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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사이버학폭法 만들자더니…9년째 무관심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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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단독]사이버학폭法 만들자더니…9년째 무관심 '방치'

    • 2021-03-05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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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드립·성드립' 욕설 난무…'기상천외' 사이버학폭
    학교폭력예방법에 조항 신설 불구, 9년째 '무관심'
    교육부 "법령 없는 이유 몰라"…경찰 등 실무 혼선
    "사이버학폭 특수성 전혀 반영 안 돼…일반 학폭 처리"
    "규정無, 명백한 범죄도 처벌 안 할 듯"…공백 우려도

    그래픽=고경민 기자
    #어느 날 학교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은 지훈(가명·15)이 어머니. A씨는 큰 충격을 받았다. 순탄한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줄로만 알았던 아들이 1년 전부터 학교폭력 피해를 겪어왔다는 전화였다.

    차마 상상도 하지 않았던 피해 사실을 낱낱이 알게 되면서, 지훈이 아버지는 충격에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려 가해학생의 대부분이 강제전학 처분을 받았지만 이후에도 '학교폭력'은 계속됐다. 이번에는 사이버 공간을 빌어 또다른 학교 폭력이 시작된 것이다.

    "익명으로 한다는 앱이 있어요. 아이들끼리. 그런 데다 올리고. '니 애미 XX' 뭐라고 하면서 욕도 올리고 그러더라고요. 카톡에 '궁금하면 개인 톡으로 보내. 근데 만약에 발설하면 레알(진짜) 칼 들고 쫓아간다'고 하기도 하고. 어떤 애는 목에 줄을, 발가벗겨서 줄을 매달아서 끌고 다니겠다고 한 아이도 있었어요"(어머니 A씨)

    A씨가 지훈이의 계정으로 접속해 아이들을 타일러 보기도 했지만 그뿐이었다. 급기야 지훈이 역시 다른 친구들에게 가해 성향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지훈이는 다른 지역으로 전학을 가기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교육부가 파악한 학교폭력 유형을 보면 '학교폭력'으로 흔히 떠올리는 신체폭력이나 금품갈취는 각각 7.9%, 5.4%에 불과했다. 사이버 폭력은 12.3%로 이전해보다 3.4%p증가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여파 등으로 비대면 활동이 많아지면서 '사이버 학폭'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10대들은 '사이버 학폭'이 굉장히 보편적인 현상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양천구의 한 학원가에서 만난 한 초등학생은 "게임을 하다보면 어머니 아버지를 욕하는 '패드립'이나 '성드립'을 많이 한다. 성 관련 좋지 않은 말을 꼬집어서 '니 애미 XXX'같은 말도 많이 쓴다. 5명이 한 조를 짜서 다른 아이를 따돌리거나 그 아이의 말에 답장을 하지 않는 것도 흔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고등학생(18)도 "페이스북에 이름을 태그(tag)해서, 연결해서 욕을 적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에는 비방하는 글과 댓글 알람이 다 피해자에게 간다"고 설명했다.

    카톡에 초대한 뒤 방을 나가지 못하게 하는 '카톡감옥(카감)'이나, 아이돌 멤버로 역할을 정한 뒤 제대로 역할 놀이를 하지 못하면 비방하는 '멤놀(멤버놀이)' 등 사이버 상의 학교폭력은 다양하고 빠르게 변모하는 추세다.

    그래픽=고경민 기자
    ◇'사이버 학폭' 복잡하고 다양해지는데···'무법지대'로 방치

    어른들이 따라갈 수 없을 만큼 사이버 학폭이 진화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사이버 학폭 관련법을 마련하지 않은 채 사실상 방치해 왔음이 CBS노컷뉴스 취재로 드러났다.

    국회와 교육부 등이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을 손질해 사이버 학폭을 규율하는 조항(제20조의3)을 신설한 게 2012년. 온라인상에서 음란ㆍ폭력 정보 등으로 신체나 정신상 피해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법률로 규정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관련법은 9년이 지난 지금까지 검토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법을 만들겠다'며 스스로 못 박았지만, 여전히 법이 없는 무법 상황인 셈이다.

    주무부처인 교육부 관계자는 "별도 법률로 정하지 않은 사유가 지금 기록이 돼 있지 않지만, 아마도 정보통신망과 음란ㆍ폭력 정보가 여가부법과 방통위법 등 타법에서 규정하고 있어 교육부가 더 이상 법률로 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을 안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 역시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법이 없는 줄 몰랐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황당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사이버 폭력의 심각성이 문제가 될 때만 반짝 논의가 이뤄지다가 결국 법을 만들기로 한 약속을 국가 스스로 지키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승재현 연구위원은 "국가가 아직 사이버 폭력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는 것이 (법을 만들지 않은) 첫번째 원인이라고 본다"면서 "학생들과 달리 어른들은 그 심각성을 잘 모를 수 있는데, 결국 이에 대한 정확한 인지가 없기 때문에 법령이 만들어지지 않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연합뉴스
    ◇'사이버 학폭' 위한 법 꼭 필요한데…

    관련 법률이 없는 상태에서 사이버 학폭은 기존 학교폭력예방법, 정보통신망법, 또는 일반 형법을 적용해 다뤄진다. 다만 전문가들은 그러한 법들이 사이버 학폭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또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사안의 경중을 떠나 형사법만으로 사건이 처리될 수 있는데, 이 경우 미성년자인 가해자·피해자 학생들이 어떠한 조정 과정도 겪지 못한 채 경찰서만 오가며 잘잘못을 가려야 할 수도 있다. 취재진이 접한 한 학생은 SNS에서 다른 친구들의 험담을 했다는 이유로 모욕죄, 정보통신망법 상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를 받기도 했다.

    반대로 문제로 인정되지 않아 처벌이나 계도의 대상이 되지 못하기도 한다. '카톡감옥(카감)'이나 '멤버놀이(멤놀)'의 경우 피해 학생에게는 견디기 어려운 괴롭힘이지만 기존 법으로 처벌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사이버 학폭은 기술의 변화 만큼이나 수법과 유형도 빠르게 진화하기 때문이다.

    학폭 전문 노윤호 변호사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반적인 신체 폭행 등은 결과가 명확하지만, 사이버 학폭은 피해 학생이 겁먹고 사이버 폭력을 당할 당시에 SNS를 탈퇴해 버리거나 대화 내용을 삭제해 버리는 상황들이 많이 있다"며 "이런 경우 신고를 해도 제출할 증거가 없고 학교에서는 어떤 폭력을 당했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도 생긴다"고 설명했다.

    사이버 학폭법이 있다면, 이러한 사례들을 어떻게 대처할지 명확한 규정과 절차를 마련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아쉬움이 나오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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