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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기]실력만 보자는데…김연경·박세리 '마녀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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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보기]실력만 보자는데…김연경·박세리 '마녀사냥'

    여성 스포츠 선수들 통해 성차별 실태 다룬 '국가대표' 다큐
    배구 김연경, 골프 박세리 등 여성 선수들 출연해 성차별 언급
    방송 이후 뜨거운 반향…시청자 게시판에 응원과 칭찬 '봇물'
    여성 혐오 유튜버가 비방하자 순식간에 김연경·박세리 '악플' 테러

    방송 캡처방송 캡처"수신료의 가치를 느낍니다. 너무 좋은 다큐멘터리였습니다." (시청자 고모씨)

    여성 국가대표 선수들 이야기를 담은 KBS1 '다큐 인사이트-국가대표'(이하 '국가대표')가 일으킨 반향은 뜨거웠다. 조용했던 '다큐 인사이트' 시청자 게시판에는 70페이지 넘는 글이 올라왔다.

    대다수 시청자들은 각 선수들 경험을 통해 스포츠계 성차별 실태를 고발한 '국가대표'에 응원과 칭찬을 보냈다. 2020도쿄올림픽으로 어느 때보다 국가대표들이 주목받고 있는 지금, 여성 선수의 시각으로 스포츠계를 바라본 남다른 다큐멘터리였다.

    오랫동안 남성들이 주도해 온 스포츠계에서 여성들은 사회적 한계, 편견과 맞서 싸워야 했다. 단적으로 올림픽 남녀 성비를 맞추기까지 120년이 걸렸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는 선수들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어느 종목에서든 '여자' 선수이기에 실력보다 외모, 연애, 결혼 등이 부각되거나 똑같이 성공해도 남성만큼 대우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대표적으로 남성에 비해 노출이 많은 여성 유니폼, 여성 지도자의 부재, 여자 배구의 낮은 샐러리캡 문제 등을 꼽았다.

    이들 선수는 마침내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에서 우뚝 섰다. 배구 김연경, 골프 박세리, 축구 지소연, 펜싱 남현희, 핸드볼 김온아, 수영 정유인 등은 태극마크를 달고 한국 여성 스포츠계 판도를 뒤바꿨다.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성차별 속에서 실력으로 이를 증명하면서 편견을 하나씩 깨 왔다. 그들의 발자취를 되짚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방송 캡처방송 캡처그런데 방송 이후 여성 혐오 성향 유튜브 채널들에 '국가대표'를 겨냥한 비방 영상들이 게시됐다. 편견 가득한 성차별주의자들 논리를 그대로 답습한 듯한 주장이었다. 물리적 힘의 차이 때문에 여성의 실력이 뒤떨어지고, 같은 종목이라도 여성 리그 규모나 인기가 낮기 때문에 차별이 '당연하다'는 것이었다.

    유튜버들 비방은 결국 온라인을 통해 확산됐다. 이는 김연경, 박세리 등 인기 선수들을 향한 악플(악성 댓글) 테러를 유발했다. 유튜브 채널에 선공개된 '국가대표' 영상의 댓글창은 현재 닫힌 상태다. 김연경 유튜브 채널·박세리 SNS에는 "불만이면 통합 리그를 뛰라" "남자 대회를 나가라" "'페미'(페미니스트) 아니냐" 등의 성차별적 공격이 넘쳐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선수들을 지지하고 나섰다. 여성 선수들이 용기 내 부조리한 현실을 전하자 일부 남성들의 공격을 받는 것 자체가 이미 성차별적 사회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여러 사례들처럼 성차별주의자들의 공격을 사회가 수용한다면 시대정신을 담은 여성들 발언이 위축될 위험성도 우려했다.

    방송 캡처방송 캡처이쯤되면 기시감이 든다. 인터넷 신조어와 '숏컷'(쇼트커트)을 이유로 안산 선수가 '페미니스트'라며 공격했던 여성 혐오 기반 사이버 불링(온라인 괴롭힘) 사건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자기 분야에서 성공해 주목받는 여성들을 '사상검증' 하는 양상까지 유사하다. 국가기관·정치권·기업·언론이 '억지 논란'을 그대로 받아주면서 여성 혐오·성차별 세력이 비대화 된 결과다.

    그럼에도 '해야 할 말을 하기 위한' 움직임은 계속될 전망이다. '국가대표'를 제작한 이은규 PD는 최근 KBS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여성 선수들의 이야기만을 다루는 것에 부담은 없었나'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있었죠. 그런데 어쨌든 해야 되는 이야기였던 것 같고, 지금 한번쯤 해볼 만한 이야기인 것 같고. 무엇보다 제작진의 의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선수나 기자 등 그런 말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으면 저희 다큐는 만들어질 수가 없는 건데. 이 시점에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고 용기를 내주셨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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