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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최선희 등장으로 북미 '밀당' 본격 시작



통일/북한

    北 최선희 등장으로 북미 '밀당' 본격 시작

    北 최선희 담화 8개월 만에 재개…건재 확인
    통일부 "최선희 담화, 美 바이든에 대한 첫 공식 입장"
    김여정·최선희 담화로 북미대화 '북측 선수들' 구체화
    北 대화의 문 열어놨으나 지난한 '기 싸움' 예상
    北 은근한 위협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지 잘 생각해야"
    전문가 "미국이 정 원하니 대화한다는 구도…시간 걸려"

    북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지난 2018년 6월 11일 오후 싱가포르 리츠칼튼 밀레니아 호텔에서 북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왼쪽)이 성김 주 필리핀 미국대사와 실무회담을 마치고 호텔을 나서고 있다. 이한형 기자

     

    북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다시 돌아왔다. 지난 해 7월 4일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맞춰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을 일축한 담화 이후 8개월만이다.

    최선희는 올해 초 8차 당 대회 인사에서 당 중앙위 위원에서 후보위원으로 강등되는 등 부침도 있었다.

    그러나 미 국무·국방장관의 한국 방문과 한미 '2+2 회담'에 맞춰 최 부상이 자신 명의로 미국을 향한 담화를 냄으로써 건재함을 확인했다.

    최선희 부상의 이번 담화는 내용과 형식에서 모두 의미가 있다. 비핵화 협상을 둘러싼 미 바이든 정부와 북한 간에 치열한 기 싸움, 밀고 당기기가 이제 시작됐음을 알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통일부는 최 부상의 담화를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이후 북한에서 최초로 나온 미국 정부에 대한 북한의 공식 입장"이라고 평가했다.

    최 부상의 담화는 내용적으로 바이든 정부에 대한 평가, 대화 재개의 조건, 향후 대응 방향 등으로 구성됐다.

    최 부상은 먼저 "미국에서 정권이 바뀐 이후 울려나온 소리는 '북조선위협'설과 '완전한 비핵화' 타령 뿐"이고, "강압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한사코 우리를 헐뜯고 걸고드는 버릇 또한 고치지 못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최 부상은 이어 대화 재개의 조건으로 "대화 그 자체가 이루어지자면 서로 동등하게 마주앉아 말을 주고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우리와 한번이라도 마주앉을 것을 고대한다면 몹쓸 버릇부터 고치고 시작부터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은 한 앞으로도 계속 미국의 접촉시도를 무시할 것이고, "싱가포르나 하노이에서와 같은 기회를 다시는 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북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연합뉴스

     

    최 부상은 미국의 접촉 시도를 계속 무시할 것이라면서도 적대시정책의 철회와 동등 분위기 조성 등 대화 재개의 조건을 언급함으로써 협상의 문을 열어놓은 셈이다.

    최 부상의 담화에 앞서 김여정 부부장이 지난 15일 '3년 전의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제목의 담화에서 북미관계에 대해 언급했으나, 그 내용은 김 부부장이 말한 대로 "한마디 충고" 정도의 수준이었다.

    김여정 부부장의 총괄적인 담화를 받아 최선희 부상이 미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평가, 대화 조건 등을 거론하는 담화를 냄으로서 북미 비핵화 협상의 카운터 파트너가 자신임을 알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바이든 미 행정부에 대해 그 동안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고 관망하는 기조를 보였으나, 이제 김여정·최선희의 담화로 북미 비핵화 협상의 이른바 '북측 선수들'이 등장한 셈이다.

    다만 북한이 대화의 문을 닫지는 않았다고 해도, 대화의 재개가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최 부상은 "일본을 행각(방문)한 미 국무장관이 여러 압박수단 혹은 완고한 수단 등이 모두 재검토중이라고 떠들며 우리를 심히 자극하였는데 이제 남조선에 와서는 또 무슨 세상이 놀랄만한 몰상식한 궤변을 늘어놓겠는지 궁금해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왼쪽부터),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정의용 외교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이 한·미 외교·국방 장관 회의를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미 외교·국방장관들이 참여하는 '2+2 회담' 등 미국의 발언과 향후 태도를 보겠으니 '우리를 자극하지 말라'는 것이다.

    일단 18일 '2+2 회담'에 채택된 공동성명은 한미동맹과 방위공약의 굳건함,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한미동맹의 우선적 관심사, 유엔 안보리 결의(대북제재) 이행의 중요성 등을 강조하면서도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권문제를 포함시키지 않은 등 전반적으로 균형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전날 한미외교장관회담 모두 발언에서 "북한의 권위주의 정권이 자국민에 대해 계속해서 체계적이며 광범위한 학대를 자행하고 있다"며 "우리는 (북한)주민과 함께 서서 이들을 억압하는 자들을 상대로 기본권과 자유를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북한 전체 주민들의 생존권을 내세우며 인권의 정치화에 반대하는 북한 입장에서는 크게 반발할 만한 내용이다.

    최선희 부상은 특히 이번 담화에서 대미정책 기조로 '선대선 강대강' 원칙을 반복하며 "미국은 자기들이 대조선적대시정책을 계속 추구하는 속에서 우리가 과연 무엇을 할 것 인지를 잘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은근히 위협을 하기도 했다.

    은근한 위협은 향후 미국의 상황 전개에 따라 군사적 대응 조치를 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경제 발전 위해 '초급 선전일꾼' 역할 주문한 북한. 연합뉴스

     

    물론 북한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 속에 경제 재집권화 등 내부정비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가 최종적으로 마무리될 때까지는 선뜻 행동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그동안 대북 접촉시도를 꾸준히 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기본적인 상황 관리를 할 가능성이 높다.

    북미 양국의 상황 관리가 계속되겠지만 궁극적으로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를 향해가면서 양측 간의 치열한 기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북미대화 패턴을 보면 협상 당사자가 구체화된다고 해서 바로 대화가 되지는 않는다"며, "북한 입장에서는 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미국이 그렇게 원하니 대화에 나간다는 구도가 될 때까지 최대한 버티다 받을 것이고, 따라서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 연구위원은 "코로나19 등 북한 내부사정을 볼 때 북한이 당장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탄도미사일 엔진시험과 신형무기 공개 등 대북제재를 유발하지 않는 수준의 '보여주기 식' 군사 행동은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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