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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노동건강권 교육, 의사들이 직접 나선 이유는?



경제 일반

    청소년 노동건강권 교육, 의사들이 직접 나선 이유는?

    직업환경의사회, 다음 달 1일부터 학교 현장 직접 방문해 노동건강권 교육 실시
    직업계는 물론, 알바·가족 사업장 일손돕기까지…청소년 절반 이상은 이미 '노동자'
    일은 익숙치 않은데 직급도 나이도 제일 낮은 청소년, 산업재해서 가장 약한 고리
    "기존 직업교육·노동권교육에서 비중 낮은 건강권에 대해 알려주고 싶어"

    직업환경의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노동안전권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직업환경의학과의사회 제공.

     

    노동 현장에서 산업 재해의 가장 약한 고리인 우리 청소년들을 돕기 위해 전문가들이 나섰다.

    교사도, 노동조합이나 사회단체 활동가도 아니다. 청소년들의 건강을 위해 의사들이 직접 나섰다. 바로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들이다.

    '일터건강을 지키는 직업환경의학과의사회'(이하 직업환경의사회)가 다음 달 1일부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학교를 찾아 '노동건강권' 교육에 나선다.

    ◇알고 보면 청소년 절반 이상이 노동자…일터 찾는 '직업환경의'가 노동건강권 알린다

    "저희는 평일이면 저녁 식사 약속을 잡기도 어려워요. 새벽에 출근하는 노동자들을 직접 찾아가 건강 상태나 일하는 환경을 물어보느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거든요"

    흔히 의사라면 '슬기로운 의사생활'처럼 하얀 가운을 입고 병원을 종횡무진하거나 개인 병원의 진찰실에서 환자들을 살피는 모습만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직업환경의사회 박승권 청소년안전보건교육부장이 전한 직업환경의들이 일하는 풍경은 직접 사업장을 찾아 노동자들을 진찰하고, 사업장을 발로 뛰며 위험요소들을 지적하는 '거리의 의사', '공장의 의사'에 가깝다.

    내과, 외과처럼 진료 대상인 사람의 신체 부위로 나누거나 영상의학과처럼 진료방식을 기준으로 나누는 다른 의료 분과와 달리, 직업환경의는 노동자들의 건강과 작업 환경을 전문적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이들이 청소년들의 '노동 환경'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새삼스럽지 않다. 청소년들이 산업현장에 나가서 일을 하다 다치고 목숨을 잃는 일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2017년 제주에서 이민호 군이 현장실습 중 사망한 사고를 계기로 그동안 잊혀져 있던 10대 청소년들의 산업재해 위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졌다.

    산업재해는 비단 일부 직업계고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통계청의 '2021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청소년(13~24세)은 39.9%에 달한다. 그나마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청소년들이 주로 일하는 PC방, 식당 등이 고용을 줄인 결과로, 2017년에는 48.7%에 달했다.

    직업계고 학생들의 현장실습이나, 가족의 사업장에서 임금을 받지 않고 일손을 돕는 무급가족종사자까지 감안하면 대다수의 청소년이 '노동자'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특히 청소년들은 일반 노동자에 비해 유독 산업재해에 취약한 편이다. 업무 경험이 적어 일의 숙련도는 낮은데, 직장 안에서 직급으로나 연령으로나 가장 낮은 위치에 있다보니 위험한 상황에 처해도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아직 일한 경험이 없는 청소년이라도 성인이 되면 대부분 노동자, 혹은 사업주, 관리자가 되는 만큼, 청소년을 위한 '노동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왔다.

    직업환경의학과의사회 제공.

     

    ◇"기존 직업교육·노동권교육에 한계 느껴…안심하고 건강히 일할 권리 알리고파"

    물론 최근 들어 한국고용노동교육원 등을 중심으로 청소년을 위한 노동 교육이 학교 현장에서 활발하게 실시되고 있다. 그럼에도 의사들이 청소년들을 찾아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박 부장은 "기존의 노동 관련 교육에서 직업교육의 한 갈래로 안전보건에 초점을 맞추면 안전수칙, 응급 사고 시 대처요령 등을 전달하는 데 그쳤다"며 "반대로 노동인권교육 측면에서는 노동3권이나 부당 해고와 같은 노동법적 측면에 집중하다보니 건강권에 대한 비중이 다소 낮지 않나 아쉬웠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존 노동 관련 교육에서 비중이 낮았던 노동건강권에 대한 교육을 저희가 보충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노동건강권' 교육'을 위해 직업환경의사회에서 모인 의사들만 20여명, 이제 막 사업의 첫 삽을 뜬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숫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이들이 학교 현장을 찾아가 1~2시간의 강연을 통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됐던 실제 사고 사례와 구조적 원인부터, 각종 직업병이나 감정노동, 청소년들이 일터에서 주의해야 할 사항과 산재보험의 중요성 등을 가르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직업환경의사회는 다음 달 1일부터 대전을 시작으로 노동건강권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세종교육청이나 경기도청과도 교육 지원을 위해 이미 협의 중이다.

    박 부장은 "학생들에게 노동과 건강을 가르치겠다고 하면 처음에는 지루해하지만, 실제 청소년들의 재해 사례를 소개하고 질문을 던지면 곧 흥미를 갖고 수업에 참여하더라"며 "교사, 학부모 중에 노동 교육이라고 하면 '사상 교육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내 아이의 안전과 건강에 대한 교육이라면 정치 성향을 떠나 모두들 관심을 가지시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어 "노동건강권 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이 예비노동자로서 뿐만 아니라 예비 관리자·사업주로서도 일터의 안전과 건강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겠다"며 "노동자가 된다면 주체적으로 자신의 건강을 지키고, 관리자나 사업주의 입장에서는 다른 노동자에 대해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터건강을 지키는 직업환경의학과의사회는 노동건강권 교육에 관심이 있는 교사, 학생, 학부모, 교육공무원들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습니다.(☏070-4383-1005 E-MAIL : psgloveyo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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