액터스라는 팀을 만나게 됐다. 그때의 코액터스는 대학교 3학년 학생들로 구성된 팀이고 소속 기사도 딱 1명이었다. 내부에서 사업의 지속가능성 등에 대해서 고민이 많았다.
    =그럼에도 저희는 '이 팀은 0에서 1을 만든 팀'이라고 판단했다. 0에서 1을 가는 게 어려운 것이지, 1에서 100을 가는 것은 오히려 쉬울 수 있다고 봤다. 결국 회사에서도 호응을 해주셨고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올 수 있었다.

    -SK텔레콤과 코액터스의 구체적 협업 내용을 알고싶다.
    김춘수 PL=처음 고요한택시가 출범했을 때, 길에서 손님을 태울 때는 문제가 없었는데 기사님들이 '택시 호출앱'을 사용할 경우 어려움이 있었다. 호출한 승객분이 요구사항이 생겨서 전화하면 기사분들이 답을 해드릴 수가 없었던 거다. 콜을 취소당하는 건 물론이고 불량기사로 신고로 당한 사례도 있었다.
    =여기에 착안해 티맵택시(현 UT)에 각종 기능을 업데이트했다. 직접 전화 통화를 하실 수 없는 상황이니 앱 내에 메세징 기능을 만들었다. '가고 있으니 5분만 기다려주세요' 같은 식이다. 호출 발생하면 바로 인지하실 수 있도록 알림 방식도 바꿨다. 호출이 들어왔을 때, 핸드폰 화면 전체가 번쩍번쩍하면서 시각적으로 호출 상황을 알 수 있도록 바꿨다.

    SK텔레콤 뉴스룸 제공SK텔레콤 뉴스룸 제공
    -차량 내부에도 ADAS 등 SK텔레콤의 기술적인 부분이 들어갔다.
    김춘수 PL=스마트워치와 연계해 진동으로 알림을 주는 ADAS 장착을 지원했다. ADAS도 종류가 여러 개다. 퀄리티가 좋아야 실효성이 있는데, 초기 1대에 장착을 해서 테스트를 해보는 등 많은 과정을 거쳤다. 실제 기사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골목에서 스마트워치에 진동이 와서 멈췄다가 실제로 사고를 면했던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고요한M과 나아가고 싶은 방향이 있다면?
    김춘수 PL=송 대표가 창업을 하게 됐던 동기가 우버에서 청각 장애인 기사들이 활동을 하고 있다는 기사를 접한 뒤였다. 어떻게 보면 우버가 먼저 시스템을 만든 건데, 현시점에서도 상당히 아날로그적인 부분들이 있다. 예를 들어 고요한M에서는 고객이 음성을 말하면 텍스트로 변환 돼 기사가 인지하지만 우버는 청각 장애인 기사의 차량에 타면 가이드라인이 있다. "빨간색 신호등이 걸리면 어깨를 두 번 두드린 뒤 필담을 나누라"는 방식 등이다. SK텔레콤과 고요한M이 만든 모빌리티 서비스가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좀 더 선도적인 위치에 있다는 뜻이다. 각국에서 청각장애인 기사가 활동하고 있는 만큼 이런 부분들이 해외로 갈 수 있는 길이 좀 열리면 좋겠다.

    -지난 8월 1일이 SK텔레콤과 코액터스가 만난 지 1천일이 되는 날이라고 들었다.
    김춘수 PL=이 콜라보의 주연은 코액터스고 SK텔레콤은 조연의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코액터스라는 좋은 취지를 갖고 있던 회사가 지금까지 서바이벌하고 이 과정에서 청각장애인이 새로운 직업을 찾는 데 SK텔레콤의 기술이 일부분이라도 기여했다면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

    -앞으로의 ESG 협력 방향은?
    김춘수 PL=제2, 제3의 코액터스를 찾고 있다. 여러 기업을 찾아뵙고 있고 협력 디자인을 제안하기도 했다. 사회적 가치를 SK텔레콤 혼자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창출하려할 때 더 빨리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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