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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지급을 촉구합니다.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올려져 있는 것이 부끄럽지 않으세요?"
40대 여성이 이 같은 내용을 SNS에 올리자, 전 남편은 자신을 비방했다며 고소했다.
법원은 전 남편이 사회적 명예를 훼손당했다고 판단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7월 A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 남편의 사진과 함께 이 같은 글을 올렸다.
당시 전 남편은 두 달 동안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고, 양육비 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람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온라인 사이트인 '배드파더스'에 게시된 상태였다.
A씨는 전 남편의 주변 사람들에게 배드파더스의 링크와 이런 사실을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전 남편은 A씨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재판의 쟁점은 양육비를 받지 못한 상황을 알린 것이 공익적 목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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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미지급 행위는 아동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서 단순한 개인 간 채무불이행 문제가 아닌 공적 관심 사안인 만큼, A씨의 주된 동기는 공익적 목적에 있었고 전 남편을 비방할 목적은 없었다고 A씨 측은 주장했다.
지난 22일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재판에서, 배심원과 재판부 모두 전 남편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판단했다.
페이스북의 특성상 A씨와 친구로 등록된 광범위한 다수가 전 남편을 '양육비 미지급 아빠'로 알 수 있게 된 반면, 전 남편은 이들에게 해명할 기회조차 얻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또 페이스북 글에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전 남편을 비난하는 취지가 담겼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정당행위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긴급성,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췄다고 보기 어려워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춰 용인될 수 있는 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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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것 외에 문자메시지를 보낸 행위에 대해서는, 양육비를 받기 위한 목적으로 보이고 전 남편의 친척이나 지인들로 한정돼 전 남편이 이들에게 소명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무죄가 선고됐다.
이번 재판에서는 전 남편이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올려진 것과 관련해서는 다루지 않았다.
대전지법은 A씨에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