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이슈시개]"제 장인어른이 왜"…조두순 보도의 전말



사건/사고

    [이슈시개]"제 장인어른이 왜"…조두순 보도의 전말

    1일 온라인상에 '실시간 조두순 마트에 떴다' 제목으로 사진 올라와
    2일 새벽 사진과 함께 최초 기사화…"조두순이 술샀다" 추정 보도
    새벽 4시경 종편방송사 후속보도…출근시간 포털 랭킹 1위 후 기사삭제
    경찰 "닮은 사람 착각한 듯" 보도에도…추정 보도 계속 나오기도

    12년 형기를 마치고 만기 출소한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지난해 12월 12일 새벽 보호관찰개시신고서 제출을 위해 경기도 안산 수원보호관찰소 안산지소로 들어가고 있다. 이한형 기자

     

    '전자발찌 보인다'

    2일 새벽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이 대형마트에서 술을 샀다는 보도가 나왔다. 해당 보도는 전날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라온 '실시간 조두순 마트에 떴다'는 제목의 게시물에서 비롯됐다.

    해당 게시물을 살펴보면 백발에 모자를 써 조씨와 행색이 비슷한 중년 남성이 아내와 함께 마트에서 구매한 소주 등을 카트에 실어두고 영수증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속 인물이 조씨로 확인되지도 않았던 이날 자정쯤, 한 신문사는 해당 사진을 기사화했다. 이 기사 본문에는 '실제 사진에는 발목에는 전자발찌로 추정되는 형태가 보였다'는 문장이 써졌다.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것이다.

    이후 새벽 4시경, 한 종편방송사도 같은 내용의 기사를 작성해 포털 등에 송고했다. 해당 기사는 이날 출근시간(7시~9시)동안 포털 종합 랭킹 1위에 올랐다. 다른 매체들도 사실확인 없이 줄지어 같은 내용의 후속 보도를 이어갔다.

    오전 7시 30분경, 몇몇 매체가 경찰 측이 "조두순이 아니다"는 취지의 답변을 하자 이를 보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해당 사실을 접하지 못한 매체들에선 여전히 조두순이 마트에 등장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하고 있었다.

    ◇'조두순 아니었다'…착용한 모자 인증하며 "제 장인어른"

    법무부는 이날 오전 해당 보도와 관련해 보도설명자료를 발표했다. 법무부는 "전자감독대상자 조두순은 출소 이후 지난해 12월 보호관찰관과 동행해 생필품 구입을 위해 인근 마트에 출입한 것 이외에 4월 1일 외출사실 및 주류를 구입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두순은 법원으로부터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의 음주를 하지 말라'는 준수사항을 부과 받았고 전담보호관찰관이 상시 음주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 안산단원경찰서도 조씨가 최근 두 달 이내 외출을 한 바 없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씨가 외출할 때는 경찰이 동선을 살피며 집 앞 초소에서 그의 외출 여부를 확인한다"며 "(오늘 기사화된 사진은) 누군가 조씨를 닮은 사람을 착각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사진 속 인물은 조두순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해당 사진은 주요 매체 등에서 기사화되며 이미 각종 온라인커뮤니티와 SNS 등에 확산된 상태였다.

    사진 속 중년남성의 사위가 올린 글(왼쪽)과 출근시간 포털 랭킹. 온라인커뮤니티·포털 홈페이지 캡처

     

    아동 성범죄자로 몰린 사진 속 중년 남성과 그 가족들은 이날 아침 뉴스를 보고 경악했다. 오전 8시 30분경 사진 속 중년남성의 사위가 등장했다.

    그는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사진 속 인물이 착용하고 있는 모자와 신발을 인증하며 "손이 다 떨린다. 사진 속 인물은 조두순 부부가 아니다. 평생 일만 하시다 은퇴하고 편안히 노후를 보내시는 우리 장인어른, 장모님이다"라고 썼다.

    이어 "우리 부부가 (집에) 1년 동안 들어와 사는데 저희 먹을 술을 사신다고 했다. 쓰고 있는 모자와 운동화도 제가 사드린 것"이라며 "장인어른은 일하시며 하지 못했던 머리를 길어보시겠다며 머리를 기르고 계신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모님은 심장이 떨리고 손이 떨려 어찌할 바를 모르고 계신다"며 "커뮤니티부터 시작해 확인도 하지 않고 삽시간에 퍼져나가니 당황스럽다. 이런 일이 우리 가족에게도 생길 수 있는 것에 다시금 이 시대의 공포를 느낀다"고 덧붙였다.

    가족 측은 마트에서 이들 부부의 모습을 촬영해 온라인상에 올린 누리꾼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이들 부부의 아들은 2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뭐라 할 말이 없다. 부모님께서 직접 경찰서를 가신 것으로 알고 있고 유포자를 찾고 싶어 하신다"며 "잘못 보도한 언론사에는 기사 삭제를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