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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업]"코로나 시대 죽음, 애도는커녕 '처리'됩니다"



사회 일반

    [뉴스업]"코로나 시대 죽음, 애도는커녕 '처리'됩니다"

    • 2021-01-20 07:00

    인간의 죽음에 대한 '애도' 어려운 시대
    고독사 많아져..공공장례제도 도입 필요
    요양원같은 시설서 죽음 맞이하는 노인들
    늙음과 죽음 세트로 방치...산업화돼 있어
    '죽음'도 돌봄의 대상...죽음 대한 공부 필요

    ■ 방송 : CBS 라디오 <김종대의 뉴스업=""> FM 98.1 (18:25~20:00)
    ■ 진행 : 김종대 (연세대 객원교수)
    ■ 대담 : 정은정 작가, 이라영 작가



    ◇ 김종대> 빈약해진 우리들의 관계를 업 시켜보는 시간. 모든 것에 대한 관계 맺기의 달인 이라영 작가님 어서 오십시오.

    ◆ 이라영> 안녕하세요.

    ◇ 김종대> 그리고 도시와 농촌의 관계 업 꿈꾸는 도농 관계의 달인 농촌사회학 연구자 정은정 작가님, 어서 오세요.

    ◆ 정은정> 안녕하세요.

    ◇ 김종대> 날씨가 추웠다, 더웠다 정신을 못 차리겠어요. 아주 온탕, 냉탕을 어떻게 왔다 갔다 하는지. 도시나 농촌이나 똑같겠죠, 이거는.

    ◆ 정은정> 작년에는 너무 안 추워서 조금 문제가 생기기도 했었거든요. 왜냐하면 이렇게 작물 같은 경우가 과습 상태가 돼서. 그런데 갑자기 또 봄에 추우면 이게 얼어터지는 거예요. 냉해 피해도 있고 그래서 적당히 추워야 되는데 이 정도는 적당히가 아닌 것 같습니다. 근래에 동파 피해를 입어서.

    ◆ 이라영> 맞아요. 아파트 동파 사고가 되게 많이 일어나고 있어요.

    ◇ 김종대> 오늘은 사진 한 장 보면서 시작하겠습니다. 독일의 어느 한 시골에 창고 같습니다. 외신에서 나온 사진이에요. 한번 설명 좀 해 주시겠어요?

    독일 작센주 마이센에 있는 한 화장터 대기실에 수많은 관이 겹겹이 쌓여있다. 이중 절반 이상은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의 시신을 담은 관이다. 사진=AFP 연합뉴스

     



    ◆ 정은정> 여기 지금 보시다시피 관이죠. 코로나로 사망한 환자들의 시신을 지금 미처 처리를 못한 상태로 저렇게 쌓여 있는데. 저건 비단 독일만이 아니라 현재 거의 모든 대도시에서 저런 일들이 많이 발생한다고 볼 수가 있죠. 뉴욕도 그렇고.

    ◇ 김종대> 저 관에 코비드(COVID)라고 쓰여 있어요.

    ◆ 정은정> 그렇게 되면 특별히 더 신경 쓰라고 표시하는데. 동남부 작센주(州)에서 공개된 사진이라고 하더라고요. 독일에서도 조금 뭐죠? 소득이 좀 떨어진다고 해야 되나요? 그런데 동서양을 막론하고 저렇게 시신을 포개 놓는 것이 굉장히 금기되잖아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진짜 학살 풍경과 거의 흡사한 그런 풍경입니다.

    ◆ 이라영> 맞아요. 정말 슬픈 모습이고 특히 이제 코로나로 사망했을 경우 단지 애도의 대상이거나 슬퍼하거나 이럴 겨를도 없이 이게 오염됐다라는 생각 때문에 빨리빨리 처리해야 된다.

    ◇ 김종대> 처리 대상으로 보는군요.

    ◆ 이라영> 그게 너무 슬픈 문제죠.

    ◇ 김종대> 그러면 코로나 시대의 죽음에 대해서 오늘 좀 이야기해 볼게요. 코로나 환자의 죽음은 보통 때의 다른 죽음과 무엇이 다른가. 무엇이 다르다고 보십니까?

    ◆ 이라영> 일단은 죽음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제가 볼 때는 과정, 그러니까 의식을 못한다는 게 큰 문제라고 생각을 해요. 예를 들면 저는 코로나 때문에 우리가 2020년에 사망률도 올랐고 이런 이야기했었잖아요. 출산율은 떨어지고 사망률은 올랐고 이런 이야기도 했었고.

    ◇ 김종대> 데드크로스.

    ◆ 이라영> 그런데 이제 우리가 숫자로만 볼 때는 마치 사망자가 늘어나면 산업이라는 면에서 장례업체는 마치 특수를 누리지 않을까라고 막연히 생각이 들었는데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 김종대> 왜 그렇습니까?

    ◆ 이라영> 그게 무슨 얘기냐 하면 사람이 죽었다는 것과 장례는 이게 별개였던 거예요. 다시 말해서 코로나라는 어떤 감염병 상황에서는 지금 방금 우리가 사진에서 본 것처럼 죽음이 처리해야 될 대상이라 빨리빨리 처리를 해야 되니까.

    ◇ 김종대> 빨리빨리.

    ◆ 이라영> 정작 장례는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더라고요.

    ◇ 김종대> 그럼 임종을 못 보는 것은 부지기수고 장례까지도 못 치르는.

    ◆ 이라영> 그리고 이런 경우 사망하신 분과 또 유가족도 코로나에 감염이 되어 있다 보니까 유가족이 지금 격리 상태라거나 이렇기 때문에 상주도 없고.

    ◇ 김종대> 연고자도 없고.

    ◆ 정은정> 실제로 저희 동네 아파트 단지에 이런 일이 있었던 거예요. 그러니까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장례를 치렀는데 장례지도사 중에서 코로나 감염이 되신 분이 있어서 다 유족들이 격리가 됐는데 또 고령의 사모님이죠. 할머니가 또 돌아가시게 됐는데, 이틀 만에. 그러니까 지금 상주들이 다 자가격리되니까 이 장례가 너무 쓸쓸했던 거예요.

    그런데 그냥 평범한 이웃이거든요. 그래서 그런 지금 1283명의 사망자가 있다고 이러는데 그래도 우리는 약간 K-방역 이러면서 그래도 다른 나라보다는 괜찮다 이렇게 하는데 굉장히 저게 독일 사진이긴 하지만 우리 가까운 이웃에도 벌어지는 이런 거 저도 되게 많이 충격받고 슬펐거든요. 사람이 임종을 할 수 없다라는 건 저한테도 두려운 거도 자손의 입장에서도 되게 두려운 거고 저희 아버지가 81세인데 정말 많이 두려워하세요. 코로나 자체를 무서워하시는 게 아니라 저희도 얘기하거든요. 아버지 다른 건 아니어도 코로나 때문에 그러면 안 된다고. 왜냐하면 우리가 아버지 곁을 지킬 수가 없기 때문에 이거에 대한 공포감이 고령인 노인들은 굉장히 큽니다.

    ◇ 김종대> 심리적인 어떤 것이죠. 코로나 사망자가 많고 죽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죽음의 양상이 또 그걸 대하는 우리의 어떤 태도, 자세, 문화가 왜곡이 일어나는 것은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똑같은 거네요?

    ◆ 이라영> 그러니까 제가 방금 전에 장례업체는 오히려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았는데 한편으로는 화장장은 너무너무 바쁘게 돌아가는 거예요. 이게 굉장히 상징적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러니까 우리가 보통 3일장을 하고 그다음에 화장을 한다거나 이런 절차가 있는데 이 모든 것들이 통하지 않는 거예요, 코로나 상황에서는.

    ◇ 김종대> 그럼 어떻게 해야 됩니까?

    ◆ 정은정> 먼저 화장하고 뒤에 장례 치르는 거죠. 24시간 이내에 화장을 해야 되니까.

    ◇ 김종대> 순서가 바뀌네요?

    ◆ 이라영> 그러니까 보통 우리가 시신을 닦고 수의를 입히고 이런 과정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어떤 분들 같은 경우는 쓰러졌는데 이제 병원에 가서 보니까 코로나였다 이런 경우 입고 있던 옷 그대로 화장이 되는.

    ◇ 김종대> 그 수의 이런 거...

    ◆ 이라영> 그런 과정이 다 생략되는 거예요.

    ◇ 김종대> 입관식이라든가 영실이라든가 이런 절차가 많거든요. 이게 다 없어지고 그냥 병실에서 입던 옷 그대로.

    정은정 작가 (사진=김종대의 뉴스업 제작진)

     



    ◆ 정은정> 비닐팩에 담겨져서 그대로. 신문 보도에서 보니까 갑자기 부모님을 잃게 된 가족들이 너무 황망하니까 정말 얼굴만 한 번 보여달라고 하니까 잠깐 지퍼 내려서 한 2~3초 정도 보여주고 딱 닫아버리는데 그게 얼마나 서로 상처가 되겠어요.

    ◆ 이라영>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도 너무 큰 상처가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 김종대> 그러니까 잘 모시지 못했다, 이런 한이 남지 않겠어요, 유족들 입장에서.

    ◆ 정은정> 맞아요.

    ◇ 김종대> 그거 두고두고 남고 한이 되는데.

    ◆ 정은정> 그리고 화장장에서도 코로나 감염사망자 같은 경우에는 순서가 뒤로 밀린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일반 사망자가 우선되고 그리고 순서가 뒤로 밀리니까 아무래도 더 어려움이 있는 거죠. 해가 어둑어둑할 때 그때 이제 화장 절차가 마무리되고 그럼 그다음에 또 어디 이제 봉안을 하거나 이런 과정 자체도 되게 어려운 거고. 그래서 오늘 이렇게 죽음 이야기를 한다라는 게 굉장히 어렵기는 하지만 우리가 이제는 이 부분도 좀 생각을 해 봐야 될 것 같아요.

    ◇ 김종대> 그런데 이게 무슨 근거에서 그렇게 되나 모르겠어요. 보통 이렇게 사망을 하면 시신에는 이제 바이러스가 맥을 못 춘대요. 살아 있는 숙주가 아니기 때문에. 그래서 굳이 그렇게 안 해도 사실은 차분하게 해도 된다는데 그냥 환자로 확진자 사망자라고 해서 막 빨리빨리 화장하고 빨리빨리 처리하고 이런 방향으로 왜곡됐다는 건 과학적이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 이라영> 전에 2015년에 메르스 때도 상대적으로 소수였기 때문에 우리가 잘 모르고 지나갔지만 메스르 때에 사망한 분들의 유가족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자기 가족을 그냥 병균체 취급했다, 이런 증언들이 나오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그때는 그래도 우리가 너무 소수라서 잊고 지나갔던 거죠.

    그런데 이번에 굉장히 1년 이상 대유행이 되다 보니까 정말 이제라도 우리가 죽음을 그냥 병균체 소독해가지고 처리하듯이 그렇게만 바라볼 게 아니라 한 인간의 죽음에 대해서 좀 애도가 어려운 시대, 임종은 고사하고 애도 절차도 제대로 밟기 어려운 이 시대에 대해서 좀 뭔가 담론화할 필요가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 김종대> 저는 그 말씀이 좀 이렇게 가슴에 맺히는 게 요즘 TV 자막 보면 사망자 몇 명.
    이런 숫자로만 우리가 그걸 인식했지 과연 저분들이 어떻게 돌아가셨을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 이라영> 이야기가 없지, 숫자만 남죠.

    ◇ 김종대> 이렇게 죽음에 대해서 한번 그게 숫자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는 게 이렇게 중요한 문제네요. 농촌의 고령자 비율이 아주 높지 않습니까? 이제 마을회관도 못 가시고 이러면.

    ◆ 정은정> 40%가 넘어서, 고령 비율이.

    ◇ 김종대> 그러면 농촌의 어떤 노인들 분위기도 많이 궁금합니다, 어떠실지.

    ◆ 정은정> 그러니까 코로나19 자체는 좀 안전하죠. 워낙 3밀 환경이 아니잖아요. 워낙 멀리 떨어져 있고 사람도 적고. 그런데 저는 오늘 이 코로나19와 죽음과 애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이미 농촌에서는 비일비재한 일이잖아요. 그러니까 당연히 고령자들이 많으니까 많이 돌아가시고 하는데.

    제가 오늘 하고 싶은 말은 그거였죠. 그래도 평생 이 나라에서 이 먹거리를 생산하고 대주신 분들인데 떠나실 때는 너무나 요양원에 치워졌다가 그리고 그냥 사라지는 그 과정 자체가 너무 쓸쓸해서 공공장례 제도에 대한 이야기들을 좀 하고 싶더라고요. 지금 이제...

    ◇ 김종대> 공공장례?

    ◆ 정은정> 그러니까 고독사 방지 그런 조례들이 있어요. 도시에서도 있고 무연고자 시신 처리 이런 것도 있고 그런데 고독사들이 점점 더 많아질 거거든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우리도 그럴 수 있죠. 그리고 혼자 사는 독거 노인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더니 어떤 고독사에 대한 확률에 되게 자기도 그렇게 될 것 같다라고 이야기를 하고 자기 죽음을 누가 가장 먼저 견할 발견할 것 같냐 그랬더니 복지사, 이렇게 기를 하는 거죠.

    그런데 농촌에서도 그러한 일들이 계속 있고 그래서 이 장례를, 아기들이 태어나면 진짜 면장님도 오시고 군수님도 오시는데 떠나실 때는 그냥 쓸쓸하게 떠나보내거든요. 그래서 저는 적어도 면장님들 정도 그리고 군수님들 정도는 그동안 감사했다, 이 지역을 지켜주시고 먹거리를 생산해 주셔서 감사하다라는 어떤 그런 애도의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나. 그런데 이거 괜찮은 정책일 것 같거든요. 제가 저작권 주장하지 않겠으니까 좀 가져가시면 좋겠습니다.

    ◇ 김종대> 아니, 저는 장례의 공공성, 공공장례 이 얘기는 저는 오늘 처음 들어봐요.

    ◆ 이라영> 너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김종대> 그런데 막상 들어보니까 그런 의미가 있네.

    ◆ 정은정> 점점점 쓸쓸한 죽음은 많아질 거고요. 그리고 노인들 특히 여성 노인들 같은 경우에는 꿈이 그렇게 크지는 않으세요. 보면 이렇게 맨 마지막에 이 낯선 곳에 시집을 와서 내가 평생 살았으니까 꽃상여 한번 타고 싶다 하는데 꽃상여를 들 상여꾼들이 없잖아요.

    ◇ 김종대> 그러고 보니까 상여가 없어진 것 같은데. 못 봤어요.

    ◆ 정은정> 농촌에서 유일하게 조금 유지되던 공동체의 흔적이 상여계거든요. 서로서로 장례를 공동으로 치르는 거였는데 그것마저 없다라면 솔직히 상여 드는 그런 인력 정도는 좀 지자체나 그리고 군면 단위에서 어느 정도 인력 지원 혹은 그런 공공의 절차. 그리고 다른 건 아니고 아직은 그래도 농촌에서는 도지사, 군수 이름으로 조화가 온다거나 근조기가 오는 게 큰 자부심이거든요.

    ◇ 김종대> 그렇죠.

     



    ◆ 정은정> 그 정도는 저는 돈도 많이 안 들고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지금 귀농하고 귀촌하는 젊은 청년 농업인들에게 봐봐라, 농촌에서는 이렇게 우리가 죽음을 귀하게 감사하게 여긴다. 저는 이거 되게 중요한 교육이라고 생각하거든요.

    ◆ 이라영> 너무 좋은 제안인 것 같아요.

    ◇ 김종대> 할머니 마지막 소원이었을 건데. 예쁜 수의, 꽃상여 타고 가는. 이거인데 그 꿈마저도 저희가 이루어드릴 수가 없네요. 시골이, 농촌이 이렇게 어떤 장례, 죽음의 의미가 또 바뀌고 있다. 도시는 어떨까요?

    ◆ 이라영> 저는 사실 제가 오늘 여기 오기 전에 저는 좀 가족의 부고를 좀 듣고 온 터라.

    ◇ 김종대> 그러셨군요. 아이고...

    ◆ 이라영> 제가 지금 끝나면 그래서 병원에 가야 되는데. 저희 고모가 지금 돌아가셨어요. 그런데 요양원에 계시다가 요즘 많은 노인들처럼 요양원에서 몇 년 계시다가 병원으로 이제 이송이 돼서 돌아가신 거죠. 정확히 말하면 돌아가신 후에 병원 영안실에 안치가 된 건데 우리가 장애인이나 정신질환자나 이런 분들을 시설에 두는 것에 대해서 이것이 옳지 않다라는 이제 정도의 이야기가 점점 많이 사람들이 공유되고 있잖아요.

    ◇ 김종대> 그렇습니다.

    (수원=연합뉴스) 김솔 기자 = 경기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를 막고자 장례식장, 결혼식장 등에 대해 집합제한 행정명령을 내린 가운데 2일 오전 수원의 한 장례식장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기 위해 식당에서 치워 놓은 의자들이 쌓여있다. 2020.6.2 sol@yna.co.kr

     



    ◆ 이라영> 마찬가지로 우리가 노인, 많은 노인 인구가 사실 요양원에 있거든요. 그리고 코로나 이전에도 사실 그분들은 거의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하셨어요. 그나마 가족들의 방문을 받는 게 외부와의 접촉이 전부였던 분들이 지난 1년 동안 가족과도 거의 면회를 못한 상태로 있다가 이제 사망 소식까지...

    ◇ 김종대> 소식 들리면 더 가슴이 무너지겠어요.

    ◆ 이라영> 그래서 우리가 이런 식으로 늙음과 죽음을 세트로 방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말이 좋아서 시설이지 시설이라는 게 이제 사람을 조금 그냥 가둬두는 걸 조금 좋은 말로 표현 것이기도 하고 그래서 우리가 늙음과 죽음이 너무 산업화되어 있다라는 생각이 들고.

    ◇ 김종대> 산업화되어 있다.

    ◆ 이라영> 그러니까 계층에 따라서 돈이 많은 사람은 그야말로 실버산업 안에 포섭이 되어서 그들의 질병도 그들의 죽음도 다 이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쓸모 있는 죽음이 되는 거죠. 다 돈으로 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돈도 없고 지금 저희 고모 같은 경우는 독신으로 평생 살았기 때문에 자식이 없어요. 자식이 없는 사람의 죽음이라는 건 정상 가족을 지향하는 가부장주의 사회에서 너무나 슬픈 일이라는 걸 제가 지금 뼈저리게 느끼고 있거든요.

    ◇ 김종대> 저도 그거 느낍니다. 제 주변도 있거든요.

    ◆ 이라영> 자식 없이 혼자 살던 노인이 시설에서 죽었을 때 그 사람의 장례식을 치르지 않아도 된다라는 걸 사람들이 그냥 너무 당연하게 생각을 하는 거죠. 그러니까 그거는 그냥 처리해야 할 죽음인 거예요, 말 그대로.

    ◇ 김종대> 사실 자식들도요. 이제 병든 부모님 요양병원 보낸다 그럴 때가 제일 마음이 무너지거든요.

    ◆ 이라영> 맞아요.

    ◇ 김종대> 그다음에 요양병원에 가는 그 노인도 집을 떠난다고 하면 이걸 죽음하고 똑같이 받아들이세요. 그래서 가서 적응하는 분도 있고 아닌 분도 있는데 가족이 있는 경우에도 이러는데 하물며 이 자체도 없을 때 거기 들어가셔서 어떤 심경이시겠습니까?

    ◆ 이라영> 그래서 저는 그분들이 사실 한 30년 후의 저의 모습일 수 있잖아요.

    ◇ 김종대> 그렇죠.

    ◆ 이라영> 남 얘기가 아니거든요. 저도 자식이 없고요. 그러니까 정말 우리가 지금 현재, 현재 늙어가는 사람들을 이런 식으로 방치하고 코로나 이후로 그냥 우리 코호트 격리라는 이름으로 집단격리하고 그냥 계속 가두고 격리하고 이렇게만 하지 저들의 죽음이 지금 어떤 식으로 발생하고 우리가 어떻게 슬퍼해야 되는지도 모르는 채로 정말 저는 점점 오늘날의 인간들이 이제 김소월의 시 '초혼'을 이해할 수 없는 인간으로 향해간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조금만 더 지나면 그 시의 정서를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태반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 김종대> 그렇게 죽은 자를 불러내는 그 정서.

    ◆ 이라영> 그런 어떤 절차 이런 것들을 우리가 다 그냥 잃어가는 거죠.

    ◇ 김종대> 결국은 한번 죽음으로 잊혀지고 나면 더 이상 기억조차 하기도 어렵고. 오히려 그거를 방해하는 사회의 시스템, 이렇다면 이제 우리가 어떻게 애도를 해야 될까. 이 문제가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습니다.

    ◆ 이라영> 맞아요.

    ◆ 정은정> 그래서 농촌에서는 많이 지금 해 보려고 하는 작업들 중에 하나가 마을 아카이브 사업. 그러니까 한 사람이 떠나고 거기에 자손이 있는 사람도 있고 부잣집 자손을 둬서 굉장히 화려한 장례도 있고 하지만 어쨌든 마을공동체를 함께 구성했던 굉장히 중요한 분들이잖아요. 그래서 떠날 때 이 사람의 기록을 남기는 것.

    예를 들어서 썼던 아주 귀한 유품이라든가 기록물들이라든가 우리는 박물관 하면 중앙박물관이나 굉장히 그런 공식적인 것들만 생각을 하는데 마을의 기억과 기록을 남기는 과정에서 당신의 삶이 무의미하지 않았다라는 것 이런 것들을 애써 발굴하고 기록을 남기고. 그리고 저는 코로나19 이 사태를 통해서 배워야 될 것은 그런 것 같아요.

    요양원이라는 그 공간에 대해서 제가 정말 절실하게 인지를 한 거죠. 이렇게 됐었구나. 그러니까 지금 이 일은 코로나 때문에 벌어진 것이 아니라 이전의 이런 부분들이 다 축적돼서 그냥 만나서 이렇게 폭발을 한 거잖아요. 그렇다라면 지금 준비를 해야 되는 거고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희 같은 세대들이 조금 더 주도적으로 이야기하고 준비를 해야지 이 쓸쓸한 죽음을 더 이상 보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 김종대>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개선할 동기가 생길 것 같습니다. 3168님 남겨주신 사연이에요. 어머니 돌아가신 지 19년 됐는데요. 오늘 이야기 들으니 겨울에 친구들이 꽃상여 메주던 생각이 많이 나네요. 그래도 이분은 친구 관계도 좋으시고 어디 좀 전통적인 공동체에 속하신 건 아닌가 이런.

    ◆ 정은정> 2000년대 초반부터 다 해체된. 거의 어려우니까. 농촌도 어렵고 사람도 없고.

    ◇ 김종대> 그래서 상여계를 만들자는 얘기도 나오지 않습니까?

    ◆ 정은정> 상여계가 원래 전통적으로 있었는데 그게 해체된 게 2000년대 초중반부터 해서 없어지고. 그런데 다른 아이디어를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전남 고흥의 예동마을 같은 경우에는 1년에 한 번 공동 차례, 공동 제사. 그래서 그 전통은 이어가면서 그 뜻을 살리고.

    ◇ 김종대> 제사도 공동으로.

    ◆ 정은정> 왜냐하면 한꺼번에 하기가 힘드시거든요. 그래서 그날은 자손들 다 와서 오랜만에 함께 호흡하고 이렇게 해서 조금 현대에 맞게 그 정신을 이어가는 것. 저는 그런 아이디어들을 무한 제공할 용의가 있습니다.

    ◆ 이라영> 좋은 생각인 것 같아요.

    ◇ 김종대> 이렇게 코로나 시대 죽음의 의미가 달라지다 보면 죽음과 관련된 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 또 장례지도사들의 삶도 코로나 이전과 많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이라영 작가 (사진=김종대의 뉴스업 제작진)

     



    ◆ 이라영> 장례지도사. 그러니까 우리가 예전에는 장의사라고 부르던 그 이름이 이제 장례지도사죠, 지금은. 그런데 장례지도사분들이 예전과는 다르게 소독이라는 개념까지. 그러니까 시신을 소독해야 되는 그런 개념까지 이분들이 이제 다 포함해서 일을 해야 되고 그분들 자신도 의료진과 마찬가지로 전신 방호복을 다 입어야 되고요.

    그러니까 사실 장례지도사분들이 하는 일 자체가 평소에도 업무가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시신을 다 직접 만지고 상처 난 것까지 다 직접 꿰매고 이런 일도 다 하시고요. 그리고 장례지도사들은 늘 대기 상태잖아요. 사람이 예약하고 사망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 김종대> 그렇죠. 불시에.

    ◆ 이라영> 늘 갑자기 일어나는 일이고. 그래서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되기 때문에 그 긴장감도 상당하고 그래서 업무 스트레스가 꽤 상당함에도 우리는 정작 그 죽음을 그렇게 처리하려고 하면서 직접적으로 그 죽음을 다루는 분들의 노동에 대해서는 어쩌면 이렇게 모르고 있을까. 저도 마찬가지고요. 저도 이제 코로나로 인해서 전보다는 자세히 들여다보니까 내가 정말 몰랐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김종대> 최근에 어디 대만의 한 작가가 장례식장 이야기를 갖고 책을 써서 서점에서 많이 팔리는 걸 본 기억이 나네요. 장례지도사들, 사회의 많은 편견과 싸워야 하겠죠.

    ◆ 정은정> 얼마 전에 학생들. 그러니까 장례지도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들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있었거든요.

    ◇ 김종대> 그렇습니까?

    ◆ 정은정> 모 방송사에서. 그런데 굉장히 소신 있게 이 직업에 전망을 갖고 그리고 되게 여기에 뜻을 두는데 그중에 되게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학생이 자기 아버지한테 자기 학과를 얘기를 못하고 있는 거예요. 몰래 다니고 있는 거예요.

    왜냐하면 소위 말해서 시체 닦는 그런 이미지가 있고 하다 보니까. 그런데 굉장히 거룩한 직업이잖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나이에 비해서는 장례를 좀 많이 치러볼 수밖에 없었던 사람인데. 곁에서 보게 되면 정말로 유족들은 슬픔에 싸여 있고 굉장히 전문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이 전문가의 손길이 가야 되는 일들이거든요.

    ◇ 김종대> 제가 보니까 제법 전문지식이 있고 유족들 마음까지 잘 고려하면서 굉장히 잘하더라고요.

    ◆ 정은정> 그래서 그 마지막의 이별식을 굉장히 잘 준비해 주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떤 우리나라에서 어떤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터부하는 그런 것 때문에 그 학생들이 겪는 고충들이 있어서 아, 참 우리도 인식 개선 정말 많이 해야겠구나. 누구나 한 번은 다 죽을 텐데 마치 나는 안 죽을 것처럼 사는 거죠.

    ◇ 김종대> 이렇게 죽음과 유난히 가까이 놓여지고 있는 지금 시대에 우리는 애도가 어려운 시대에 어떻게 죽음을 애도해야 할까요.

    ◆ 이라영> 저는 일단 물론 그분들의 노동을 우리가, 노동의 관점으로 보는 것도 중요하고 또 한 가지 이게 산업화되고 그래서 죽음이 시장 속에서 산업으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관계를 통한 돌봄이라는 개념을 좀 가져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그러니까 지금 이게 다 뭐든지 그냥 돈으로만 계산되는 그런 질병과 죽음이 아니라 정말 관계를 통해서 또 애도할 수 있는 그런 정서를 가진. 그래서 죽음도 돌봄의 대상이다.

    ◇ 김종대> 죽음도 돌봄의 대상이다.

    ◆ 이라영> 우리가 누가 태어나고 아이가 성장할 때 돌보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데 죽음도 돌봄의 대상이라는 생각을 잘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죽음도 돌봄이 필요하다.

    ◆ 정은정> 모든 죽음이 다 사연이 있고 또 사회적 죽음이잖아요.

    ◇ 김종대> 사회적 죽음.

    ◆ 정은정> 그래서 개인의 죽음은 없다라고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데요.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죽음을 굉장히 많이 가르쳐야 될 것 같아요. 우리는 그거 정말 어린이들한테는 말 못하게 하고 막 이러는데 외국에서 보니까 죽음에 관련한 그런 그림책도 많고요. 그래서 좀 죽음학 혹은 죽음에 대한 어떤 공부가 필요한 시대가 아닐까.

    ◇ 김종대> 죽음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오늘 저를 많이 놀라게 하세요.

    ◆ 이라영> 공부 좀 했습니다.

    ◇ 김종대> 그러니까 죽음에 대한 어떤 공부를 통해서 우리는 뭐가 달라질까요?

    ◆ 정은정> 삶.

    ◆ 이라영> 지금 현재 죽음도 양극화 되어 있잖아요. 우리가 죽음을 이렇게 돌보지 않는 상태에서 과연 삶도 돌봄이 제대로 이루어질까요?

    ◇ 김종대> 연결돼 있다는 말씀이네요?

    ◆ 이라영> 그럼요.

    ◆ 정은정> 사람을 너무 경제적으로만 생각한 거죠. 노인은 세금만 쓰는 사람이고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치워지는 문제는 상관을 안하고 출산에 대해서는 이제 열심히 노동해서 우리한테 세금을 내겠지 이렇게 생각하는데. 어떻게 사람을 숫자 속에 그리고 그런 경제학에만 가두겠습니까?

    ◇ 김종대> 말씀하시는 뜻을 제가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결국 죽음에 대한 우리의 태도가 우리의 품격을 결정하는 것 아닌가 이런 점을 느끼게 해 준 두 분 말씀이었어요. 오늘 귀하게 들었습니다. 오늘 관계업 이라영 작가, 정은정 작가 두 분 수고하셨습니다.

    ◆ 이라영> 감사합니다.

    ◆ 정은정>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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