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쥴리 벽화 지워졌지만…유튜브에 판치는 '제2의 쥴리벽화'



사건/사고

    쥴리 벽화 지워졌지만…유튜브에 판치는 '제2의 쥴리벽화'

    핵심요약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아내 김건희씨를 비방하는 내용이 담긴 이른바 '쥴리 벽화'를 그려 논란이 일었던 서울 종로구 홍길동 중고서점 측이 지난 2일 흰 페인트로 벽화 그림을 덮었습니다. 하지만 불씨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유튜브상의 '제2의 쥴리 벽화'는 오히려 판을 치는 모습입니다.

    홍길동 중고서점 '쥴리 벽화' 논란 일주일 만에 지워져
    불씨는 '유튜브'로…'쥴리 벽화' 방불케 하는 혐오 표현들
    가짜뉴스 넘어 '혐오 비즈니스'로 돈 버는 유튜버들
    전문가들 "윤리 기준 맞춰야…불법 콘텐츠는 규제"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한 중고서점 외벽에 그려져 있던 '쥴리 벽화'가 흰 페인트로 덧칠돼 있다. 서점 측은 2일 논란이 됐던 벽화 2점 위에 흰 페인트를 덧칠해 그림을 지웠다. 박종민 기자지난 3일 서울 종로구 한 중고서점 외벽에 그려져 있던 '쥴리 벽화'가 흰 페인트로 덧칠돼 있다. 서점 측은 2일 논란이 됐던 벽화 2점 위에 흰 페인트를 덧칠해 그림을 지웠다. 박종민 기자
    서울 종로구 홍길동 중고서점 앞에 그려진 '쥴리 벽화'는 논란 끝에 지워졌지만, '쥴리 벽화'를 방불케 하는 선정적인 혐오 표현은 유튜브상에 그대로 퍼져 있는 모습이다. 오히려 클릭수와 조회수를 늘려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혐오의 불씨를 더욱 키우는 양상이다.

    유튜브상에 무분별한 폭로와 가짜 뉴스 등은 이미 '한강 대학생 실종 사망사건' 당시 거센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와 함께 혐오를 부추겨 수익을 얻는 이른바 '혐오 비즈니스'까지 더해지며 사회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쥴리 벽화' 지워졌지만…'제2의 쥴리벽화' 유튜브상에 판쳐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홍길동 중고서점의 건물 1층 외벽에 그려진 일명 '쥴리 벽화'는 큰 파장을 낳았다. 쥴리 벽화는 윤석열 전 총장 아내 의혹을 풍자한 벽화로 '쥴리'는 김씨가 과거 유흥업소에서 일했다는 소문과 함께 언급되는 예명이다.

    벽화를 두고 보수와 진보 지지자들은 '말 다툼'과 '낙서 경쟁'을 벌이는 등 대립각을 세웠다. 여성단체와 정치권은 벽화가 여성 혐오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인 데다 한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 혐오가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쥴리 벽화는 각종 논란을 겪다 5일 만에 '흰 페인트'로 지워졌지만, 불씨는 가라앉지 않고 유튜브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쥴리' 관련 의혹을 내놓는 유튜브 채널은 대표적으로 '열린공감TV', '이사람TV', '새날', '백자TV', '서울의 소리' 등이다.
    '쥴리 의혹' 다루는 유튜브 채널의 썸네일(대표이미지)들. 유튜브 캡처'쥴리 의혹' 다루는 유튜브 채널의 썸네일(대표이미지)들. 유튜브 캡처
    쥴리 관련 영상을 14건 올린 '이사람TV'의 경우, 해시태그로 '호스티스' '접대부', '노출'과 같은 자극적인 용어를 써서 영상을 올렸다. 여성의 다리를 썸네일(대표 이미지)로 하기도 했다. '백자TV'의 경우 '나이스 쥴리'란 노래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올렸다. 노래엔 "나이스 쥴리", "르네상스 여신", "서초동 나리들께 거저 줄리 없다"란 가사가 나온다.
    해시태그로 자극적인 용어를 써서 영상을 올렸다. 유튜브 캡처해시태그로 자극적인 용어를 써서 영상을 올렸다. 유튜브 캡처
    영상의 댓글도 여성혐오적인 표현으로 채워져 있었다. 약 20만회 조회수가 나온 '이사람 TV'의 <나이스줄리 3화 #도대체 #줄리 #쥴리 #넌 #누구냐? #라마다 #르네상스 #호텔 #클럽 #에이스 #호스티스 #접대부..>란 영상에는 '호스티스 출신' '쥴리 성형전 얼굴' '접대부나 검사나 스폰 받는 건 똑같다' '방중술의 대가' 등의 댓글이 1천개 이상 달렸다. 13만 조회수를 기록하는 채널 '서울의 소리'의 <쥴리와 검사스캔들 : 법피아 명단 공개 및 맞고소 예고>영상엔 '꽃뱀 모녀와 검사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쥴리 의혹' 관련 영상 댓글들. 유튜브 캡처'쥴리 의혹' 관련 영상 댓글들. 유튜브 캡처
    전문가들은 유튜브 조회수를 올리고 싶은 이들이 이번 기회를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민숙 여성학 박사(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는 "(쥴리벽화 논란을) 호재로 본 것이다. 매우 중요한 정치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는 양하면서 사실은 여성을 성적대상화하고 여성을 성적 이력으로 평가하는 것"이라며 "선정적인 방송을 공정성과 검증이란 이름으로 가리고 있다"라고 밝혔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서승희 대표도 "(이 문제가) 정치적 지형의 논점인 것처럼 하는데 여성 혐오를 도구로 사용해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수단으로 쓰는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지난 29일 '쥴리의 남자들' 벽화 앞에서 보수성향 유튜버들이 차량으로 벽화를 가리고 있다. 박종민 기자지난 29일 '쥴리의 남자들' 벽화 앞에서 보수성향 유튜버들이 차량으로 벽화를 가리고 있다. 박종민 기자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유튜브에선 클릭수와 조회수가 바로 돈으로 이어지는 곳이어서 '혐오가 비즈니스'가 된 곳"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쥴리 벽화에 대한 여러 공방이 있고 여성 혐오라는 인식 있음에도 콘텐츠로 가져와서 확대 재생산하고 선정적인 내용을 추가해서 콘텐츠로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 채널 '새날'의 한 출연자는 "쥴리는 아바타고 여성도 아니에요. 아바타에 여성감성이 어딨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쥴리 벽화에서 촉발된 여성 단체들의 지적을 반박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이에 대해 윤 교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며 "특정대상을 공격좌표를 찍어 공격하는 것이 일종의 놀이나 재미가 되고, 클릭 수를 통해 돈이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CBS노컷뉴스가 유튜브 조회수 순위와 수익 등을 추산하는 '플레이보드'와 '녹스인플루언서' 등 사이트를 통해 쥴리 관련 의혹으로 벌어 들인 수익을 살펴본 결과 '열린공감TV'는 34개 영상을 올려 총 25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사람TV'는 한 달 간 145만원에서 252만원을 벌었다.

    쥴리 의혹이 다른 주제의 영상보다 높은 수익을 보장해주기도 한다. 일례로 '열린공감TV'는 지난달 13일 <깨어있는 대학생들, 이준석 대표 1:1면담 및 1인 시위 현장>영상을 통해 6만원을 벌었지만 전날엔 <특종! *** 전 아나운서 "***는 내 남편" 쥴리의 남편? - 설마 두 집 살림을 한 것인가?>영상으론 153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25배정도 높은 수익이다.

    자극적인 콘텐츠 난무…'유사 언론' 한계 지적


    문제는 유튜브 이용자가 늘수록 돈이 되니, 구독자를 늘리기 위한 자극적인 콘텐츠가 난무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한강 대학생 사망사건'에서도 일부 유튜버들은 타살설, 고위 경찰 연루설 등 가짜뉴스 및 루머 등을 퍼트려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자체 검증이나 공적 책임을 지지 않는 '유사 언론'의 한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한 언론법 관련 변호사는 "최근에 유튜브 관련 명예훼손이나 모욕, 형사고소도 많이 늘고 있고 경우에 따라선 민사소송까지 가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이어 "(콘텐츠를 만들 때) 다른 곳에서 퍼왔다고 하더라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며 내용을 전할 때 기정사실화하고 단정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줄리 관련 의혹을 다루는 유튜브 영상들의 제목을 살펴보면, 탐사추적취재, 현장취재란 용어를 쓰며 의혹의 정당성을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유튜브의 영향력이 커지는만큼 콘텐츠 생산자들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의 심석태 교수는 "공적의제를 다루는 거라면 단정적, 선정적, 감정적인 표현을 자제해야한다. 감정적인 표현을 쓰면서 사실여부에 대해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면 공익성을 부정 당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미희 사무처장은 "유튜브가 언론 기능을 가지느냐하는 논쟁은 의미 없을 정도로 (이미) 보도의 기능을 갖는다"며 "후보 검증이란 출발점을 문제 삼을 수 없지만 내용이 공적가치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여성의 사생활을 파헤치는 식으로 하는 건 공적 가치가 없는 무분별한 선정 보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보도 가치 있는 의혹을 쫓고 있다 하더라도 취재하는 형태나 방식, 절차는 기본적인 윤리 기준에 맞춰야 한다"고 꼬집었다.

    플랫폼 사업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유튜브에서 '표현의 자유다 정치적 사상의 자유다' 해서 즉각적으로 삭제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방치되는 경우가 있는데,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신미희 사무처장은 "플랫폼 기업별로 내부의 가이드라인 있는데 선거 시기에 강화된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며 "비윤리적, 반여성적 반인권적거나 또는 위법하고 불법한 요소가 포함된 콘텐츠를 찾아내고 규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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