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 위부터 손재성 교수, 채한기 교수, 추승준 연구원, 이정수 연구원, 주혜진 연구원. UNIST 제공
고온 폐가스가 흐르는 공장의 배기관을 발전기로 쓸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
UNIST(울산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과 손재성·채한기 교수와 기계공학과 김성엽 교수팀은 3D 프린팅이 가능한 고효율 열전 잉크 소재를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를 통한 열전소재로 배기관을 만들면 가스가 흐르는 배기관 내부와 바깥의 온도차 때문에 소재 내에 전기를 만드는 힘이 생긴다.
여기에 전극을 추가하면 전기를 뽑아 쓸 수 있다는 원리다.
특히 열전 발전기를 파이프 형태로 만들어 쓰는 방식은 사각 평판 형태 열전 발전기를 파이프(열원)에 붙여 쓸 때와 달리 열손실이 적다.
연구진은 배기가스 온도인 400°C~800°C 에서 열전 성능이 우수한 납-텔루라이드 입자(PbTe)로 잉크 소재를 만들었다.
납-텔루라이드 입자가 글리세롤(용매)에 분산된 형태다.
이 잉크 소재는 찰흙처럼 고정된 모양을 유지하면서도 쉽게 변형할 수 있을 정도로 점탄성이 높다.
납-텔루라이드 입자에 금속을 도핑하면 생기는 입자 표면의 정전기(전하)가 점탄성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입자간 전기적 반발력이 입자들의 이동을 방해한다는 거다.
열전 잉크 소재는 점탄성을 띤 잉크 형태로 합성된 뒤에도 성능 저하가 없었다.
3D 프린팅된 열전소재를 이용한 열전발전기. UNIST 제공
제 1저자인 이정수 연구원은 "점탄성 잉크형태로 만들어진 n형과 p형 열전소재의 열전성능지수 열전 성능 지수는 각각 1.2와 1.4로, 벌크 즉, 덩어리 상태의 열전성능지수와 비슷한 값을 가졌다. 기존 기술과 달리 열전성능 저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납-텔루라이드에 나트륨(Na)을 도핑하면 n형 열전소재가, 안티모니(Sb)를 도핑 하면 p형 열전소재가 된다.
n형 열전소재와 p형 열전소재를 전극으로 이어 붙이면 전류가 흐른다.
또 파이프관에 500 °C의 뜨거운 기체가 흐르는 상황을 가정해 시뮬레이션 했을 때, 파이프형 열전 발전기는 파이프 위에 부착된 열전발전기 보다 발전 능력이 1.8배 이상 높았다.
손재성 교수는 "이번 연구로 가장 흔한 열원인 공장 배기관이나 수송수단 배기관의 열을 전기로 효율적으로 바꿀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채한기 교수는 "열전소재 분야에 3D 프린팅을 쓴다면 기존 소재가 갖는 여러 한계를 극복 할 수 있다"며 "또 첨가제 없이 잉크에 점탄성을 띠게 할 수 있어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 과학저널인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스(Advanced Energy Materials)'에 지난 15일자 온라인을 통해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