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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한순간에 꽃뱀이…" 前직장동료 사진으로 '로맨스 스캠'



사건/사고

    [단독]"한순간에 꽃뱀이…" 前직장동료 사진으로 '로맨스 스캠'

    "내가 마치 꽃뱀이 된 것 같아요. 최근에는 회사 사람이 '너 도박하냐' 이런 식으로 물어봐요. 제 사진이 뿌려진 단톡방에 몇 천명이 있대요. 이제 회사 사람들까지 알게 돼 너무 두려워요."

    '또 누가 어디서 내 행세를 하지 않을까.' A씨는 최근 밤잠을 못 이룬다. 잠을 자려 누우면 심장이 쿵쾅거린다. 밤새 몸을 뒤척이다가 뜬 눈으로 아침을 맞이하는 게 반복됐다. 지난달 22일 정신과를 찾은 A씨에게 의사는 "현재 매우 불안정해 관찰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내놨다.

    일반인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A씨는 최근 '로맨스 스캠(Romance Scam)' 범죄에 사용된 사진 도용 피해자다. 로맨스 스캠이란 인터넷 채팅이나 SNS 등으로 접근해 이성에게 호감을 산 후 돈을 가로채는 사기 수법을 말한다. 40대 여성 B씨가 A씨 사진을 이용해 A씨인 것처럼 남성들에게 다가가 성적 대화를 주고 받으며 친밀감을 쌓은 뒤 금품을 가로챈 것이다.

    범인은 과거 2~3번 봤던 직장동료… "갑자기 안부 물으며 다가와"

    전 직장동료인 B씨가 A씨에 접근해 도용할 사진을 달라고 요구하는 카톡 대화방 캡처. A씨 제공전 직장동료인 B씨가 A씨에게 도용할 사진을 얻으려 접근하고 있는 카톡 대화방 캡처. A씨 제공

    사건의 발단은 3년 전 다닌 한 직장이었다. 한 금융회사에서 일했던 A씨는 바로 옆 부서의 B씨를 두세 번 대면한 적이 있다. 그런데 지난달 3일 B씨가 갑자기 "너가 입은 옷 보고싶다"며 안부를 물어왔다.

    "너가 입은거 모델이 이뻐서 그런가 이쁘네", "다른 웨딩 옷은 없어?", "체크 입은 거 다른 거 있나 셀카", "예쁜 카페 아는 곳 있어?, "교육 사진 찍은 것 있어?"

    갑자기 연락한 B씨는 A씨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언급하며 외모를 칭찬하더니 '다른 옷 사진도 있냐'며 개인 사진을 더 요구했다. 또 사진을 더 얻고자 SNS 아이디까지 물어봤다.

    B씨는 수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A씨 카카오톡 프로필에서 얻은 사진 수백여장을 이용해 온라인 상에서 A씨를 사칭했다. 본인 프로필 사진을 A씨 사진으로 바꾼 B씨는 오픈 대화방에서 A씨 행세를 했다. 여러 상황에서 다양하게 찍힌 사진들을 적절한 타이밍에 채팅방에 하나씩 올리자 아무도 B씨를 의심하지 않았다.

    B씨, 본인 신체 사진 보내며 음란 대화…호감 쌓이자 '금품 요구'

    B씨가 A씨 행세를 하면서 주로 활동한 단톡방은 '불법 도박', '음란 채팅' 등을 주제로 한 곳이었다. B씨는 계속해서 A씨 사진을 본인인 척 올리면서 사람들의 호감을 얻었다.

    특히 B씨는 단톡방에서 일대일 채팅으로 말을 걸어오는 이들에게 본인의 신체 주요 부위를 찍어 보내기도 했다. A씨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여러 장을 보낸 뒤 그 중간중간 얼굴이 안 나오는 B씨 본인의 사진을 섞는 식이었다. B씨는 이런 사진들을 보내며 "키스해줘요", "가슴봐" 등과 같은 성적 발언을 이어갔다.

    B씨는 이렇게 친밀감을 형성하자 상대방에게 병원비 등 명목으로 돈을 요구했다. 은행 이자가 너무 비싸다며 생활비로 500만원을 빌려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상대방이 영상 통화를 요구하면 "창피하다"며 피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B씨는 여러 명에게서 수백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알려진 피해자만 4명이다. 다만 대부분 불법 도박, 음란 채팅을 하며 B씨를 만났기 때문에 경찰 신고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씨가 피해를 당해도 신고가 어려운 이들만 골라 접근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대목이다.

    실제 B씨에게 약 260만원을 피해 본 C씨는 "B씨가 사칭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돈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돌려주지 않았다"면서 "B씨가 '너도 불법 도박하지 않았냐, 나도 고소하겠다'고 협박하더라"고 토로했다.

    A씨 "어디까지 퍼졌는지 몰라 두려워"…경찰, 수사 착수

    전 직장동료인 B씨가 전달받은 A씨의 사진을 이용해 남성들에게 접근한 뒤 돈을 요구하는 카톡 대화방 캡처. A씨 제공A씨의 사진을 도용해 남성들에게 접근한 뒤 돈을 요구하는 카톡 대화방 캡처. A씨 제공
    A씨는 본인의 사진이 어디까지 어떻게 퍼졌는지 알 수 없는 게 가장 두렵다고 호소했다. 최근에는 회사 동료가 "사진이 돌아다니고 있더라"라며 A씨에게 제보까지 했다.

    A씨는 "회사 사람들이 알게 되면서 회사도 못 나가고 있다"며 "신체 부위에 얼굴만 잘라서 보냈던데, 사람들은 저인 줄 알 것 아니냐.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 잠도 못 자고 있다. 경찰에서는 가벼운 처벌로 갈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A씨는 증거를 모아 서울 강남경찰서에 B씨를 신고했다. 고소인 조사까지 진행한 강남서는 사건을 주소지 관할인 구로경찰서로 보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자료를 검토 중이며 피고소인 조사를 예정하고 있다"며 "조사 일정은 아직 미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A씨는 "경찰이 수사를 해야만 범죄가 언제부터 시작됐고, 또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B씨가 증거 인멸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빨리 수사를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B씨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사진 도용 부분을 잘못이라고 지적한다면 인정하겠다"면서도 "다만 (로맨스 스캠 피해자에게) 돈을 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그쪽에서 쓰라고 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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