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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쓸쓸한 죽음..공영장례로 마지막 존엄 지켜



종교

    늘어나는 쓸쓸한 죽음..공영장례로 마지막 존엄 지켜

    "한 해 2천 여명의 무연고 사망자..대부분 경제적 이유로 장례 포기"
    "지자체별로 공영장례 현황 격차 커.. 전국 단위의 보편적 서비스로 확대해야"
    "죽음을 어떻게 대하는지가 오늘날 우리 사회 인간 존엄성의 척도"

    [앵커]
    가족관계가 단절되거나 경제적인 이유로 쓸쓸한 죽음을 맞는 무연고 사망자들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일부 기독교단체와 지방자치단체들은 공영장례로 이들의 마지막 존엄을 지켜주고 있는데요.

    최소한의 사회보장제도로서 공영장례를 보편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오요셉 기자입니다.

    안양시 청계공설묘지에 위치한 무연고 사망자들의 묘지. 나무판자로 만들어진 명패엔 이름과 생존일만이 표시돼 있다. 이름조차 확인되지 않은 이들도 있다.

     


    [기자]
    안양시 청계공설묘지 한 쪽에 마련된 무연고 사망자들이 묘지.

    낡은 나무판자로 만들어진 명패들이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꽂혀 있습니다.

    이름과 생존일만이 간단하게 표시된 채 방치된 무덤들은 제대로 된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이들의 죽음이 얼마나 쓸쓸했을지 짐작케 합니다.

    사단법인 유쾌한 공동체는 최근 안양장례식장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명패 교체식을 시작으로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공영 장례 지원 활동에 나섰습니다.

    [안승영 목사 / 유쾌한공동체 대표]
    "마지막 가는 순간까지도 가족들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는 제도적 모순이 있습니다. 장례비라든지 시신 안치료 이런 비용이 많이 발생하거든요.
    마지막 가는 순간에 가족들과 화해할 수 있고, 지역공동체가 상부상조하는 의식을 일깨워 줄 수 있고..그래야 우리 지역사회가 행복한 공동체가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지난달 27일 서울시립승화원에서 진행된 서울시 공영장례식.

     


    서울시립 승화원 2층에선 무연고 사망자를 위한 공영 장례식이 열립니다.

    서울시는 지난 2018년 '서울시 공영장례 조례'를 제정해 광역단체로는 처음으로 공영장례를 시행해오고 있습니다.

    무연고 사망자와 기초생활수급자, 장례를 치를 능력이 없는 저소득층에게 빈소와 장례 예식을 지원합니다.

    조례 제정 전부터 무연고 사망자들의 장례를 진행해온 사단법인 나눔과나눔이 전반적인 상담과 지원업무를 맡았으며 시 예산으로 운영됩니다.

    빈소의 운영시간만 축소했을 뿐 모든 절차가 일반 장례와 똑같이 진행되고, 요일에 따라 종교 예식도 진행됩니다.

    [박진옥 상임이사 / 나눔과나눔]
    "무연고 사망자의 대부분은 가족이 있지만 경제적 어려움 또는 관계 단절 등의 이유로 시신을 위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 사회가 이 죽음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통해서 산 사람들에게 우리 사회가 인간 존엄성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무연고 사망자를 위한 공영장례는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합니다.

    현행법상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행정업무의 주체가 기초자치단체이다 보니 지역별로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영장례 지원단체들은 공영장례를 기초단체업무로 한정할 게 아니라 전국 단위의 보편적인 서비스로 확대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또, 공영장례는 쓸쓸한 죽음을 예상하는 이들에게도 삶의 마지막 지지기반이 되어준다며 산자와 죽은 자 모두에게 의미있는 제도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무연고 사망자가 되는 대부분의 경우는 경제적 이유 때문이라며 마지막까지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일에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진옥 상임이사 / 나눔과나눔]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장례를 못한다고 하면 국가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답이 나오는 거죠. '돈이 없어? 그럼 시신 포기해. 그러면 우리가 화장은 해줄게' 이렇게 갈 것인가, 아니면 누구나 최소한의 장례를 보장해 주는 공영 장례를 보편화할 것인가.. 이제 우리가 질문해야 할 때예요.
    공영장례를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볼 것이 아니라, (무상의료처럼) 사회보장제도로서 국가가 고민할 때가 됐고, 그래야지만 차별없는 보편적인 장례 서비스가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

    무연고 사망자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무연고 사망자는 2016년 1820명, 2017년 2008명, 2018년 2447명, 2019년엔 2536명으로 증가했습니다.

    무연고 사망자의 증가는 결국 가족해체와 노후파산, 실업난 등 오늘날 우리 사회의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표출된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단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공영장례 지원단체들은 무연고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려는 노력과 함께, 전국적인 공영장례 지원체계를 구축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CBS뉴스 오요셉입니다.

    [영상취재 이정우 최내호] [영상편집 이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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