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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2020년"…'1년차'들의 코로나 1년 이야기



사건/사고

    "잃어버린 2020년"…'1년차'들의 코로나 1년 이야기

    • 2021-01-21 05:20

    [코로나1년⑥]'신남·설렘' 기대했지만…'줌'으로 친구들 만난 초1들
    캠퍼스 신입생 "'통편집' 느낌…스무살 영화 다시 찍고파"
    힘겹게 '취뽀'했더니 절반 이상 재택에 확진 공포 '벌벌'
    식당은 '오픈빨' 없이 배달 필수…"그래도 희망 안 버려"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처음 발생한 지 1년째가 되는 20일 서울광장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대기하고 있다. 이날 신규 확진자는 404명으로 집계됐다. 박종민 기자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건 지난해 1월 20일. 많은 이들이 1년 안에 종식될 거라 여겼던 감염병은 우리 사회의 '상수'로 자리 잡았다. 어느덧 코로나 시대 생필품이 된 마스크는 얼굴의 표정을 지웠고, 제일 지침이 된 거리두기는 소속감과 연대를 흐려놓았다.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시간도 누군가에겐 '처음'이란 이유만으로 각별한 의미가 된다. 첫눈과 첫사랑이 그렇듯 생애 한 번뿐인 '첫' OO를 무미하고 단조롭게 보내야 했던 이들이 있다. CBS노컷뉴스는 코로나 시국 속에서 신참으로 2020년을 보낸 '1년차'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마스크가 백신'…지겹지만 1년 더
    ②'폭망'한 자영업, 방역 고삐 풀어야 하나
    ③포스트 코로나 시대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책은?
    ④조이면 줄고 풀면 느는데…거리두기 딜레마
    ⑤"코로나에도 월세는 꼬박…하늘이 내린 치외법권이냐"
    ⑥"잃어버린 2020년"…'1년차'들의 코로나 1년 이야기
    (계속)
    ◇난생 첫 학교 '원격수업'으로 맛보기만…"마스크 벗은 친구 얼굴 보고파"

    이한형 기자

     

    "'답답하다'가 생각나요."(서래초등학교 2학년 김주원) "'지루한' 1년이었던 것 같아요."(서래초등학교 2학년 이원석)

    지난해 초 난생 처음 학교 문턱을 밟은 김주원(9)군과 이원석(9)군은 2020년을 '한 단어'로 표현해 달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교실에서 선생님과 친구들을 마주한 날은 손에 꼽았고,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으로 급우들의 얼굴을 익히기 바빴던 두 친구는 엉겁결에 2학년 '형아'들이 됐다.

    김군은 "학교에 가면 유치원 때보다 훨씬 더 신나고 재미있는 것들을 배우게 될 것 같아 설레고 기대되는 마음이 있었다"고 입학 당시를 돌이켰다. 이군 역시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과 신나게 노는 것을 기대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시작된 학교생활은 영 딴판이었다. 큰맘 먹고 장만한 책가방은 방 한 구석에 덩그러니 방치됐고,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공을 차며 뛰어노는 일, 같은 교실에서 공부를 하고 대화하는 일도 '이벤트'가 되어버렸다.

    김군은 "(대면수업 시) 마스크를 벗고 친구들을 만나고 싶었는데 친구들이 어떤 모습을 지니고 있는지 잘 알 수 없어 슬펐다. 또 원격수업을 하니까 선생님께 제대로 말할 수가 없어 너무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물론 '언택트' 수업이 기본값이 된 첫 세대로 느끼는 '신선함'도 있었다. 이군은 "온라인 수업에서 음소거(기능)를 빼면 목소리가 나올 수 있고, 카메라를 켜면 내 얼굴이 사람 모양으로 나오는 것들이 신기했다. 친구들을 직접 만나고 싶어 속상한 마음을 화면 속 모습으로 이겨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재미있다고 표현하긴 애매하다. 그냥 신기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들은 가뭄에 콩 나듯 했던 '비대면' 활동들이었다. 김군은 "하늘에 대고 새총처럼 쏘는 '슈팅 플라이'를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날렸는데, 너무 재미있고 신났다"며 "'학교 살펴보기'란 활동도 있었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는 (학교가) '무서운 곳'이라 생각했는데 재밌는 교구도 많았고, (교실 안) 전깃줄이 온 건물에 이어져 있다는 게 신기했다"고 설명했다.

    ◇캠퍼스 낭만도 '통편집'…남학생들은 "지금이 입대 최적시기"

    황진환 기자

     

    힘겨운 입시 레이스를 마치고 '캠퍼스의 낭만'을 꿈꾸며 대학에 입성한 신입생도 사정은 비슷했다. 지난해 수도권 소재 공대에 입학한 이모(21·남)씨는 "원격으로 강의를 들으니 아무래도 강의 질이 좀 떨어진 것 같다. 어떤 교수님은 강의 중 통화를 길게 하시기도, 강의할 때 필요한 기계를 다루시느라 짧게는 10분, 길게는 1시간 정도 늦게 강의를 시작하기도 했다"며 "해야 할 과제들은 많은데 이런 일이 종종 있어 강의에 집중도 잘 안 되고 화도 좀 났다"고 말했다.

    대학생활의 '꽃'이라 하는 동아리 활동이나 엠티(MT)는커녕 중간·기말시험도 원격으로 치르다 보니 동기들과 '데면데면'한 경우도 흔해졌다. 이씨는 "공대다 보니 실험과목이 있는데, 1학기 시험을 보러 학교에 갔을 때 동기들을 처음 봤다"며 "기숙사에 사는 친구들끼리는 많이 친해진 것 같았지만 저를 포함해 대부분 서로 누군지 모르니 소속감을 느낄 수 없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같은 해 명지대학교에 입학한 김모씨도 "오티(OT), MT 등은 전혀 없었고 입학하자마자 바로 온라인 수업을 했다. 기말고사를 볼 때에야 같은 과 동기들을 처음 봤는데 애초에 접점 자체가 없어서 친해질 기회가 없었다"며 "차라리 1년 더 공부해 수능을 다시 보는 게 나았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남학생들 사이에선 차라리 '군대 간 사람들이 승자'란 인식도 자연스럽다.

    김씨는 "아예 군대라도 가볼까 했는데 사람들이 미리 다 신청해 자리가 안 남았다 하더라"고 언급했다. 반면, 이씨는 운 좋게 2월 초 공군 입대가 결정된 상태다. 그는 "처음에는 '1학년을 마치고 갈까, 아님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2학년이 끝나고 갈까' 했는데 올해도 작년과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며 "입대가 결코 반갑지는 않지만 현재로선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인 것 같다. 붙은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전역 후 상황에 막연한 희망을 품고 있는 이씨는 "제 인생이 영화라면 지난 1년은 '통편집'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제대로 된 스무 살 영화를 다시 찍고 싶다"고 밝혔다. 김씨 또한 "뭘 하든 우울한 느낌이 크게 가시지 않았던 것 같다. 정말 의미가 없는 한 해였다"고 2020년을 정의했다.

    ◇힘든 취업문 뚫은 신입사원 1년차…"입사 후는 재택근무 적응기"

    황진환 기자

     

    사회로 첫발은 내디딘 신입사원들에게도 코로나 상황은 고통스러웠다. 신입 1년 차 직장인들은 "힘든 취업문을 뚫고 들어간 회사에서 보람을 느낄 새도 없이 바뀐 환경에 적응하기 바빴다"고 말했다.

    이모(30·여)씨는 지난해 10월 한 광고회사에 취업했다. 광고 기획 업무를 맡았던 이씨의 회사생활은 예상과 달랐다. 코로나로 인해 팀에서 절반 이상은 재택근무를 해야 했고 자연스레 비대면 업무가 늘어났다.

    이씨는 "광고회사는 원래 다양한 회사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을 하다 보니 미팅도 잦다"며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대면이 줄어들고 화상회의가 많이 생겼다. 언어적인 측면에서 소통이 좀 덜 되는 느낌이 있어 적응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팀원들과 얼굴을 익힐 새도 없었다. 이씨는 "팀원이라고 해서 같이 모여서 밥을 먹거나 할 상황이 아니었다"며 "회의나 미팅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만남의 기회도 적어 친해지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업무상 연결된 회사들이 있다 보니 다른 회사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내가 접촉자면 어떻게 하지'라는 두려움도 있었다"며 "연말 행사나 개인적 약속도 취소하고, 여행도 자제하면서 생활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6월에는 잠시 요가강사로도 활동한 경력이 있다는 이씨는 새내기 신입사원으로 바뀐 환경에 부단히 적응 중이다.

    "아무래도 코로나 상황이 빨리 좋아지는 상황이 아니고 특정 업종은 굉장히 코로나로 많은 고생과 변화를 겪었을 것 같아요. 모두 다 힘든 시기지만, '조금 더 좋아지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갖고 열심히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배달은 생존 위한 '필수 선택'…"시행착오 많았지만 포기 못 해"

    황진환 기자

     

    서모(32·남)씨는 강북구 수유동에서 지난해 6월 친구와 함께 중식당을 개업했다. 코로나 시국에도 "(상황을) 감수하고 시작해보자"는 마음으로 문을 연지 8개월.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초반에는 소위 '오픈빨'이라는게 좀 있잖아요. 잘될 줄 알았는데 코로나가 있어서 그런지 매장을 오시는 분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어요. 저희 가게가 1~2층으로 돼 있어서 인건비나 이런 게 두 배로 나가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바로 배달을 시작했죠"

    금방 붇는 중식의 특성을 생각해 처음에는 '홀영업'만 하기로 생각했다. 하지만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면서 배달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배달매출이 80%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고정비를 줄이기 위해 종업원 수를 최소화하고, 오픈시간을 늘려가며 일하고 있다.

    서씨는 "배달 업체 수수료와 포장 용기 비용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또 배달이 몰리는 피크타임에는 배달 업체도 일손이 부족하다 보니까 배달이 너무 늦게 온다거나, 음식이 다 식었다는 컴플레인도 많이 받는다"고 토로했다.

    이제 개업 2년차를 맞이하는 서씨는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서씨는 "저희가 최대한 고객들한테 친절하려고 노력하고, 가격도 저렴하게 하려고 노력하는데 그런 점을 알아봐 주시려고 할 때 기쁘다"면서 "코로나 시국만 끝나고 나면 잘될 거라는 믿음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계약기간이 남은 만큼 포기는 할 수 없다"며 "젊은 생각으로 무엇을 하면 좋을까, 가게를 더 꾸며볼까, 이벤트를 해볼까 이런 생각도 많이 하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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