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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자산어보'로 사극에 발들인 설경구, 그의 정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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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터뷰]'자산어보'로 사극에 발들인 설경구, 그의 정약전

    '자산어보'를 만든 사람들 ② 창대의 스승이자 벗 정약전
    영화 '자산어보'(감독 이준익) 정약전 역 배우 설경구

    영화 '자산어보'(감독 이준익) 정약전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설경구.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정약전(1758~1816)은 천하제일 인재로 불리던 학자다. 그러나 신유박해 당시 동생 정약종, 정약용과 함께 천주교 교리를 따랐다는 이유로 죄인이 된다. 간신히 사형을 면했지만, 머나먼 섬 흑산도로 유배당한다.

    유배길에 펼쳐진 건 아무것도 없는 망망대해. 그러나 흑산도에 도착한 정약전은 홍어, 문어, 짱뚱어 등 육지에선 쉽게 접하지 못했던 바다 생물과 섬마을 주민들의 일상을 보면서 잃었던 호기심을 되찾게 된다.

    이후 섬 밖의 삶을 꿈꾸며 글공부에 몰두하는 청년 어부 창대를 만나게 된다. 창대는 성품이 신실하고 정밀하다. 그는 물고기와 해초, 바닷새 등을 모두 세밀히 관찰하고 깊이 생각해 그 성질을 터득하고 있었다. 창대의 말은 믿을 만했다. 정약전은 신분도 나이도 다른 창대에게 서로의 지식을 거래하자고 제안한다. 그렇게 자산어보의 서문이 시작된다.

    영화 '자산어보'로 첫 사극에 도전한 배우 설경구는 이번 작품을 통해 사극의 매력을 알았다. 흑백이 주는 시대 분위기를 직접 체감했고, 정약전과 창대를 통해 다시 한번 '자산어보'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최근 화상으로 만난 설경구를 통해 '자산어보'만의 매력을 들어봤다.

    영화 '자산어보'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 설경구, 이준익 감독을 통해 처음으로 사극에 발 들이다

    설경구는 그동안 영화 '해운대' '감시자들' '소원'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살인자의 기억법'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연기한 베테랑 배우다. 그런 그가 이준익 감독의 열네 번째 작품 '자산어보'를 통해 연기 인생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했다.

    설경구는 "조금 있다 하자, 조금 있다 하자고 미룬 게 지금까지 온 것 같다. 마음속에는 계속 사극을 해야지 했는데, 한 해 한 해 갈수록 젊었을 때 해야 했다는 조급함도 있었다"며 "'자산어보'를 하고 나니 지금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사실 흑백영화를 했으니 다음에는 그 시대색에 맞는 컬러 영화를 하면 어떨까 싶다"며 "요새 너무 색이 화려해졌다. 그러다 보니 '퓨전 사극'이라는 말까지 나왔는데, 그런 건 오히려 부담스럽다. 의상으로 이야기하면 천 색깔이 은근하고 고운 느낌의 사극을 하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영화 '자산어보'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그가 첫 사극에서 맡은 배역은 정약전이다. 순조 1년, 신유박해로 세상의 끝 흑산도로 유배된 정약전은 바다 생물에 매료되어 책을 쓰기로 한다. 그 책이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자산어보다. 이준익 감독은 정약전이 살아 숨 쉰 세상, 그가 자산어보를 써 내려가며 바랐던 시대에 대한 희망을 흑백으로 그려냈다.

    설경구는 "촬영 전 이준익 감독님이 흑백영화를 두고 인물에 집중이 되니까 거짓말을 하거나 대충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그 한마디만 툭 던져줬다. 그 부분은 신경 쓰였을지 모른다"며 "그러나 촬영하고 모니터를 봤을 때 흑백으로 보이지 않았다. 내 눈에는 자연스러운 색감으로 다가와서, 그 이후는 흑백영화라고 의식하지 않고 매 장면 집중해서 찍으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흑백영화의 매력에 관해 "안 해봤다는 것 때문에 매력 있는 것 같다. 과연 흑백은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하는 궁금함이 매력"이라고 이야기했다.

    "영화를 본 후에는 뭔가 명암이 되게 선명했던 것 같아요. 흑백이라는 게 참 세련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자산어보'라는 영화에서 그 시대 색감이 느껴졌고요. 약전이 가진 사상도 다른 평범한 사상이 아니었고, 그는 민초와 어울리기도 하죠. '자산어보'의 매력은 그런데 있지 않나 생각해요."

    영화 '자산어보'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 위험한 세상을 꿈꾼 정약전이 된 설경구

    설경구는 첫 사극에 도전한 소회를 밝히며 "역사적, 학문적 지식보다는 직접 '정약전'이라는 인물이 되어 세상을 느끼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가 오랫동안 고민하고 지켜본 정약전은 '위험한 인물'이었다고 한다. 그는 "초반에 조정 대신들이 유배지를 바꾸는 장면이 나오는데, 정약전을 더 멀리 보내야 한다고 말한다. 정약전이 더 위험하다는 것"이라며 "그런 분의 이름을 배역으로 가져다 쓰면서 그분의 인생을 온전히 표현하진 못하겠지만, 어떤 인생 살았을까 상상은 했다"고 이야기했다.

    설경구는 "되게 급진적인 인물이 아니었을까 싶다"며 "약전은 책을 쓸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가진 사상으로 책을 썼다가는 자신은 고사하고 주변 모든 사람이 능지처참될 게 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약전은 자산어보라는 책을 남겼던 거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약전의 마음, 사상은 그 시대에서 어마어마하게 위험한 사상이었을 거 같다. 지금 생각하면 수평적 관계라는 게 별거 아닐 수 있지만 그 시대에는 매우 위험한 사상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한 인물이 흑산도에 와서 주민들을 만나면서 조금이나마 자신의 사상을 실천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창대는 물론 흑산도 주민이 자산어보 공동 저자라 생각해요. 그만큼 약전이 깨어 있었다고 봐요."

    영화 '자산어보' 촬영 현장의 모습.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정약전은 명망 높은 가문의 양반이지만, 그 시대 양반들과 달리 열린 사고방식을 가졌다. 그렇기에 조금씩 흑산도와 흑산도 주민들에 스며들었다. 자산어보를 집필하겠다며 해안가를 뒹굴었다. 영화는 많지 않은 기록을 바탕으로 정약전의 인생 한 단락을 재구성했고, 그런 약전을 설경구는 누구보다 현실감 있게 스크린에 구현해냈다.

    그는 "연기를 하면서 연기를 안 하듯이 하는 걸 늘 목표로 한다. 그런데 그게 잘 안돼서 연기하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이야기하며 자신이 정약전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던 일등 공신으로 현장 분위기를 꼽았다.

    "정약전에 대한 기록이 많지 않아요. 피상적으로 말했던 것만 갖고 들어갔는데, 현장에서의 편안함이 저를 편하게 해준 것 아닌가 싶어요. 오히려 많은 고민은 연기를 해나가는 데 있어서 조금 더 잡념이 생기게 한다고 보는데, 촬영장 안팎의 모습이 너무나 평안했기에 자연스러운 약전의 모습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영화 '자산어보'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 정약전이 된 설경구가 만난 창대

    영화 속 정약전은 창대와 함께할 때 더욱 빛난다. 자산어보를 위해 신분도 나이도 다른 창대에게 서로의 지식을 거래하자고 제안하는 모습에서 정약전이 어떤 인물인지 설명된다.

    실제로 자산어보 서문에서 정약전은 "성품이 신실하고 정밀하여 물고기와 해초, 바다새 등을 모두 세밀히 관찰하고 깊이 생각하여 그 성질을 터득하고 있었으므로 그(창대)의 말은 믿을 만하였다"고 밝힌다. 서문으로만 나온 정약전과 창대의 관계는 영화 속에서 서로에게 스승이자 벗으로 발전한다.

    정약전을 연구한 설경구는 창대라는 인물에 관해 "약전이 바라본 창대는 조금 불안했던 거 같다. 약전은 육지로 나가서 출세하고 싶은 창대의 욕구를 보고 크게 성을 내는데, 약전은 지금 창대의 생각을 보면서 이후 (육지로 나가) 상처받을 거라고 생각을 해서 더 불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주에 가서 창대의 소식을 잠깐 들었을 때 '잘 살면 고맙지'라는 말을 하는데, 그 모습에서도 계속 창대를 걱정하고 우려했던 것 같다"며 "또 돌아올 거라고 믿었던 것 같다. 그래서 창대에게 마지막 유언 같은 편지를 남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자산어보'(감독 이준익) 정약전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설경구.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지나는 영화 '자산어보'

    어렵게 준비하고 촬영하며 완성한 설경구의 첫 사극 '자산어보'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라는 힘든 시기에 선보이게 됐다. 그렇기에 다른 영화를 관객들 앞에 내놓을 때보다 조금 더 걱정스러운 마음을 내비쳤다.

    설경구는 "언론 시사가 있기 며칠 전 코엑스에 잠깐 영화를 보러 갔는데, 사람이 너무 없어서 충격을 받았다"며 "5시에 영화를 보고, 8시에 집에 갈 때도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솔직히 말해서 정말 무서웠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도 좀 걱정이긴 하다. '자산어보'가 접근하기 쉬운 영화는 아닌 거 같아서, 어떻게 파헤쳐 나가야 할지 나도 모르겠다. 도와주십시오"라고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

    이어 "'자산어보'는 쉽게 들어와도 되는 영화"라는 점을 강조했다.

    "제목에서 오는 어감 때문에 어려워하실 수 있을 텐데, 쉽게 들어오셔서 가볍게 관람하고 즐겁게 나가면 되는 영화입니다. 요새 많이 답답하실 텐데요. 전 세계가 답답해 하는데 개개인은 말할 것도 없을 겁니다. '자산어보'에서도 삶이 고단한 민초들 이야기가 많이 나와요. 그러나 힘든 상황에서도 민초들에게는 웃음이 있고 정이 있고 따뜻함이 있습니다. 2시간 동안 한숨 내려놓고 가볍게, 편안하게 힐링하다 따뜻함을 받아 가시면 좋겠어요. 지루한 영화가 아닙니다. 힐링하십시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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