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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시개]배현진 '박미법'에…박물관들 '근심 가득'



사건/사고

    [이슈시개]배현진 '박미법'에…박물관들 '근심 가득'

    사유재산권 침해?…박암종 사립박물관협회장 "단체행동할 수도"
    학예사들 "융복합박물관 의미도 불분명", "자료 보존도 박물관의 역할"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0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USB 꾸러미를 들고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박물관은 제1항의 사업을 수행하는 데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박물관자료를 국민에게 제공하는 대출·열람 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배현진 의원의 박미법 개정안 신설 조항)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 발의한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박미법)'에 대해 박물관 종사자들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사립박물관의 경우 보유하는 박물관 자료가 대부분 개인소유물이기 때문에 헌법가치인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립박물관 역시 국공립박물관과 마찬가지로 박미법 적용을 받고 있다.

    앞서 배 의원은 지난 2일 일반인에게 박물관자료의 대출·열람을 허용하는 내용의 박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사립박물관협회 박암종 회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사립박물관 자료들은 대부분 개인 소유물이라 개정안대로라면 헌법소원까지도 갈 수 있는 사안"이라며 "전문가들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법안이 강행될 시 (협회 차원의) 행동으로 옮길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물관·도서관·아카이브 등 개념이 다 구분이 돼 있는데 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믹스해 문구를 넣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완주 책박물관 박대헌 관장은 "(박물관의 자료 대출은) 논할 가치도 없다. (배 의원이)박물관과 도서관의 역할을 착각하고 있다. 박물관은 유물을 수집하고 보관, 전시, 연구하는 곳"이라며 "도서관과는 업무가 엄연히 다른데 (융복합박물관이라는) 말을 바꾼다고 해서 문화가 바뀌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송파 책박물관 전경. 송파 책박물관 홈페이지 캡처

     

    이같은 우려에 대해 배 의원 측은 개정안이 송파 책박물관 활성화를 위한 예외 조항을 추가한 정도라는 입장이다. 단서조항이 있어 신설되는 내용에 강제성이 없으며 규제를 풀어준 정도의 의미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해명에 대해 "그렇다면 법안을 개정하는 의미도 없다"며 단서조항의 의미부터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박물관은 제1항의 사업을 수행하는 데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라는 단서조항만 놓고 보면 이를 누가 결정할 것인지도 정해지지 않았고, '지장이 없는 범위' 또한 한정할 수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박물관 측이 자료대출을 반대하더라도 대출요구자의 쟁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물관운영위원회 등을 통해 자료의 대출·열람 여부를 결정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나오지만, 개인이 운영하는 사립박물관의 경우 위원회를 꾸리기도 힘든 실정이다. {RELNEWS:right}

    박물관미술관법령·송파구 책박물관 운영조례 홈페이지 캡처

     

    이런 가운데 개정안의 제안 이유가 '송파 책박물관'의 책 대출·열람 때문이라면 박미법을 개정할 것이 아니라, 해당 기관의 운영조례를 손보면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송파 책박물관'에선 비치된 책을 방문객들이 바로 열람하기도 하는 특수성이 있는데, 박미법 적용을 받는 송파 책박물관 특성상 이 책들을 대출할 수 없어 이를 요구하는 송파구민들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개정안이 발의된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배 의원은 개정안 발의 당시 "송파 중심부에 위치하지만,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던 책박물관에 도서 대여 기능을 만들어 주민들도 애용하는 진정한 송파의 보물로 만들겠다"고 취지를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국립박물관에 근무하는 학예사 A씨는 "송파 책박물관의 대출을 허용해주려면 해당기관 운영조례를 바꾸면 될 일이지, 주민 요구를 위해 박미법 자체를 개정하면 어쩌자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서울 지역 박물관에 근무하는 학예사 B씨도 "송파 책박물관은 자료가 책이니 빌려달라는 요구가 있었겠지만, 다른 박물관은 (자료가) 소장유물들을 총칭하고 있어 이를 일반인들에게 대여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최근엔 이뮤지엄(온라인)에 자료를 업로드하고 있어 유물 등이 궁금하면 정보를 취득할 수도 있다. 개정안의 의미를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한국박물관협회도 성명서를 통해 "현행법에 박물관 자료의 '사진 촬영과 박물관에서 대출과 열람'은 열려 있다"며 "도서 등 박물관 소장 자료의 열람 요청 민원은 자료를 복제해 각 도서관에 비치하거나 복제 도서로 보급하거나, 원문을 온라인 서비스로 제공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학예사 C씨는 "국공립·사립·대학박물관장, 학예사들이 모두 우려하고 있다. 박물관 자료라는 게 열람도 중요하지만 연구목적을 위한 보존도 중요한데 한번 훼손되면 걷잡을 수 없다"며 "10여 년간 다양한 형태의 박물관이 나오지만 '융복합박물관'이라는 용어 자체는 잘 사용되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 윤창원 기자

     

    배현진 의원실 측은 국회입법조사처에 조사를 의뢰했다.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배현진 의원실에서 입법 조사를 요구해 답변은 이미 한 상황이며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문화재청 등 관계당국도 고궁박물관 등 국공립박물관에 개정안 관련 의견을 요청한 상태로 의견을 취합 중이다.

    국회입법예고시스템에 따르면 배 의원의 개정안 입법예고 기간인 지난 22일까지 법안에 반대하는 의견은 1천여 건 이상 제시됐다. 다른 법안의 경우 입법예고기간동안 반대 의견이 총합 100여 개 정도 달린다는 걸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이의가 많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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