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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기준 하한 이탈' 이재용 형량, 법정구속으로 '조율' 비판도



법조

    '양형기준 하한 이탈' 이재용 형량, 법정구속으로 '조율' 비판도

    양형기준 '징역 4~7년'인데…2년 6개월 선고
    '적극적 뇌물'이면서 수동적? 작량감경 근거 의문
    86억원 횡령에 범행은폐·위증까지…"실형 불가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한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되면서 경제계의 우려가 쏟아지는 가운데, 법적으로는 재판부가 최대한의 선처를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징역 4~7년을 권고한 양형기준을 이탈해 법률적으로 가능한 가장 낮은 형을 선고하면서도, 앞선 대법원의 판결 취지에 부합하려 실형을 택했다는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송영승·강상욱 부장판사)는 18일 이 부회장과 사건 당시 삼성 고위 임원이었던 최지성·장충기·박상진·황성수 피고인에 대해 모두 형법 제53조의 작량감경을 적용했다.

    작량감경은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 재판부의 재량에 따라 법정형을 감경해주는 것을 말한다. 유기징역형이나 벌금형의 경우 작량감경이 적용되면 법정형이 절반 깎인다. 재판부 재량이긴 하지만 통상적으로는 대법원 양형기준상 '특별감경영역'에 속해야 국회가 정한 법정형보다 낮은 형을 선고할 근거가 된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피고인들의 횡령 액수는 50억원 이상으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적용을 받아 징역 5년 이상에 처해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측에 준 86억원 상당의 뇌물이 본인들의 사재가 아닌 삼성에서 나온 돈이었기에, 횡령죄가 적용된 것이다.

    특히 재판부가 판결문에 적시한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더라도 이 부회장 등 피고인들에게 징역 4~7년형이 권고됐다. 특별감경영역이 아닌 '기본영역'의 권고형량이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작량감경을 적용한 법정형 하한인 2년 6개월(5년의 절반)을 선고했다. 권고기준의 하한(4년)을 이탈해 50억원 이상 횡령죄에 대해 적용할 수 있는 최저선의 형량을 준 것이다.

    이러한 판단 배경에 대해 재판부는 "이 부회장은 초범이며, 삼성의 자금을 횡령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전자 명의로 후원을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도 2019년 대법원의 판단대로 이 부회장이 대통령의 뇌물 요구에 편승해 '부정한 청탁'을 하며 적극적으로 뇌물을 줬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먼저 뇌물을 요구했다는 부분을 특별히 기재하며 '수동적 공여' 성격도 있다고 동시에 반영한 것이다.

    재판부는 "현실적으로 대통령이 뇌물을 요구하는 경우 이를 거절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측면이 있는 점 등을 참작할 때 실형을 선고하더라도 양형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다소 부당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횡령 피해액 회복이나 초범 여부, 범죄의 단초(수동적 뇌물) 등 감경요소를 적극적으로 살피면서도, 가중요소는 상대적으로 덜 살폈다는 지적도 나온다. 판결문에도 이 부회장의 범행 수단과 방법이 치밀하고 계획적이며, 다수인이 조직적으로 범행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고 적시됐지만 최종 형량 산정에서 이 부분은 뒤로 밀린 것이다.

    다만 형량을 크게 낮추면서도 대법원에서 인정한 횡령 액수와 죄질까지 무시할 순 없었기 때문에 실형과 법정구속으로 균형을 맞추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뇌물을 공여하는 것과 뇌물공여 과정에서 부정한 청탁을 하는 것은 죄질에 큰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86억8081만원에 이르는 삼성전자 자금을 횡령해 뇌물을 제공했다"며 "허위의 용역계약을 체결하는 식으로 범행을 은폐하고 국회에서 위증까지 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가 파기환송심 초기에 먼저 제시해 논란이 됐던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아직 최고 경영진의 위법행위를 선제적으로 예방할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크게 반영하진 않았다.

    재판부가 직접 준법감시위를 거론하며 이 부회장의 집행유예 분위기를 고조시켰던 만큼, 경제계에선 실형 선고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지만 법조계와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여전히 재벌에 온정적인 판결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날 판결 직후 논평을 내 "재판부의 판단은 쌍방의 범죄행위가 아니라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에 소극적으로 응한 것이라는 잘못된 사실관계에 기초했으며 양형제도를 남용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대법원은 이 부회장의 '적극적 뇌물'을 강조하는 동시에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적용된 강요죄 상당부분은 무죄로 판결했다. 따라서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애써 뇌물제공의 계기 자체가 소극적이었다고 양형에 반영하게 되면, 박근혜·최순실 강요죄 무죄 판결과 논리가 맞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번 파기환송심과 유·무죄 판단이 거의 비슷한 1심에서는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이 선고되기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집행유예 선고가 지배적이었는데, 실형 선고 후 법정구속까지는 대부분 예상하지 못한 분위기였다"며 "법정구속까지 하면서 형량을 양형기준에 따라 (4년 이상으로) 하기는 부담스러워 고심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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