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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배우 유다인이 버린 것 그리고 얻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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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터뷰]배우 유다인이 버린 것 그리고 얻은 것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감독 이태겸) 정은 역 배우 유다인 ②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정은 역 배우 유다인. 프레인TPC 제공

     

    ※ 스포일러 주의

    누구보다 열심히, 누구보다 악착같이 일했다. 악조건 속에서도, 여자라는 차별 어린 시선 속에서도 버티고 버텼다. 그런 정은(유다인)에게 돌아온 것은 권고사직이다. 살아남고 싶다면 하청업체로 내려가서 버텨보라고 한다.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의 연속으로 절망에 빠진 그 순간, 정은은 스스로를 해고하지 않는 선택을 한다. 세상도, 회사도 정은을 해고하려 하지만 정은은 이를 거부하고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는 길을 걷는다.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감독 이태겸)에서 유다인은 세상과 사람들의 압박에도, 모진 말과 부당한 일들 앞에서도 물러나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정은을 맡아 섬세하게 그려냈다. 최근 온라인을 통해 만난 유다인에게서 정은과 같은 강인함을 볼 수 있었다.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스틸컷. 홍시쥔·㈜영화사진진 제공

     

    ◇ 정은이 마주한 송전탑, 유다인이 마주한 송전탑

    극 중 정은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외부의 힘에 의해 극단적인 상황에 놓인다. 이해할 수도, 납득할 수도 없는 이유로 말이다. 그런 상황만큼이나 정은을 힘들게 한 또 다른 위협은 바로 내면의 두려움이다.

    거대하고 아찔한 높이의 송전탑을 처음 마주한 정은은 그 위압감에 굴복하고 만다. 다음에도, 그다음에도 송전탑이 주는 공포에 짓눌려 함부로 발 디디지 못한다.

    배우 유다인에게도 정은의 송전탑처럼 위압적이고 공포감마저 들게 해 머뭇거리게 한 무언가가 있다.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스틸컷. 홍시쥔·㈜영화사진진 제공

     

    "그렇게 공포감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었죠. 제가 신인 때 촬영장에서 연기를 잘 못 하니까 '컷'하고 나서 스태프들이 저를 무시하는 듯한 말투로 이야기하는 걸 들은 적이 있어요. 그게 트라우마가 되어서 자주는 아니지만 지금도 NG를 내거나 실수하거나 했을 때 갑자기 식은땀이 나는 순간이 있어요. 정은처럼 그때 그 기억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긴 거 같아요."

    그랬던 유다인이 이제는 어떤 상황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앞을 향해 나아가는 정은이라는 인물을 강단 있게 그려내고 있다.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의 이태겸 감독은 "유다인 배우의 연기는 말론 브란도 같았다"고 극찬했다. 정은처럼 포기하지 않고, 굴하지 않고 두려움을 이겨내며 차곡차곡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아 온 결과다.

    유다인은 자신의 트라우마 역시 연기할 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제가 느꼈던 트라우마 같은 것도 결국 도움이 되는 거 같아요. 결국에는 정은이라는 캐릭터를 하면서 온전히 이해하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처럼요. 비록 저한테는 아프지만 제가 받았던 상처, 제가 느꼈던 아픔이나 마음들이 연기할 때 도움이 돼요."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정은 역 배우 유다인. 프레인TPC 제공

     

    ◇ 힘을 빼고 조금은 가볍게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인간으로서 오롯이 살아가고자 하는 존재를 그려내는 작품이다. 유다인은 자신이 그리는 배우로서의 삶에 관해 "크게 욕심부리지 않고,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고,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고 내 앞에 놓인 것들을 차근차근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내 가족들도 마찬가지인 거 같다. 내 위로 언니가 둘이 있는데, 가족들이 나를 특별히 더 챙겨주거나 할 때가 있다"며 "내가 늘 하는 이야기가 있다. 나도 언니들과 똑같이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나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다인은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의 시나리오를 처음 읽고 난 후 자신이 정은을 연기한다면 정은의 생각이나 느낌, 캐릭터가 더 깊이 있게 잘 표현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무언가에 확 빠지거나 표현하고 싶고 꼭 해야겠다고 느끼는 건 인물에 매료됐을 때"라고 설명했다.

    유다인은 처음에는 연기를 하면서 '배우'라는 데 큰 의미를 뒀던 거 같다며 "많이 기대하고 많이 욕심부렸다"고 솔직하게 전했다. 그러나 지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하고 싶다는 그만의 소망을 밝혔다.

    그는 "거창하게 생각하고 욕심을 가지면 연기나 어떤 자리에 가서 힘이 많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며 "그런 차원에서 큰 의미를 두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정은 역 배우 유다인. 프레인TPC 제공

     

    ◇ 자신만의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유다인

    배우로서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고, 아직 보이지 못한 모습이 많은 배우가 유다인이다.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그가 배우로서 한 단계 더 도약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리고 유다인 자신도 연기에 대한 무게와 압박으로부터 가벼워졌기에, 정은을 보다 깊이 있게 연기할 수 있었다.

    그는 "예전에는 연기가 저한테 전부였다. '배우를 안 하면 뭘 하지?' '나는 뭘 잘할 수 있지?' '연기가 나한테 어떤 의미가 있지?' 이러면서 연기가 아니면 나는 생각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지금은 그런 문제에서 가벼워졌고, 연기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가깝게 들여다봤다면, 지금은 좀 멀리 떨어져서 보게 되는 게 있다"며 "전체적으로 영화상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캐릭터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가 요즘에는 좀 보인다"고 덧붙였다.

    유다인은 요새 스릴러 장르를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이야기했다. 아직 그가 배우로서 보여주지 못한 점 중 하나다.

    "굉장히 차갑고, 되게 이상한 여자라고 생각할 정도로 기괴한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이해가 안 되어도 좋으니까 그런 캐릭터를 한번 해보고 싶어요."(웃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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