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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열전]게임도 훈련이다…군 '전투' 동아리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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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외교

    [안보열전]게임도 훈련이다…군 '전투' 동아리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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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투'를 위해 뭉친 군 부대 내 동아리들 이야기
    러시아 전차 운용하는 우리 기갑부대, 게임 통해 전투지휘훈련
    모사탄, 마일즈보다 훨씬 부담 덜한 에어소프트건 훈련
    前 특전사령관 "마일즈 장비보다 에어소프트건이 못하지 않다"
    수단의 한계보다는 고루한 군 문화와 '주변 시선'이 더 문제

    ※튼튼한 안보가 평화를 뒷받침합니다. 밤낮없이 우리의 일상을 지키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치열한 현장(熱戰)의 이야기를 역사에 남기고(列傳) 보도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3기갑여단 불곰대대가 운용하는 러시아제 T-80U 전차. 부대 제공

     

    얼마 전 육군본부가 주최한 '청년 Dream 국군 드림 페스티벌'에 참가한 한 기갑부대 동아리의 활동 영상이 게임과 군사 분야를 좋아하는 누리꾼들의 관심을 끌었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컴퓨터 게임을 통해 전투지휘훈련을 기획하고, 이를 실행에 옮긴 점이 화제가 된 것이다.

    군 부대 동아리들이 음악이나 커피 등 생활형뿐만 아니라 '전투적'으로 발전해 화제가 되고 있다. 컴퓨터 게임을 이용한 지휘훈련뿐만 아니라 에어소프트건(이른바 'BB탄 총')을 이용한 모의전투훈련, 전투실험 등까지 진행하는 사례가 알려지면서다.

    ◇게임 통한 전투지휘훈련, 승패 떠나 다양한 전장 환경 체험과 지휘절차 숙달

    육군 3기갑여단 불곰대대는 전군에서 유일하게 러시아제 T-80U 전차를 운용한다. 1990년 한국이 소련과 수교하게 된 뒤, 경제차관을 빌려줬다가 소련이 그대로 붕괴되고 몇 년 뒤 러시아가 이를 방산물자 등으로 갚겠다고 한 '불곰사업'이 그 발단이다.

    불곰사업의 결과로 한국군은 러시아군이 운용하던 사양 그대로의 T-80U 전차를 들여왔다. 소련식 전차를 대규모로 운용하는 북한의 특성상, 이 사업은 적장비 연구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전해진다. 이 T-80U 전차에 한국군 위장도색을 해 우리 군의 기갑전력으로 운용하고 있는 부대가 바로 불곰대대다.

    게임 '워 썬더'를 활용한 전투지휘훈련 모습. 유튜브 캡처

     

    부대에서 동아리 '슈바르츠 란첸라이터'를 만든 중대장 김재영 대위는 CBS노컷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부사관들이 코로나19 때문에 밖으로 못 나가니, 숙소에서 기갑 관련 게임을 많이 하는 것을 보고 착안하게 됐다"며 "'워 썬더'라는 게임에 우리가 운용하는 T-80U 전차가 있는데, 실제 훈련이나 전투처럼 게임을 하다 보니 재미가 붙어서 발전시켜 보자는 생각에 동아리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워 썬더'는 가이진 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슈팅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지상전과 해상전, 공중전이 구현돼 있다. 이를테면 게임 속 전장에서 전차들끼리 서로 교전을 벌이고 전투기나 공격헬기가 전차를 공격하는 등이 가능하다.

    이 게임에서 한국군의 주력전차인 K-2 흑표를 몰아볼 수는 없지만, T-80U를 몰고 전투를 벌일 수는 있다. 러시아제 전차를 운용한다는 불곰대대의 특성이 오히려 게임 속 전투훈련을 가능하게 하는 이점으로 작용한 셈이다.

    더욱이 단순히 '적에게 피해를 일정 수치 받으면 사망한 것으로 판정되는' 기존의 게임들과 달리 실제 전장에서 사용되는 날개안정분리철갑탄, 고폭탄, 포구 발사 대전차미사일도 구현돼 있다. 또 어떤 부위에 어떤 포탄을 명중시키고 맞는지에 따라 피해가 모두 달라진다.

    예를 들어 사격통제장치에 고폭탄을 맞는다면 전차 기동에는 문제가 없지만, 그렇게 파손된 사격통제장치로 포탄을 쏘면 적을 명중시키기는 더 어려워지게 된다. 실제 기갑전사를 보면 이런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이들은 게임 속 전장에서 '싸우기' 위해 실제 전차의 성능과 특성 그리고 작전목표 등을 기반으로 계획을 짠다. 이를 김 대위가 직접 동아리원들에게 브리핑한 뒤 북한군이 운용하는 T-62 전차 등으로 구성된 대항군과의 전투에 들어간다.

    대항군은 기존에 '워 썬더' 게임을 즐기던 게이머들에게 부탁해 팀을 꾸리는데, 더러는 현역 군인들도 그 중에 섞여 있었다는 것이 김 대위의 설명이다. 다만, 이기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지휘를 연습하고 다양한 상황을 체험하는 데 초점을 둔다는 것이 이들 동아리 활동과 일반적인 게임과의 차이점이다.

    전차의 기동훈련은 실제 전장과 가장 가까운 환경을 만들 수 있지만 장비 배치, 안전통제, 인원배치 등 복잡한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하고 수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게임으로 하는 전투지휘훈련은 각자 숙소로 퇴근해서 게임에 접속한 뒤, 전용 음성채팅 프로그램으로 '무전기'를 구현하면 준비가 완료된다.


    게임 '워 썬더'를 활용한 전투지휘훈련 뒤 사후강평을 하고 있는 부대원들. 유튜브 캡처

     

    또 훈련이 끝나고 나면 아군과 대항군이 어떻게 움직이며 싸웠는지가 3D 공간에 구현된 '리플레이' 또한 저장할 수 있다. 다같이 동영상을 보며 무엇을 잘했고 잘못했는지 따져볼 수 있는 사후강평까지 가능한 셈이다.

    실제로는 안전 문제 때문에 구현하기 어려운 다양한 상황을 접해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게임 속 전장에서는 일부러 위험한 상황을 만든 뒤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싸우는 방법을 연구해볼 수 있다. 승패를 떠나 게임이라는 '도구'를 통해 다양한 상황을 만들어 체험해보는 것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이러한 활용이 가능한 셈이다.

    다만 3~4명이 탑승하는 실제 전차와 달리 게임에서는 한 사람이 1개 단차의 이동, 사격, 재장전 등을 모두 컴퓨터로 진행하기 때문에 전차 내부에서의 팀워크를 다지기는 어렵다. 때문에 김 대위는 각 전차들이 지휘관의 명령을 받고 이에 따라 기동하고 공격하며 적과 교전하는 전투지휘훈련에 초점을 맞췄다.

    "부사관인 승무원들이 지휘를 경험하기 어려운데, 상황을 판단하고 지휘에 따르는 것을 게임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다"며 "각종 상황 발생에 따라 보고를 할 때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보고해야 지휘관의 판단에 도움이 되는지를 알 수 있었다"고 그는 설명한다.

    장교의 지휘에 따라 전차를 조작하는 부사관들이 장교의 전투지휘 판단 과정 등을 이해하고 실제로 이에 대한 '감'을 잡으면 실제 훈련이나 전투에도 도움이 될 것은 당연지사다. 팀워크에도 큰 도움이 되는 셈이다.

    ◇BB탄 총 들고 훈련장 뛰는 군인들?…부대에서도 "효과 만점"

    모사탄을 이용해 모의교전 훈련을 하고 있는 미 공군 장병들. 미 국방부 영상정보시스템

     

    보병전투를 컴퓨터 게임으로 구현한 경우는 셀 수 없이 많지만 대부분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 재미를 위해 현실의 많은 부분이 과장되거나 생략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이 움직이면서 실제와 비슷한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고, 수많은 반복숙달이 필요한 전투기술을 연마해보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실제 총기를 개조해 페인트탄을 발사하거나, 아예 BB탄이 나가는 에어소프트건을 통한 모의교전 또는 서바이벌 게임이 좋은 사례다.

    미국에서 개발된 이른바 '모사탄(시뮤니션)'은 실총의 노리쇠 등을 교체하고 전용 탄창을 꽂으면 페인트탄을 발사하도록 만들 수 있다. 같은 훈련장이라도 한 곳에 고정된 표적을 쏘면서 움직이는 대신 대항군을 편성해 서로 교전을 벌이는 방식(Force on Force)의 훈련을 위해서다.

    육군 신임 장교 3200여명이 마일즈 장비를 활용해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에서 전문대항군과 4일 동안의 전투훈련을 하고 있다. 육군 제공

     

    모사탄 외에도 대규모 교전을 위해 공포탄을 발사하면 총구에서 레이저가 나가고 이를 사람의 몸에 달린 수신기가 인식하면 사망, 부상 등을 판정할 수 있는 마일즈(Multiple Integrated Laser Engagement System)도 있다. 이는 여단급 훈련을 할 수 있는 강원도 인제의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까지 생길 정도로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훈련들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실총을 사용해야 하며, 마일즈 훈련의 경우 공포탄을 쏘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행정적인 문제를 처리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불곰대대의 동아리가 '워 썬더' 게임을 통해 전차전 훈련을 했다면, 일부 부대에서는 에어소프트건을 활용해 훈련할 수 있는 방법을 자체적으로 연구하는 동아리들이 있다고 한다.

    에어소프트건에서 발사된 BB탄 총은 실총보다 훨씬 위력이 약해 30~50m 정도의 사거리를 지니며 사람이 맞으면 따끔하는 정도의 위력을 갖고 있다. 산이나 평지에서의 실제 교전거리인 수백미터 남짓에서 써먹기는 어렵지만 시가전(MOUT)이나 근접전투(CQB/CQC)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경우 실제 교전거리부터가 매우 짧아 심하면 2~3m 거리에서도 교전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전투사례 등을 기초로 해 군사작전과 비슷한 시나리오를 짜 교전을 벌이는 방식의 서바이벌 게임을 해외에서는 '밀심(milsim)'이라고 부른다. 'Military Simulation'의 약자로, 해외에서도 에어소프트건을 이용한 훈련은 주로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


    한국군의 경우 일부 특수부대를 제외하면 시가전 훈련 등이 해외 특수부대 등의 최신 트렌드를 잘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평소 총기 등에 관심이 있던 간부들이 자체적으로 동아리를 만들어 이러한 트렌드를 배우고 팀워크를 자체적으로 숙달하는 한편, 어떤 장비가 필요하고 필요하지 않은지 등을 연구해 자신의 개인전투장비를 더욱 발전시키기도 한다.

    일부 부대에선 관심 있는 부대원들이 자체적으로 이러한 동아리 활동을 하다가 아예 정식 절차를 거쳐 민간인 서바이벌 게이머들까지 부대로 초청한 뒤, 시가전 훈련장에서 이들을 상대로 서바이벌 게임 또는 전투실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다만 현재는 코로나19 등으로 명맥이 끊겼다.

    전인범 예비역 중장의 사무실 뒤쪽 벽에 각종 에어소프트건이 진열돼 있다. 전인범 장군 제공

     

    육군 특전사령관으로 재직했던 전인범 예비역 중장은 "마일즈 장비보다 에어소프트건이 못하지 않았다"며 "민간인 서바이벌 게이머들이 군에서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창의적인 방법을 활용해 싸운다는 점에 깜짝 놀랐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 마일즈의 레이저는 풀잎을 통과하지 못하는 등의 한계가 있어 수풀 뒤에만 숨어도 피할 수 있는데, BB탄은 이를 뚫고 들어간다"며 "기동할 때 적 주변에 사격을 퍼부어 고개를 못 들게 하는 제압사격 또한 마일즈보다 BB탄 쪽이 훨씬 더 효과가 좋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실전에서는 오발사고가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안전의식이 평시보다 중요한데, 에어소프트건을 사용하면 (BB탄이 발사되기 때문에) 이런 안전의식도 제고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그러한 경험 이후로 에어소프트건의 훈련 효과에 확신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 전 장군의 설명이다.

    ◇훈련 자체 한계보다 '주변 시선'이 더 문제…"눈치보는 문화, 군대부터 바뀌어야"

    지난해 11월 육군 주최로 열린 '워리어 플랫폼 국회 포럼'에서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워리어 플랫폼 조준경이 장착된 에어소프트건을 체험해 보고 있다. 해당 에어소프트건은 배터리를 이용해 일정 수준의 반동이 구현돼 있다.

     

    물론 게임이나 스포츠를 통한 전투지휘훈련이나 모의전투훈련, 전투실험에도 한계는 분명히 있다. 컴퓨터 게임은 현실의 기갑전과 같을 수 없으며, 에어소프트건 또한 실총보다 반동이 적고 교전거리가 짧다는 등의 여러 차이가 있다.

    하지만 군 내 동아리 활동을 해본 이들이 부딪히게 되는 벽은 이러한 '훈련 환경 자체의 한계'가 아니다. 오히려 부대 내외의 시선이 더 골치아픈 문제다.

    폐쇄적인 군 문화의 특성상, 컴퓨터 게임을 이용한 전투지휘훈련의 경우 '지휘관이 일은 안 하고 게임만 한다'는 식으로 상급부대 지휘관 또는 동료 간부들의 미움을 사기 쉬운 것이 사실이다.

    서바이벌 게임 또한 우리나라에서 그리 대중적인 스포츠가 아니며, 주변의 시선 역시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 어려움이 있다고 야전 군인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일부 전투부대에서 자체적으로 동아리를 만들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스포츠를 겸해 훈련을 하며 나름의 성과를 냈다고 하더라도 지휘관이 활동 자체를 언짢게 생각하면 활동에 상당한 제한을 받기가 십상이라는 것이다.

    전인범 장군은 "우리 사회에서 전반적으로 쓸데없는 눈치를 보는 문화가 변해야 하는데, 그 변화에는 군대가 앞장서야 한다"며 "어떤 일이든간에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지휘관은 (이러한 동아리 활동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역기능 때문에 안 된다고 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그는 "에어소프트건의 경우 보안경 없이 눈에 BB탄을 맞으면 실명될 수 있는데, 안전조치를 하고 실총 다루듯 다루더라도 사고는 날 수 있다. 그런 경우 사고 원인을 정확히 규명해서 개인 부주의라면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며 "역기능은 역기능대로 파악해서 조심해서 고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어느 정도 감수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지휘관에게만 무한 책임을 돌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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