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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레일 주차장 일방적 건설" 부산 '비석마을' 주민들의 호소

"모노레일 주차장 일방적 건설" 부산 '비석마을' 주민들의 호소

부산 서구 아미동 비석마을 40여세대 철거 위기
주민들 "지난해 구청장 면담 이후 설명 없어"
주택 대부분 무허가 건물…감정평가액으론 이주 어려워
서구 "법정 보상액에 더해 현실적 이주대책 마련하겠다"

아미동 비석문화마을 일대에 내걸린 '철거 반대' 현수막. 박진홍 기자

 

관광용 모노레일 건설로 이주 위기에 놓인 부산 '아미동 비석문화마을' 주민들이 구청의 일방적인 주차장 부지 선정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관련기사 5.3 CBS노컷뉴스=피란민 삶 간직한 부산 아미동 비석마을, '모노레일'에 철거 위기]

부산 서구는 건설 예정인 천마산 모노레일과 전망대 이용자 편의를 위해 아미동 비석마을 일대 3천25㎡ 부지에 지하 3층, 지상 2층 규모 주차장을 지을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이달 중으로 46세대를 상대로 보상을 위한 조사에 나서고, 오는 9월 착공해 내년 말 건설을 마친다는 구체적인 일정도 나온 상태다.

철거 대상인 주민들은 서구청이 별다른 주민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 A(65·여)씨는 "지난해 9월쯤 구청 직원이 나와서 주민들에게 모노레일 사업을 할 거라고 이야기해 처음 알게 됐다"며 "주민들이 깜짝 놀라 구청장과 면담을 했는데, '공약 사업이라 꼭 해야겠다'는 이야기를 들은 이후로는 지금까지 별다른 설명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서구 발전을 위해서 모노레일을 만든다는 건 동의하지만, 우리 주민들을 갑자기 다른 데로 보낸다고 하니 서운해서 눈물이 핑 돌았다"며 "버려진 빈집에 살게 해주겠다는 말도 나오고 있는데, 비가 새더라도 내 집이 낫고 이렇게 남이 살던 집으로 쫓겨나는 방식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주민 B(70·여)씨는 "구청 직원이 오더니 '빈집이 몇 개 남아 있다', '빨리 정하지 않으면 여기도 못 들어간다'는 식으로 말을 해 화가 났다"며 "아무리 잘 모르는 노인들이지만 여기 산 게 몇십 년인데 충분한 설명도 없이 선착순으로 빈집을 정하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 "무허가 건물들이라 보상금이 얼마 안 드니까 여기로 부지를 정한 것 같다"며 "다른 동네에 지으려니 모두가 반대하고, 여기는 주민 대부분 힘없는 노인들이니 그냥 밀어붙이는 거다"라고 말했다.

아미동 비석문화마을 주민들이 손으로 쓴 '철거 반대' 현수막. 박진홍 기자

 

서구가 주차장 부지로 정한 곳은 구유지로, 이 마을 주택 대부분은 무허가 건물인 상태다. 이는 비석마을 형성 과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6.25 전쟁 당시 부산으로 피란민들이 몰려들어 살 곳을 찾던 중, 불편한 천막 대신 집을 세울 공터를 찾다가 발견한 곳이 이 마을에 있던 일본인 공동묘지였다.

당시 피란민들은 콘크리트로 된 묘지 벽 위에 지붕을 얹거나 비석을 들어내 집이나 계단을 만들어 살았는데, 이렇게 형성된 마을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상태다.

대부분이 70~80대 고령자인 주민들은 90년대부터 구유지를 무단 점유했다는 이유로 변상금을 내면서 이곳에 살고 있다. 주민들이 모여 땅을 불하받으려는 생각도 했지만, 행정소송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포기했다.

주민 C(77)씨는 "주민들은 한 마디로 행정 폭거로 쫓겨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구청이 이런 모노레일 사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준 것도 지금까지 우리가 여기서 살아왔기 때문인데, 그 공을 너무 가볍게 무시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집을 철거해 수익사업을 하겠다면 그에 대한 적절한 주민 보상책이 따라야 하는데, 10평도 안 되는 슬레이트집을 감정평가하면 얼마나 받겠냐"며 "공론화 과정이나 주민 의사를 물은 건 하나도 없이 모든 걸 일방적으로 진행해놓고 법대로 하겠다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아미동 비석문화마을 일대 주택에 내걸린 '철거 반대' 현수막. 박진홍 기자

 

서구는 부지 선정 관련 법적 절차를 모두 밟았으며, 경제성과 관광객 접근성 등을 고려하면 해당 부지가 가장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서구 관계자는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부지를 선정했으며, 검토 결과 이곳이 가장 경제성 있다고 판단했다"며 "특히 감천문화마을과 인접해있기 때문에, 관광자원과 연계하면 효율 측면에서 가장 적절한 부지"라고 말했다.

또 철거 대상 주민들에게 현실적인 이주 방안을 제시하겠다면서, 천마산 모노레일에서 나오는 이익은 결국 주민에게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공한수 서구청장은 "주민들이 이 지역을 수십 년간 무허가 상태로 점유하고 있지만, 적법한 보상에 더해 이주대책까지 제시할 것"이라며 "아미동 일대 수리한 빈집이나 인근 행복주택에 입주하는 방안 등 철거 대상 주민들에게 현실적으로 줄 수 있는 도움을 최대한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 자와 죽은 자가 공존하며 사실상 버림받은 땅이었던 아미동에 케이블카가 생긴다면 관광객이 모여들어 지역 발전을 선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낮은 구 재정자립도를 높이는 동시에 일자리를 만들고, 수익금은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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